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반도체 수혜주' 어보브반도체, 외인 '픽' 통할까국내·외 지수 고점 터치, 업황 개선시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
정유현 기자공개 2023-12-19 08:18:3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08:5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연말을 앞두고 '산타 랠리'에 본격 베팅하려는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증권사 계좌에 맡겨뒀으나 실제 주식에 투자되지 않은 자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이 올해 하반기 하락세였다가 최근 급등한 것이 방증인데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기점으로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올해 증시가 테마주 중심의 변동성 장세가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12월 들어 불확실성 높은 종목보다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반도체주'에 투심이 다시 몰리고 있습니다. 다시 증시에서 반도체주의 시간이 오는 듯합니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과 미국의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고점을 경신한 것도 반도체주의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한때 주가가 7000원대로 떨어지며 변동성이 커졌던 어보브반도체의 주가에도 휘파람이 불고 있습니다. 어보브반도체는 반도체 칩인 마이크로콘트롤러 유닛(MCU)을 설계 및 생산하는 팹리스 기업입니다. 어보브반도체의 MCU의 사용처도 다양합니다. 국내 주요 전자기업의 가전제품부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서 사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국내 MCU 분야 1위이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4위 수준입니다.
전방 산업 투자 축소 여파에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종가는 8000원 수준이었습니다. 최근 3년 간 최소 1만원대 이상에서 거래가 된 것에 비하면 주가에 힘이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주가에 따라 시가총액(시총)도 쪼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2000억원대를 유지했던 시총은 3분기 실적이 담긴 분기보고서를 제출했던 11월 중 1300억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최근 주가가 반등하며 2000억원 대를 회복하는 모습입니다.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지만 외국인 비중이 소폭 확대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올해 첫 거래일에 외국인 보유 비율은 1.73% 수준이었습니다. 3월 한때 보유 비중이 2%를 넘었지만 9월 들어 1%대 이하로 내려왔습니다. 점차 줄어들다가 12월 12일은 0.39%까지 하락했는데 최근 외국인이 어보브반도체 주식을 담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기준 외국인 보유 비율은 2%대를 회복했습니다. 어보브반도체는 2021년 윈팩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후공정 사업도 영위하고 있는데요. 내년 후공정 업체들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주요 지수로 반도체주의 상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 50개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는 지난 12일에 이미 연고점인 3600선을 돌파했습니다. 15일 기준으로 전일 대비 0.44% 내리며 조정을 받는 모습이지만 3668.34를 기록한 상태입니다. 2243.86을 기록했던 1월 2일 대비 12월 15일 수치는 60% 넘게 올랐습니다. 이는 전체 28개 KRX 지수 중 상승률 1위에 해당합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14.63%)·코스닥(13.41%) 지수 오름폭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올해 초 증시를 달군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시작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차세대 기술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온디바이스AI도 빼놓을 수 없죠. 온디바이스 AI란 기기에 탑재(On-Device)된 AI란 의미다.
CXL은 AI,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말합니다. 기존 컴퓨팅 시스템의 메모리 용량에 대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D램 용량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PIM은 데이터 저장 역할만 하는 기존 D램과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인 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연산도 할 수 있게 한 차세대 기술입니다.
AI 시대를 이끌어갈 신기술의 등장과 함께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도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만큼 실적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기대감이 선 반영되며 주가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어보브반도체도 이 흐름을 타면서 주가가 어깨를 편 것으로 풀이됩니다.
어보브반도체는 MCU 기술력을 보유할 뿐 아니라 M&A를 통해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도 진출을 했습니다. 2021년 윈팩을 인수하면서 인데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가 축소되면서 MCU 사업뿐 아니라 후공정 분야에서 실적이 악화됐습니다. 별도 기준으로는 규모는 줄었지만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윈팩이 포함된 연결 실적은 3분기 114억원대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윈팩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을 기록하고 있어서 증권가에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내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 관련 기업들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기 때문에 최근 투심이 몰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Market View
어보브반도체는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 리포트가 많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코스닥 종목들의 리포트가 많지 않은 것과 궤를 함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보브반도체가 2009년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2014년과 2016년, 2017년에 서너 건의 증권사 리포트가 발간된 적이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는 2022년 하반기인데요. KB증권에서 2022년 8월 2일과 16일에 두 건의 분석 리포트를 냈습니다. MCU 사업의 주된 고객사가 가전제품 회사인데 지난해 가전제품 시장 둔화에 따라 수요가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이뤄진 전략적 투자로 원재료 및 팹 확보를 했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반도체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지만 목표 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증권사는 아니지만 유의미한 리포트가 최근에 발간됐습니다. 한국IR협의회 리서치센터의 김경민, 이나연 연구원은 '토종 반도체 업계의 MCU 1위 공급사'란 제목으로 어보브반도체를 분석했습니다.
김경민 연구원은 “2023년에는 반도체 업황 둔화의 영향으로 MCU 사업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지만 최근에 한국 반도체 월별 수출액이 다시 100억 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업황의 턴어라운드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2024년에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다면 어보브반도체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마진(매출총이익률)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어보브반도체의 보고서상 IR 작성 책임자는 이수민 CFO입니다. 서울대 무기재료 공학과와 코넬대 MBA 코스를 밟고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에 몸담았던 인물입니다. 2년 전 어보브반도체에 합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9월 말 기준 재직기간이 2.3년이기 때문입니다.
어보브반도체의 본점 소재지는 충청북도 청주시이지만 삼성역 근처에 서울 사무소가 있습니다. 그동안 IR 대표 번호로 취재 관련해 연락을 취하면 응대를 하던 곳인데, 최근에는 연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분기보고서 작성책임자의 대표 번호로 서울 사무소로 전화를 걸고 안내 메시지에 따라 '주식문의'를 위해 3번을 눌렀습니다. 통화음만 울리고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응대를 하던 곳이니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전화를 했는데 똑같았습니다. 그래도 주가 상황에 대한 회사 측의 의견을 받고자 다시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고 0번을 눌렀더니 경영지원 담당 쪽으로 연결이 됐습니다.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IR 담당자와 연결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이 직원은 "지금 IR 담당자가 퇴사한 상태로 충원하고 있어 응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답변했는데요. 취업 사이트를 찾아보니 어보브반도체는 재무회계(공시&IR) 담당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한시적으로 IR 응대를 하는 조직이 없냐고 다시 물었고 이 직원은 유관 조직 대표 번호를 불러줬습니다. 전화를 걸어 한 직원과 연결이 됐습니다만 IR을 응대해보지 않다보니 당황스럽운 답변을 했습니다. 주가 강세 상황과 올해 실적 관련해서 코멘트를 받고 싶다고 설명하자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데요"라고 하더군요.
내부적으로 주가 상황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와 실적 관련해서 회사 측 입장을 꼭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직원은 "어떠한 것도 대응할 수 없는 입장이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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