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적자 전환' 어보브반도체, M&A 양날의 검 됐나2021년 말 윈팩 인수, 메모리 반도체 불황 직격탄…시장 투심 급랭
서하나 기자공개 2024-02-27 11:27:03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어보브반도체가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적자 전환했다. 연결종속회사로 편입한 윈텍에서 영위하는 후공정 외주사업의 가동률이 낮아지자 고정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예상 밖의 저조한 실적은 연초부터 이어진 투심에도 찬물을 끼얹었다.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어보브반도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약 2291억원을 기록해 전년(약 2426억원) 대비 5.6% 줄었다. 이 기간 영업손실 약 151억원, 당기순손실 약 341억원 등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 영업이익 약 258억원, 당기순이익 약 127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적자의 원인은 비교적 명확하다. 연결종속법인으로 있는 윈팩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어보브반도체는 2021년 말 팹리스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윈팩 인수를 결정했다. 어보브반도체는 윈팩 인수 직후 수혜를 봤으나 역으로 자회사 매출 의존도가 커지면서 업황 변동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됐다.
어보브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 중 전자 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인 MCU(Micro Controller Unit)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2006년 2월 설립됐다. 팹리스 기업의 특성상 제조는 파운드리와 후공정 기업에 외주를 주며 핵심 설계와 외주 관리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어보브반도체는 2021년 말 윈팩의 지분을 취득,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과 테스트 외주사업으로 손을 뻗었다. 윈팩은 절연기판 표면에 도체 패턴을 형성할 수 있는 도면 재료인 '서브스트레이트(Substrate)'와 서브스트레이트와 웨이퍼 다이(Wafer die)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와이어(Gold wire) 등 원재료를 확보해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과 테스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패키징과 테스트 등 후공정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복잡한 연산과 거대 메모리를 요구하는 AI 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와 높은 통합도, 패키징 기술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
어보브반도체의 윈팩 인수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시기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 인수로 어보브반도체는 2022~2023년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라이징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에선 MCU를 공급하는 기업이 워낙 많지 않은 데다 윈팩과 같은 대형 M&A 사례는 더욱 드물었기 때문이다.
윈팩 실적이 한창 우상향하고 있었던 시기 이뤄진 M&A는 어보브반도체 성장에도 힘을 실어줬다. 2020년 약 1442억원에 불과했던 어보브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약 2426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윈팩 인수는 어보브반도체에 양날의 검이 됐다. 실적 발표 직후 시장의 투심도 급랭하는 분위기다.
어보브반도체의 주가는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급등하고 있었지만, 22일 실적 발표 이후 장중 한 때 최대 7% 가까이 빠지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3개월 주가 추이를 보면 지난해 11월 23일 8090원이던 주가는 올해 1월 25일 2만5750원까지 3배 이상 치솟으며 52주 최고가를 썼다.
어보브반도체 측은 이에 대해 연초 뚜렷한 이슈가 없었지만, 성장 기대감을 받으면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해석했다.
이수민 어보브반도체 최고재무책임자(CFO) 본부장은 "(실적과 관계 없이) 현재 배당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 계획은 없다"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매출 확대, 비용 절감,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 등에 나설 계획이고, 기존 고객사 내 점유율 확대와 신규 고객 발굴 등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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