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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가 던진 '직구']'갈등과 패션의 나비효과' 중국 직구 왜 선택했나②쿠팡과 틀어진 CJ, 알리와 맞손 계기…'패셔니스타' 조현민에 '패션+물류' 택한 한진

허인혜 기자공개 2024-03-20 09:40:54

[편집자주]

해외 직구가 물류업계의 블루오션이라는 말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직구 플랫폼의 성장이 국내 물류업계의 실적을 흔들게 된 건 최근이다.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다. 오히려 신발끈을 동여맸다. 물류업계는 국내의 해외 직구 규모가 올해만 두 자릿수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직구의 흥행은 물류업계가 판매 매체들의 성장을 예견하고 일찌감치 구축해온 유통망의 덕을 톡톡히 봤다. 더벨이 물류 기업마다 맞손을 잡은 직구 플랫폼과 히스토리, 시장 성장이 물류업계에 미친 영향과 전망 등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는 여러 뜻이 담긴다. 출신지를 나타내는 간단한 문장이지만 누군가는 이 말을 품질이나 정품 여부를 판가름하는 지표로 여긴다. 국내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국내에 첫 상륙했을 때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중국산 비선호 분위기가 한계였고 익숙하지 않은 직구 방식도 걸림돌이었다. 직구 플랫폼들은 중국산이라는 한계를 압도적인 가격으로 극복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제품이 와도 극복할 만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남은 건 배송 시스템이다. 직구 플랫폼들이 한국발 배송을 고민하던 때 국내 물류업계는 신 사업에 목말라 있었다. 업계 톱티어인 CJ대한통운도 마찬가지였다. 낙점한 건 초국경 택배와 직구다. 한진은 테무와 만나 날개를 달았다. 한진은 패션에 밝은 오너 경영인이 사업을 맡으며 중국발 직구 물류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왜 중국과 손 잡았나…'로켓배송'의 나비효과

국내에도 대형 유통사들은 산적해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처럼 다양한 물건을 구비해 판매하는 플랫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경없는 시장이라지만 국내 기업끼리의 협업이 인프라와 의사소통 등 여러 면에서 더 쉬운 길이다. 그런데 국내 물류 기업들은 국내 유통업체가 아닌 직구 플랫폼을 두드려 거래를 텄다.

국내 유통업체가 아닌 직구 플랫폼으로 관심을 튼 이유는 뭘까. 쿠팡과 물류업계 사이의 오랜 반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 물류에 손을 뻗으며 갈등이 불거졌다. 로켓배송과 샛별배송 등 유통사가 직접 익일까지 배송하는 시스템이 원인이었다.

CJ대한통운 등의 선두 물류기업은 쿠팡이 편법으로 택배사업에 진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CJ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들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영 등과 납품가 등을 두고 다퉜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이 국내 기업과 반목하는 사이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에 출사표를 냈다. CJ대한통운과 알리익스프레스 모두 시기가 잘 맞았다.


CJ대한통운과 쿠팡의 갈등은 나비효과가 돼 알리익스프레스의 성장을 이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CJ대한통운과 협업하자 중국발 직구 물류량은 약 2배로 뛰었다. 직전연도인 2021년에는 중국발 직구 물량이 한해 4만3954건이었다면 협업이 본격화된 2023년에는 8만8815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절반 수준에서 지난해 68%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발 직구 금액은 23억5900만달러인데 전년대비 58.5% 증가한 수치다. 전체 해외직구 규모가 11% 늘어나는 사이 중국발 직구 규모 증가세가 훨씬 가팔랐다.

◇'패션에 밝은' 조현민, 한진과 테무의 만남

재계 사람들이 먹고 입는 것은 늘 관심의 중심이지만 그중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현민 한진 사장이다. 신고 나온 구두며 옷이 화제몰이를 하고 한때 패션모델 제안을 받는 등 패션과 인연도 깊다.

조 사장이 한진의 사업을 이끈 뒤부터 한진의 성장 동력에도 '패션'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이커머스 셀러를 대상으로 연 컨퍼런스에서 조 사장은 K-패션 브랜드 해외 진출 지원서비스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날 '알·테·쉬(쉬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언급했다.

한진은 테무의 한국 운송을 책임지고 있다. 테무는 지난해 7월 국내에 상륙했다. 단기 앱 다운로드 실적으로는 알리익스프레스와 어깨를 견준다. 지난해 12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28만명이다.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496만명이다.


자연스럽게 한진의 실적도 견인 중이다. 테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해 3분기 한진의 항공 특송 물동량은 전기 대비 56% 확대됐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0%, 매출액은 4% 늘었다. 이중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55%를 넘는다. 물류업계와 증권가 리포트 모두 배경으로 중국발 직구를 지목한다.

협업은 더 견조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최근 직구 물류서비스 확대를 위해 인천공항 글로벌물류센터(GDC) 통관장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월 110만건을 처리하는데 220만건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새 인물도 영입했다. 지난해 12월 정근일 글로벌사업본부장(전무)과 장기호 미주사업 총괄 겸 미주지점장(상무)이 한진에 합류했다. 정 전무는 중국 난카이대학 경영대학원 MBA 석사를 수료하고 주요 물류기업의 중국사업 총괄을 거친 중국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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