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의결권 위임 과정, 영풍의 '명함 논란'...갈등 점입가경 일부 주주, 영풍 명함 보고 "고려아연 쪽인 줄"…영풍 측 "오해 소지 없다"
임한솔 기자공개 2024-02-28 09:06:57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7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월 열리는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점점 격화하고 있다. 서로가 미는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지분 결집이 한창인 가운데 '명함'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름과 소속을 적어 주고받는 그 명함 얘기가 맞다.일부 고려아연 주주 사이에서는 영풍 측이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명함이 고려아연 측의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총에서 고려아연 편을 들고자 했던 주주가 의결권 위임 대상을 착각해 영풍에 표를 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영풍은 오해의 소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명함, 고려아연 것? 영풍 것?
"당연히 고려아연 쪽에서 나온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니더라." 한 고려아연 주주가 한 말이다. 이 주주는 영풍 측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대리하는 업체를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왜 고려아연 쪽이라고 오해한 걸까.
자세한 상황은 이렇다. 영풍은 2월23일부터 권유업무 대리인인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등을 통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 케이디엠메가홀딩스는 주주들을 만나면서 고려아연 사명, 최대주주인 영풍 등을 표기한 명함을 전달했다.
문제는 명함에 적힌 글씨를 봤을 때 권유자가 영풍 쪽이라는게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함 왼쪽 위에 적힌 '고려아연 주식회사'가 그 밑에 있는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보다 훨씬 크게 부각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명함 양식의 경우 고려아연 측을 대리하는 업체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일부 주주는 해당 명함을 보고 케이디엠메가홀딩스가 고려아연 측을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케이디엠메가홀딩스로부터 위임장 제공을 권유받은 주주 중 일부는 권유 주체를 잘못 알고 영풍이 아닌 고려아연으로 연락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관해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부분도 오해를 부추긴 것으로 여겨진다.
고려아연은 이같은 사례를 제보받고 영풍 측이 자본시장법과 형법(업무방해죄) 등 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자본시장법 제154조에 따르면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 중 의결권 피권유자의 의결권 위임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의결권 위임 관련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
다만 영풍 측은 해당 명함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 관해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가 이뤄질 때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양식이라고 해명했다. 또 권유할 때는 명함만 주는 게 아니라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 관계자는 "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할 때 명확하게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을 대리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하러 왔다'고 취지를 밝히기 때문에 주주들이 오해할 소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배당·정관 놓고 주총서 격돌 예고, 소액주주 결집 총력
고려아연과 영풍은 3월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부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예고한 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배당안(재무제표의 승인), 일부 정관 변경의 건 등에 대해 최근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고려아연을 대표하는 최씨 집안과 영풍을 대표하는 장씨 집안은 현재 각각 우호지분을 포함해 고려아연 지분 30% 초반대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인 정관 변경 안건은 영풍의 반대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반면 보통결의(출석 주식 과반,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안건인 재무제표의 승인 안건은 양측의 지분 싸움으로 결판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지분 약 26%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주주총회 이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작업부터 신경전이 치열한 까닭이다. 고려아연도 2월24일부터 권유업무 대리인들을 선정해 소액주주 결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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