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어 프로파일]고객 신뢰 가득, 세종 M&A '신성' 정혜성 변호사대기업·글로벌 다양한 경험 토대로 활약, 딜의 가치를 높이는 자문 지향
김지효 기자공개 2024-03-26 08:15:45
[편집자주]
인수합병(M&A) 시장은 국내 로펌에게 신성장동력이 됐다.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 또한 자연스레 M&A 섹터로 이동했다. M&A 법률 자문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그에 걸맞게 맨파워 또한 풍성해졌다. 더벨은 법률시장의 성장을 이끈 M&A 자문 핵심인력들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M&A그룹은 탄탄한 맨파워를 자랑한다. 30년 넘게 M&A 거래를 자문해오면서 임재우·이창원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 김병태 변호사(연수원 26기), 이동건·장재영 변호사(연수원 29기), 최충인·류명현·스테파니김 등 시니어 외국변호사로 이어지는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현재는 자타공인 M&A 전문 변호사 150여명이 포진돼있다.이 가운데서도 사법연수원 35기 정혜성 변호사(사진)는 강지원 변호사(연수원 34기), 이수균·조중일 변호사(연수원 36기)와 함께 세종 M&A그룹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지난 16년 간 세종에 몸담으며 기업, 프라이빗에쿼티(PE) 등 다양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MBK파트너스의 넥스플렉스 인수, SK E&S의 KKR 투자유치,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스타벅스코리아 투자, 당근마켓,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컬리 투자유치 등 그가 관여한 굵직한 딜만 꼽아도 세기가 어려울 정도다.
수 십여건의 딜을 자문했지만 정 변호사는 여전히 ‘더 다이내믹한 딜’을 기다리고 있다. 고객과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단순히 법률가에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딜의 밸류를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통해 세종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다.
◇성장스토리 : 모두 ‘윈윈(Win-Win)’ 가능한 M&A 자문에 매료
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육군 법무관을 거쳐 2009년 첫 로펌으로 세종을 선택했다. 여러 로펌들을 두고 고민을 하다 육군 법무관 시절 알게 된 선배들을 따라 세종에 합류했다.
세종에 합류 직후 정 변호사는 부동산, M&A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을 맡았다. 그러다 점차 M&A분야에 집중하게 됐다. 정 변호사는 M&A자문이 변호사가 맡는 자문 업무 중에서 가장 ‘비(非)법률가스러운’ 업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법정보다 딜을 현장감 있게 쫓는 M&A 자문 업무가 더 역동적으로 다가왔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송무와 달리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그의 성격과 더 잘 맞았다. 그는 “법정에서는 누군가는 환호성을 지르지만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며 “하지만 M&A 자문은 조금씩 양보하면서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더 좋았다”고 회고했다.
첫 로펌인 세종에 줄곧 몸담아왔지만 대기업, 해외 로펌 파견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았다. 2014년에는 GS그룹의 에너지부문 지주사인 GS에너지의 상근 파견 변호사로 근무했다. 6개월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GS에너지에서 몸담으며 대기업 입장에서 M&A 딜을 진행해본 경험은 훗날 그가 대기업과 함께 일할 때 큰 자산이 됐다. 그렇게 쌓은 인연이 이어져 GS에너지가 추진한 인천종합에너지, 차지비, 지엔텔, 청라에너지 인수 건과 신평택발전, 해줌 투자 건도 맡았다.
2015년부터 약 2년 동안은 미국 스탠포드 로스쿨 유학, 미국 로펌 설리반앤크롬웰(Sullivan & Cromwell) 뉴욕 사무소 파견 근무를 통해 국제적인 감각도 익혔다. 이 같은 경험들은 정 변호사가 향후 글로벌 투자사들의 인바운드 투자 건을 맡게 된 밑거름이 됐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스타벅스코리아 투자, 최근 EQT프라이빗캐피탈(구 Baring Asia PE)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한 신한금융지주 투자 건 등 정 변호사가 맡은 글로벌 투자 건만 해도 수 십여건에 이른다.
정 변호사는 SI, FI 뿐만 아니라 유수의 스타트업, 특히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매각, 투자 건도 다수 맡았다. 컬리,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현 당근) 관련 투자 건과 마이리얼트립 투자유치, 쿠캣 매각 건 등이 대표적이다.
◇자문 스타일 및 철학 : ‘고객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자’
정 변호사는 대동소이한 M&A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들 사이에서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1%의 차이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M&A 자문에서 자칫하면 변호사들은 제한적인 역할에 그칠 수 있다.
정 변호사는 단순히 법률가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딜을 종합적으로 ‘밸류 애드(Value-add)’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차이점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정 변호사는 “연차가 낮을 때는 자칫 법률적, 이론적인 부분에서만 고민하는 ‘법률가의 동굴’에 빠지기 쉽다”며 “하지만 이를 넘어서 커머셜한 부분까지 고려해 전체적인 딜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맡기 위해 고객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맡은 딜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역할을 넘어서 ‘고객의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이는 세종 M&A그룹을 이끌어왔던 선배들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정 변호사는 “고객이 관련 딜 뿐만 아니라 회사나 하우스 내부의 이슈까지 언제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도록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며 “고객이 요구하는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묻지 않아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먼저 나서서 일을 챙긴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협조가 필요한 M&A 자문 특성상 원활한 로펌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정 변호사가 신경쓰는 점이다. M&A자문은 이슈에 따라 적게는 4~5개 그룹, 많게는 6개 그룹이 함께 참여해 딜을 진행하게 된다. M&A 담당 변호사는 딜 전체를 총괄하는 일종의 ‘PM(Project Manager)’으로서 각 분야의 의견을 종합해 의견을 정리하게 된다.
