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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애니메이션]'글로벌 OTT' 고객 거느린 스튜디오미르④제작역량 기반 협상력 우위 확보…넷플릭스·워너브라더스·마블과 계약

고진영 기자공개 2024-03-11 08:20:12

[편집자주]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오랫동안 성장이 더뎠다. 유통채널을 지상파 방송에 의존한다는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막이 열린 OTT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투자, 수익모델이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새옹지마(塞翁之馬). OTT로의 플랫폼 이동은 결국 소비층과 장르 다변화로 이어졌다. 슬램덩크가 대표하는 '뉴트로(Newtro)' 트렌드 역시 부흥의 기회가 됐다. 변화하는 시장의 움직임, 국내 애니메이션사들의 현황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10: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튜디오미르는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회사다.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플랫폼들을 주 고객사로 두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다. 단순 위탁작업이 아니라 제작의 모든 과정을 전담할 있는 드문 회사로 꼽힌다.

다만 IP(지적재산권) 활용에 한계가 있고, 특정 OTT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목되면서 포트폴리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괄제작 강점…'국내 최초' 넷플릭스 장기계약

국내 상장 애니메이션사 대부분은 애니메이션 제작과 IP 및 완구사업을 병행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스튜디오미르는 매출 전부를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벌어들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출이 99%를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총괄제작 방식에 강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은 크게 총괄제작과 일반제작 방식으로 나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땐 IP에서 시작해 프리 프로덕션(기획 등) → 메인 프로덕션(레이아웃, 원화, 동화 등) → 포스트 프로덕션(편집, 녹음 등) 단계를 거치는데, 국내업체 대부분은 일반제작에 특화돼 있다. 일반제작 방식은 대개 여러 업체에 배분돼 OEM(주문자 위탁생산)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스튜디오미르는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제작 전반을 진행하는 총괄제작이 가능한 곳이다. 스토리 전개와 배경음악, 녹음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수주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난도 역시 높다.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스튜디오미르의 경우 처음 총괄제작에 참여한 <아바타: 코라의 전설>이 미국 전체 케이블 프로그램 4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면서 평판을 쌓았다. 미국 아동용 채널인 '니켈로디언'이 주문한 작품이다. 덕분에 2019년 국내 애니메이션업체 최초로 넷플릭스와 장기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런 총괄제작의 장점은 높은 수익성이다. 일반제작만 수주할 경우 단가가 낮아지고, 작품당 마진율도 떨어진다. 보통 메인 프로덕션은 에피소드를 나눠 OEM 형태로 여러 스튜디오에 할당하기 때문이다. 미르가 수주하는 총괄제작의 프로젝트별 마진율은 과거 한 자릿수에서 이제 20% 안팎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총괄제작을 높은 퀄리티로 수행할 수 있는 회사는 업계에 그리 많지 않다. OTT 플랫폼과 계약을 맺을 때 스튜디오미르가 유리한 입지에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스튜디오미르는 글로벌 OTT와 장기계약을 하면서 작품 마진을 제작기간 중에 수령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통상 OTT 회사들이 작품방영 이전까지는 제작원가만 지급하고 작품 마진은 방영 이후에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흔치 않은 케이스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을 총괄제작할 경우 1편당 최소 1~2년은 걸리기 때문에 보통 개별작품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넷플릭스와 장기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자체가 제작 역량으로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스튜디오미르 매출에서 총괄제작과 일반제작은 각각 절반 수준의 비율을 채우고 있다. 인력과 제작시스템, 시간적 한계 등을 감안할 때 연간 총괄제작 5~6편, 일반제작 7~8편 제작이 가능한 상황이다.

◇자체 IP 확대…게임·웹툰사 협력

다만 앞으로 글로벌 OTT들의 파이 다툼이 잠잠해질 경우 스튜디오미르의 협상 교섭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지목된다. 그동안 OTT 경쟁이 심화하면서 콘텐츠 수급을 우선해왔지만 최근 수익성 우선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총괄제작은 안정적이지만 IP 선정에 대한 선택권이 낮고 완구 등 MD(굿즈)제작 및 판매 권리가 없어서 확장성이 제한적이다.

스튜디오미르가 넷플릭스 외에 다른 글로벌 제작사들과의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는 것도 넷플릭스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처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스튜디오미르는 넷플릭스 외에도 워너브라더스, 루카스필름, 마블스튜디오, 소니픽처스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자체 IP 확보 작업도 진행 중이다. 스튜지오미르가 보유한 자체 IP는 아직 <코지(koji)> 뿐이지만 게임, 웹툰, 웹소설 등의 업종과 IP 공동개발을 노리고 있다. 최근 IP 콘텐츠를 애니메이션화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미르는 <도타: 용의 피>, <위쳐: 늑대의 악몽> 등 게임이 원작인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대표작으로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위쳐: 늑대의 악몽>

이밖에 자체 애니메이션을 만든 뒤 게임이나 웹툰 등의 콘텐츠 제작을 게임사 등에 역제안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스튜디오미르가 현지 작가를 통해 먼저 IP를 구입하고 자체 제작한 <코지>의 경우 미국 출판사와 코믹북 계약을 마치기도 했다.

3D 관련 기술력 개발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튜디오미르는 2018년부터 3D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면서 풀(Full) 3D뿐 아니라 2D와 3D를 합친 하이브리드 제작도 가능해졌다. 2020년 제작한 워너브라더스 <배트맨과 슈퍼맨: 배틀 오브 슈퍼선즈>가 풀 CGI 3D로 만든 대표적 작품이다.

DC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배트맨과 슈퍼맨: 배틀 오브 슈퍼선즈>

실적을 보면 2021년 적자전환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제작사에서 수주한 프로젝트가 미뤄지거나 중단됐기 때문이다. R&D(연구개발) 부서에서 대규모 인력 채용을 계속한 영향도 있다. 하지만 2022년 다시 매출이 성장하고 제작비 부담이 완화한 덕분에 흑자 전환에 성공, 영업이익률 13%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연결 매출이 232억원, 영업이익은 9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대비 각각 9.9%, 74.8% 하락했다. 3D 애니메이션사업부를 분할해 조직 재배치를 진행하면서 매출 감소와 손익변동이 있었던 탓이다. 회사 측은 “분할 회사가 3D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게 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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