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Musical]한국뮤지컬 '격' 높인 <마리 앙투아네트>, 화려한 피날레올해 10주년, EMK컴퍼니 저력 담긴 대표작…초연 버전 마지막 시즌
이지혜 기자공개 2024-03-11 08:20:01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 막이 오르면 거대한 무대 위로 두 글자가 떠오른다. 뮤지컬의 제목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첫 글자를 땄다기에는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 글자가 매번 뮤지컬의 시작을 장식하는 이유는 작품의 주인공인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마그리드 아르노의 이름에서 유일하게 겹치는 부분이라서다.이는 줄거리를 시사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의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비참한 하층민으로 살아가는 마그리드 아르노의 엇갈린 운명을 다룬다.
그리고 묻는다. 프랑스 백성의 고통을 외면했지만 순수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신념을 위해 거짓말로 혁명을 주도했던 백성 마그리드 아르노 중 누가 정의냐고. 포스터의 표제로 쓰는 ‘우리가 꿈꾸는 정의는 무엇인가’는 시시각각 교차하는 정의와 부정, 인간성과 비도덕을 입체적으로 그린 극의 서사를 압축적으로 나타낸다.
◇혹평에서 전석 매진 신화까지, 10년 세월간 효자 IP로 거듭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 11일 1차 티켓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마리 앙투아네트>는 총 티켓예매액 기준 2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1위를 차지한 뮤지컬이 지난해말부터 계속 상연되고 있는 작품인 점을 고려하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크게 선전한 편이다. 이런 기세는 일주일이 지나도 꺾이지 않았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순위권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10년간 쌓아온 관객의 기대와 신뢰가 주효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2014년 국내에서 초연을 시작한 이래 2021년까지 세 번의 시즌을 거듭하며 입소문이 난 덕분에 2024년에도 선전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실상 EMK뮤지컬컴퍼니가 <마리 앙투아네트>를 초연했을 때에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360도 돌아가는 무대, 100여벌이 넘는 로코코풍의 화려한 드레스 등 볼거리는 많지만 역사를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혹평을 받으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마리 앙투아네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마리 앙투아네트>는 전석 매진에 성공, 첫 번째 시즌에서 일주일간 연장공연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평균 객석점유율 92%, 동원 관객수는 14만 명에 이르렀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2019년과 2021년 두 번째, 세 번째 시즌을 거듭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초연에 혹평을 받았던 게 무색하게 <마리 앙투아네트>는 두 번째, 세 번째시즌에서도 9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갔다.
◇해외로 역수출까지, 로컬라이징 '그 이상의 완성도'
<마리 앙투아네트>가 네 번째 시즌을 진행할 만큼 사랑받은 비결은 EMK뮤지컬컴퍼니의 저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지금이야 라이선스 뮤지컬로 분류되지만 초연할 때에는 창작극으로 분류됐다. 그만큼 EMK뮤지컬컴퍼니가 손을 댄 곳이 많았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일본 뮤지컬 기획사 토호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원작으로 2006년 제작한 작품이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작품이 좋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한국 관객 정서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사를 수정, 심지어 뮤지컬 원작곡가인 실베스터 르베이에 요청해 뮤지컬 넘버(음악)까지 4곡을 추가로 받았다. 일본 원작의 약 70%가 수정됐다.
EMK뮤지컬컴퍼니의 노력은 역사에 남을 성공사례로 남았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CEO)는 프로그램북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한국공연은 무대, 의상, 안무, 대본, 음악 등 국내 선호도와 정서를 반영해 재구성됐다”며 “성공적 로컬라이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고 말했다.
심지어 원작보다 더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EMK뮤지컬컴퍼니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독립된 창작물로 인정받아 2016년 헝가리에 라이선스를 팔았다. 2018년에는 일본 토호에 역수출했다.
또 토호는 EMK뮤지컬컴퍼니를 오리지널 원작자로서 권리를 일부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판권이 팔리면 EMK뮤지컬컴퍼니의 이름도 함께 오르게 된다.
다시 말해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순히 로컬라이징, 즉 한국 관객 정서에 맞게 현지화한 것 그 이상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10년 역사의 마침표, 새로운 여정의 출발
EMK뮤지컬컴퍼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한국 공연 성공, 그리고 해외 역수출 등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EMK뮤지컬컴퍼니의 효자 IP(지식재산권)이자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보인 만큼 3~4년 동안 이를 재구성해 새로운 작품으로 내놓기로 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CEO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3~4년 뒤 다시 돌아올 <마리 앙투아네트>는 의상, 무대, 소품, 무대를 전부 다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 뮤지컬도 대본만 남겨두고 시대에 맞춰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관객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말이다.
이는 비단 <마리 앙투아네트>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몬테크리스토>, <모차르트!> 등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은 작품은 ‘올 뉴(All New)’라는 수식어를 달고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와 대비된다. 외국은 무대에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EMK뮤지컬컴퍼니는 다르다. 한국이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비교해 뮤지컬산업에 있어서 후발주자인 만큼 관객의 정서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뮤지컬산업이 폭발적 성장을 구가, 관객의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만큼 이런 눈높이에 부응해야 IP가 생명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한국 관객과 함께 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첫 번째 버전’ 공연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다시는 만나 볼 수 없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이번 시즌 공연을 가리켜 그랜드 피날레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2월 27일부터 5월 26일까지 상연된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으로 배우 김소향·이지혜 씨, 마그리드 아르노 역으로 옥주현·윤공주·이아름솔씨가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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