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4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사비 이슈로 건설업계가 떠들썩한 와중에 신탁사들이 때아닌 소송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호시절의 훈풍을 타고 부지런히 몸집을 키웠지만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며 곳곳에서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아이러니하게도 한때 각광을 받았던 '책임준공형 신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를 중심으로 반짝 등장한 사업 모델로, 시공사가 공사를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책임을 지고 준공을 마치도록 하다는 게 해당 사업 방식의 골자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시공사 부도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상하기는 어려웠던 만큼 주요 신탁사들은 새 모델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섰다.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달리 당장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부담도 훨씬 덜 했다.
업황이 침체되자 책임준공형 신탁 방식으로 수주했던 사업장들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재비와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시공사들이 나타나며 신탁사에게도 책임이 번졌다. A 신탁사의 경우 고유계정자금을 투입해 책임준공확약의무를 이행했음에도 이후 분양대금을 대주단보다 먼저 정산했다는 이유로 대출금 반환소송에 휘말렸다.
신탁사는 당초 계약서에 명시된 ‘신탁회사가 고유계정의 자금을 신탁사업에 투입한 경우 대주단의 요청 없이 신탁재산에서 최우선적으로 자금을 집행해 투입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자금을 우선 회수했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은 대주단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서 내용은 신탁사가 분양대금 수납계좌가 아닌 운영계좌에서 자금을 우선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대주단에 우선해 변제를 받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책임준공형 신탁 모델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게 2017년께였던 만큼 이번과 같은 소송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A 신탁사는 대법원에서 다시 책임의 범위를 다툴 예정이다. 최근 유사한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하며 이미 대규모 손실은 인식해 둔 상태다.
최근 부동산 업황을 고려하면 이번과 같은 사례는 앞으로 심심찮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판례들이 하나둘 쌓이면 신탁사와 대주단 간 약속과 책임의 기준도 차츰 명확해질 테지만 그때까지 투입될 시간과 막대한 비용은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계약서에 명시된 책임을 이행해도 리스크를 신탁사가 떠안아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어느 신탁사가 책임준공형 신탁 방식으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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