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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성과급 이연 파장]'고달픈' IB, 이중고에 이탈 '가속화' 우려④금융당국 압박에 업무 강도 '쑥'…임금 무력감까지, 마켓 경쟁력 저하

양정우 기자공개 2024-03-13 13:58:00

[편집자주]

증권사 IB 파트에서 성과급 이연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대규모 성과급의 일회성 지급을 일삼았던 몇몇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의 일탈이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엄격한 제재 의지를 밝히자 증권사마다 1억원 미만 인센티브까지 이연을 일괄 적용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추가적 리스크가 없는 수수료 기반의 전통 IB 부서에서 비교적 적은 성과급을 받아온 인력에게는 날벼락인 셈이다. 더벨은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IB 성과급 이연 논란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와 커버리지 부서 등 전통 IB 파트의 실무 인력이 시름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압박에 따라 업무 강도와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하우스의 주축으로 성장하던 실무진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모든 IB 조직의 성과급 전 구간(1억원 미만 포함)에서 이연 지급이 현실화되면서 그나마 자부심을 지탱해주던 연봉 메리트의 실익도 줄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권 엘리트 집단으로서 위상이 낮아지는 건 조달 파트너의 역량 저하로 이어지기에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B 키맨 이직 행렬, 너도나도 투자사로…격무 연속, 갈수록 난이도 상승

IB 업계에 따르면 근래 들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증권가의 전통 IB 부서에서 이탈하는 인력이 늘고 있다. 그간 승진이 누락된 인사나 주니어급 인력의 이동은 종종 있었으나 향후 하우스를 이끌 주축 IB가 커리어를 바꾸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IPO 파트의 A 부장과 한국투자증권의 B 부장은 각각 신기술금융회사(신기사)의 부사장과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인력은 모두 차기 부서장이 유력했던 인사다. 그간 승진도 빨랐고 트랙레코드도 출중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했던 핵심 IB마저 속속 이직하면서 IB업계에서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IB 본부장은 "KB증권도 과거 카카오그룹 빅딜의 주관 자리를 따내는 데 절대적 기여를 했던 젊은 피가 투자사로 직행한 지 오래"라며 "NH투자증권 역시 내부에서 인정받는 인력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부서장 사이에서 우려가 큰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본래 IB 업무는 격무의 연속이다. 셀사이드(Sell Side)에 위치한 만큼 발행사(상장예비기업)와의 관계에서 '을'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거래 상대방과는 시장 여건에 따라 입장이 뒤바뀔 때도 있으나 그래도 물건을 사는 쪽인 바이사이드(Buy Side)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고객에게 밤낮을 불문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심사나 증권신고서 승인 이벤트로 한국거래소와 금융 당국의 동향까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도 증권사에서 최고의 수익 부서라는 타이틀과 그에 걸맞는 대우, 밸류에이션에 대한 매력 등으로 그간 IB 파트는 증권맨이 가장 선호하는 조직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 부담이 직종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데다 이들 IB맨에 대한 수요는 작지 않아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금융당국 통제 스탠스 '강화 일로'…피로감 쌓인 IB '엎친데 덮친격'

증권사 IB 비즈니스를 향한 금융 당국의 압박은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IB 실무진 입장에서는 업무 난이도가 높아지고 부가적 의무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IPO 영역에 대한 제도 개선 방침이 대표적 사례다. IB 인력이 시장 참여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제어가 걸릴 정도로 엄격한 규제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IPO에 수반되는 공모주 투자는 본래 위험도가 낮지 않은 게 글로벌 시장의 스탠다드다. 애당초 베일에 쌓여있던 비상장사가 처음으로 시장에 스스로를 공개하는 이벤트가 IPO이기 때문이다. 기관 수요예측과 할인율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지만 IPO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상장예비기업에 대한 정보는 극도로 제한돼있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IPO 활성화에 나서고자 정책적으로 다양한 공모주펀드 비히클(공모주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을 내놨고 이들 펀드는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되기에 변동성 제어 장치(채권 투자, 메자닌 투자 비중 등)가 마련돼 있다. 그래서 공모주 투자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국내 개인 사이에 퍼져있는 것이다.

막대한 개인 자금이 쏟아지면서 이들 공모주 투자 수익률도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제도 개선의 시발점인 파두 사태에서도 금융 당국의 초강수가 이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증권사 IB를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IPO 주관업무 혁신 태스크포트(TFT)를 가동하고 있다.

한 IPO 본부장은 "IB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아 경쟁사의 실수를 집요하게 파고들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파두 사태엔 현행 규정상 의무를 모두 준수한 만큼 주관사가 어쩔 수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IPO 자체를 통제하려는 당국의 스탠스에서 공모주 투자시 개인이 돈을 잃으면 안 된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져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NH증권·삼성증권 등 속속 '새 방침'…증권업계 전반, IB 일괄 적용 무게

금융 당국은 인센티브 이연 논란의 발단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성과급 점검으로 확인된 위법 사항을 놓고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앞으로 인센티브의 이연, 환수, 공시 등 각종 제도적 장치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보완에 나설 예정이다.

증권사의 성과급 제도 수정 조치는 한발 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 전반이 부동산 PF 부서뿐 아니라 IPO, 커버리지 조직에서도 1억원 미만 인센티브까지 모두 이연 지급해 나갈 방침을 세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필두로 삼성증권, 대신증권까지 새로운 지급 방안을 완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메이저 하우스 중에서 아직 한국투자증권이 성과급 이연 지급 체계를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본부장 사이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나 NH증권처럼 결국 전액 이연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연 지급 자체는 증권사 입장에서 유리한 방식이어서 IB 사업부를 가진 대부분이 제도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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