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분석]'실적 악화' 시디즈, 이사회 전열 재정비세무·법률 전문가 탈피한 사외이사 다변화 눈길, '광고인' 박웅현 소장 영입
정유현 기자공개 2024-02-27 07:27:16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구기업 시디즈가 이사회 개편에 나선다. 실무진 중심으로 사내이사를 충원하고 광고 마케팅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계획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과 주택 거래량 감소 등으로 가구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의사결정 효율화 및 리브랜딩을 통해 반등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변화로 풀이된다.21일 시디즈에 따르면 다음 달 3월 29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시디즈 본사에서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우인환 시디즈 R&D부문 부사장을 사내이사, 박웅현 TBWA KOREA 조직문화연구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결의한다. 김태은 부사장과 김동신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도 논의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시디즈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는 강성문 대표이사, 심규성 부사장, 김태은 부사장이다. 올해 재선임되는 김태은 부사장 외에는 강 대표와 심 부사장의 임기는 남아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이번에 우인환 부사장이 신규 선임되면 사내이사가 4명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인환 부사장은 퍼시스그룹의 통합 가구 연구소인 스튜디오원에서 알로소와 일룸, 슬로우 등 가정용 가구 디자인을 총괄했다. 가구 업계에서 20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로서 소파 브랜드 알로소 육성에 힘을 보탠 인물이다. 이번에 실무진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리며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기민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이사회의 변화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신규 사외이사다. 앞서 사외이사는 이화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와 김동신 SendBird CEO로 구성됐다. 이화준 이사의 임기가 올해 3월 말 만료되면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한다. 신규로 선임되는 박웅현 연구소장은 광고계 거물급 인사로 통한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등의 유명 카피를 남긴 인물로 칸 국제광고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시디즈와는 광고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시디즈는 광고 대행사 TBWA와 손잡고 2015년부터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라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6편의 광고 시리즈를 통해 시디즈는 좋은 의자의 기준과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디즈와 소통을 하면서 장기적인 브랜드 슬로건을 전개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시디즈의 제품 철학 수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인물인 만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디즈가 이사회 개편에 나선 것은 최근 경영 상황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가구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획일화된 판매채널 등의 여파로 실적이 고꾸라지고 있다. 지난해 시디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 줄어든 200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8억2845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경영 악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구 업체들이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리브랜딩을 단행하는 분위기다. 기존에 사외이사진이 세무, 법률 등의 분야에 한정돼 있었는데 박웅현 소장을 영입하면서 고객층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소장의 역할을 더 확장시켜 ESG 등급 개선을 도모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시디즈는 지난해 ESG 종합 등급에서 D(매우 취약)등급을 받았다. 시디즈가 소속된 퍼시스그룹 자체가 E0등급 자재만 엄선해 적용함으로써 전 제품에 대해 세계 친환경 인증 기준인 '그린가드'를 취득하는 등의 노력으로 환경 부문에서는 C 등급을 받았지만 사회(S)와 지배구조(G) 부문 모두 D등급을 받은 영향이다.
사회 기부활동뿐 아니라 이사회에 여성이 포함됐지만 S,G 부문이 취약한 상태다. 편법 승계 논란 등 지배구조 이슈뿐 아니라 이사회 내 소위원회 등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변화를 통해 이사회 중심으 체질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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