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밸류업 리포트]'수주잔고 1조' 앞둔 씨아이에스, 확대된 외인 비중②기업가치 재평가에 외국인 보유율 두 자릿수 '훌쩍'
대구=김혜란 기자공개 2024-03-27 08:09:05
[편집자주]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는 12만명의 참석자가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배터리 3사를 비롯해, 국내 주요 2차전지 기업의 올해 '비기'를 엿볼 수 있었다. K-배터리의 높아진 위상은 2차전지 기업의 반등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벨은 2차전지 전환 국면에서 K-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한 주요 코스닥 제조사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전극 장비 업체 씨아이에스(CIS)는 꾸준히 수주잔고를 늘여왔다. 지난 한 해에만 6093억원어치 신규 수주가 있었는데, 고객사들과 기존에 협의된 물량을 감안하면 올해는 수주잔고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매출 성장이 함께 이뤄지면서 주식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주가는 연초 이후 현재(21일 종가 기준)까지 약 24% 올랐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약 4배다. 그만큼 시장에서 씨아이에스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5%대였던 외국인 보유율이 현재는 10%를 훌쩍 넘겼다. 씨아이에스 기업설명(IR) 담당자는 "전극 공정분야에 대한 외인들의 관심이 많아 컨퍼런스콜(전화회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외인을 더 유치하기 위해 IR을 보다 활발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현지공장 건설 '장비주문 증가'
씨아이에스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8994억원이었다. 2022년 말 약 5815억원에서 무려 54.7%가 증가한 것이다. 2019년만 해도 1905억원 수준이었던 수주잔고는 2020년 약 2431억원, 2021년 약 3274억원에서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장비 주문이 늘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액도 약 31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성적을 냈다. 2022년 약 160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씨아이에스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급성장이) 일시적인 것은 아니고 2021년부터 수주량이 많아졌던 것들이 지난해 매출로 본격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매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차전지 시장의 확대에 따라 씨아이에스도 성장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분석한 전 세계 2차전지 수급가속도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수요가 5테라와트시(TWh)에 달해 공급 물량(4.7TWh)을 넘는다. 또 2차전지 배터리 제조사들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약 4435기가와트시(GWh)를 추가 증설할 전망이다.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에 따른 수혜는 오롯이 장비업체들에 전해진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과 삼성증권이 추정한 자료를 보면 2030년까지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극과 화성, 조립 등 전체 제조공정에 투입할 투자비는 약 300조원, 이 중 전극 공정에만 90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씨아이에스가 2030년까지 급성장하는 2차전지 시장에 올라타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근거다. 씨아이에스 측은 "지금은 풀캐파(CAPA·생산능력)로 돌려도 수요를 맞출 수 없어 선별적 수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극공정 핵심장비 '코터·롤프레스·슬리터' 생산 강점
특히 씨아이에스는 전극 공정(양극과 음극 극판을 만드는 작업)에 사용되는 장비 중 믹싱을 제외하고 코터(Coater)와 롤프레스(Calender), 슬리터(Sliter)까지 모든 장비를 생산한다. 2차전지 배터리는 전극과 조립(극판을 캔이나 파우치에 넣어 전지 형태로 만드는 공정), 화성(충전과 방전으로 전지를 활성화하고 불량품을 선별하는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이 중 전지의 기본 특성이 만들어지는 전극 공정의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그만큼 전극 공정 관련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평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있는 만큼 플레이어가 제한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국내에서도 전극 공정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는 씨아이에스와 피엔티, 한화모멘텀(비상장사) 정도로 압축된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중국의 우시 리드(WUXI LEAD)나 잉허(YINGHE), 리릭 로보(LyricRobo)나 일본 히라노(Hirano), 독일 만츠(Manz) 정도가 기술적으로 국내 업체들과 겨룰 만한 경쟁사다.
전극 공정에 사용되는 주요 장비 세 가지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믹싱 단계에서 음극과 양극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섞어 슬러리로 만들어서 코터에 보내면 이후 롤프레스까지 거쳐 양극과 음극이 만들어진다. 코터는 슬러리를 일정한 두께로 코팅하며 건조하고, 롤프레스는 코팅된 극판 원단을 압착해 준다. 슬리터는 조립 공정으로 보내기 전 원단을 일정한 폭으로 잘라주는 장비다.
전 세계적으로 전극 공정 장비 업체 중 세 가지 장비를 모두 제조하는 기업은 흔치 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히라노도 코터만 생산한다. 씨아이에스는 히라노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일본 시장에도 코터를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엔 기술을 고도화해 기존 열풍 건조방식에 레이저 기술을 추가해 건조 속도를 높인 하이브리드 코터(Hybrid Coater)도 시장에 내놓았다.
씨아이에스 측은 "최근 매출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장비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 상승을 이끈) 큰 부분일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 시장 개화가 2027년 이후 본격화될 것인 만큼 시장 진입 전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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