이재용 회장 무죄, 삼성증권 발행어음 사업 숙원 풀까 대주주 적격성 이슈로 지지부진, 걸림돌 해소…한국증권, 10조 이상 발행 '최다'
양정우 기자공개 2024-02-22 07:45:12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빅5' 증권사 가운데 아직 발행어음 라이선스가 없는 삼성증권이 드디어 숙원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재용 회장이 1심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최대 난관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삼성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된 건 2017년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핵심인 발행어음 사업을 아직까지 시작하지 못했다. 그 사이 경쟁사는 많게는 10조원 이상의 발행어음을 찍어내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재원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다.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 없는 삼성증권…오너 이슈 빼면 인가 자격 충분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소송의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물론 함께 기소된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기소된 지 3년5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단연 삼성증권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의 1심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그간 오너 이슈를 감안해 유보했던 사업마다 재차 드라이브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하우스의 수익 구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발행어음업 인가 작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업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재원은 직접 투자뿐 아니라 신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경쟁사의 발행어음 잔고가 대폭 커진 터라 삼성증권도 손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우스 내부에서는 본격적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2017년 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과 함께 초대형 IB로 지정됐고 이 중에서 삼성증권을 제외한 4곳은 발행어음 업무까지 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경우 이 회장을 상대로 진행된 형사소송이나 금융위원회의 영업정지 처분 등 각종 이슈가 불거지면서 오랜 기간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던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거나 금융당국 혹은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등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금융회사를 두고 발행어음 사업을 비롯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를 보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상 대주주 범위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주주를 포함하며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중요한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은 초대형 IB 지정의 최대 실익인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제 이 회장이 1심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전향적 접근이 가능해진 셈이다. 발행어음 업무까지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는 만기 1년 이내에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찍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초대형 IB 사업이 시작된 후 발행어음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볼륨 확대가 중요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견실한 조달 창구가 새롭게 마련됐고 고객 입장에서도 매력적 금리 대비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투자처여서 수요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의 발행어음 잔고 총계는 약 32조8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3조3807억원)와 비교해 40.6% 가량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발행어음(13조3836억원)을 찍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발행어음의 인기가 높았던 건 은행 예금보다 매력적 금리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과거 저금리 기조에서도 일부 증권사는 5% 대 금리의 특판 상품을 내놓아 뭉칫돈을 모았다. 연간 기준 5% 이상의 발행어음 상품은 특별 판매에 나설 때마다 단기간에 모두 소진되는 인기를 누렸다. 발행어음의 수익률은 여느 상품처럼 기준금리에 따라 변동되고 있다.
여기에 올들어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발행어음이 재차 뭉칫돈을 끌어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고금리 시기 만들어진 예금, 적금 상품의 만기가 하나둘씩 돌아오면 이들 자금이 예금이나 단기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증권사 발행어음으로 몰릴 여지가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적 신용을 토대로 발행하는 단기 금융 상품이다. 증권사는 고객에게 어음을 발행한 뒤 이자와 원금 등을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재원은 고금리 채권이나 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초대형 IB의 취지를 고려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50%를 IB에 투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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