이때 거래를 큰 그림에서 바라보면서 딜에 영향을 줄 만한 핵심적인 사항을 조율해 고객에게 자문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변호사는 “단순히 상대방과 협상할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협상가가 되어야 한다”며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딜을 큰 틀에서 바라보면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내부적으로 판단해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 SK E&S의 KKR 투자유치
SK E&S의 KKR 투자유치 자문은 변호사로서 딜의 밸류 애드를 경험할 수 있었던 사례였다. SK E&S는 2021년 KKR로부터 2조4000억원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3차례에 걸쳐 총 3조1350억원 가량의 우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SK E&S 투자유치는 조단위 자금을 지배구조 영향 없이 풀어야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은 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 변호사는 당시 SK E&S 측을 대리해 각 후보자들의 수정제안 조건을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최종 투자가 마무리 되는 시점까지 자문을 맡았다. 정 변호사는 고객인 SK E&S의 니즈를 최우선으로 두고 국내외 유수 PE들이 고민 끝에 제시한 여러 창의적인 조건과 구조를 검토하고 일부는 적절하게 수용하면서 조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 변호사는 “통상적인 바이아웃이나 소수지분 투자의 거래구조가 아닌 투자유치의 조건마다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딜이었고 이를 통해 변호사가 법률적인 면과 커머셜한 면을 모두 고려해 딜의 밸류를 높일 수 있는지 경험했다”며 “SI와 FI의 생리와 니즈가 다른 만큼 쉽지 않았지만 결국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와 조건을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과정에 관여할 수 있어서 보람됐다”고 회상했다.
◇트랙레코드2 : 미국 처브(Chubb)그룹의 라이나생명 인수
2022년 진행된 처브그룹의 라이나생명 인수 건은 정 변호사가 그간 쌓은 글로벌 역량을 발휘한 딜이다. 정 변호사는 당시 매수 측인 처브그룹을 대리했다. 처브그룹은 당시 시그나(Cigna)그룹이 운영하는 한국, 홍콩,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대만, 태국 등 7개국 보험계열사를 사왔다. 총 거래금액만 57억5000억 달러(약 7조 5000억원)에 이르는 ‘빅딜’이었다. 한국 라이나생명과 자회사 및 계열사들의 거래금액이 이 중 상당부분을 차지한 거래로 2022년 국내 M&A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래로 기록됐다.
글로벌 수준의 빅딜이었던 만큼 왁텔립턴(Wachtell & Lipton), 베이커앤맥킨지(Baker & McKinzie), 설리반앤크롬웰 등 쟁쟁한 글로벌 로펌들이 매도인과 매수인 자문단에 포진했다. 하지만 한국 라이나생명의 비중이 크다보니 세종의 역할이 특히 중요했다.
7개 국가의 거래가 동시에 종결되어야 했고 여러 복잡한 이슈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수 개월 동안 글로벌 공조가 이어졌다. 정 변호사는 글로벌 로펌과의 실시간 업무 공조 과정에서 그간 축적된 국제 거래에서의 역량을 발휘했고 딜을 종결까지 성공적으로 자문을 마쳤다.
◇업계 평가 : 법률은 기본, 커머셜한 부분까지 먼저 짚어주는 ‘성실의 아이콘’
정 변호사와 함께 일한 클라이언트들은 정 변호사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GS에너지 파견 변호사 시절 함께 일했던 GS에너지 유상준 상무는 정 변호사를 믿고 일할 수 있는 변호사라고 강조했다. 유 상무는 “정 변호사는 GS에너지 설립 초기에 파견 변호사로 와서 현재 근간이 된 사업들의 인수를 도맡아 해줬다”며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해도 깊은 데다 아직도 우리 소속 변호사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심성의껏 자문을 해줘서 지금도 믿고 일하는 변호사”라고 말했다.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의 이남령 대표도 정 변호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웰투시의 웰랑, GSC, 신일정밀 인수와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HSD엔진, 전진건설로봇 매각 등에서 자문을 맡았다.
이 대표는 “정 변호사는 법리도 강하지만 PE가 원하는 커머셜한 니즈까지 파악해 도움을 주는 변호사”라며 “검토하던 방안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더라도 딜이 되는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해주기 때문에 그간 거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의 성실함과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정 변호사는 모든 요청에 직접 피드백을 하면서 퀄리티 컨트롤을 한다”며 “M&A 자문은 로펌 내부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조언이 필요한데 내부 호흡이 좋아 딜을 진두지휘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역할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로펌 성장에 일조, 더 다이내믹한 딜 원해
세종은 2022년 연매출 3000억원을 달성했다. 경기 침체에도 성장을 지속하면서 처음으로 연매출 ‘3000억 클럽’에 입성했다. 작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3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 상위권 로펌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에 M&A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종 M&A그룹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세종의 위상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이같은 세종의 성장에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정 변호사는 “M&A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로펌은 M&A부문이 역성장 또는 정체된 상황인데도 세종은 최근 3~4년간 매출도 외부 평가도 더 좋아지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좋다”며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해서 세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딜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가득했다. 정 변호사는 “딜을 진행하다보면 스트레스도 크지만 그만큼 아드레날린 러시도 크다”며 “딜 사이즈와 상관없이 호흡이 더 잘 맞고 다이내믹한 딜을 맡아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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