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패션회사 신원그룹의 창업주인 박성철 회장은 추석과 설 명절 시즌만 다가오면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지인이나 업무상 고마움을 느꼈던 관계자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보낸다.그런데 선물의 정체가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가 많다. 신원이 패션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양말 등 패션 잡화를 떠올리지만 박스 속 선물은 바로 전라남도 특산물인 멸치와 파래김 등이다.
통상 지방에 본사가 위치한 회사들은 지역 특산품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포스코그룹이 포항 특산물인 과메기를 대량구매해 나누는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신원은 본사가 서울이고 의류 공장도 대부분 해외에 뻗어있다. 기업 운영 측면에서 보면 전라도와의 연결고리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박 회장과 신원그룹은 장기간 전라도 특산물을 대거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에 일조한다.
박 회장의 ‘전라도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때 신원은 그룹차원에서 브랜드 대리점주와 본사 직원들과 대규모로 워크숍을 다니곤 했는데 당시 자주 찾던 곳이 바로 신안이었다. 이 역시 박 회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이는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박 회장은 1940년생으로 전라남도 목포시 인근에 위치한 신안군 출생이다. 목포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교 입학을 계기로 서울에 입성한다.
업계 안팎의 얘기를 들어보면 박 회장의 어린시절은 상당히 불우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동냥을 하면서 배를 채웠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새벽에 신문배달을 마치고 등교하는 게 일상이었다. 목포에서의 삶은 역경 그 자체였지만 치열하게 공부해 서울로 대학교 진학에 성공한다.
서울로 상경한 박 회장은 기자로 근무하다 섬유분야를 출입하면서 패션에 관심이 커졌고 1973년 신원그룹을 직접 설립한다. 이후 1970~80년대 섬유산업 전성기 속에서 섬유 수출조합 위원장 등을 맡으며 신원을 국내 대표 의류 OEM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공로로 인정받아 1997년 전남대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맨손으로 매출 1조원 규모의 패션회사를 일군 성공한 비즈니스맨인 박 회장에게 전라도 특산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단순히 고향에 남다른 애정을 넘어 현재의 밑바탕이 될 수 있었던 과거의 고군분투를 되새기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은 아닐지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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