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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Profile/와드]'노력파 전략가' 용태순 대표, 미식 문화 확 바꿨다외식업 패러다임 바꾼 '캐치테이블'…B2B·B2C '통합 플랫폼' 도약

이영아 기자공개 2024-03-27 09:09:55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혁신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아주 작은 것을 바꿔서 우리 삶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드는 것을 다른 말로 혁신이라고 부른다. 혁신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작은 일이라도 변화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다.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작은 변화를 시도하다 보면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끌 수 있다.

용태순 와드 대표(사진)도 그 중 한명이다. 불모지였던 '식당 예약' 시장을 먼저 파고들었다. 집으로 받는 배달은 자동화 통합 솔루션이 만들어졌지만, 오프라인 식당 방문은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변화의 이유가 충분했다. 예약 관리에 성공하면 매출과 재고, 직원 관리도 수월할 것이라 봤다.

'맛집 플랫폼'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캐치테이블의 시작은 업장의 예약 관리 솔루션이었다. 날짜와 시간, 인원수 등 고객의 조건에 맞춰 실시간으로 예약 요청이 반영될 수 있으려면 업장에서의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후 고객 대상 실시간 예약과 예약금 결제 솔루션을 출시하며 '미식 생활'의 풍경을 바꿨다.

◇창업 스토리: 창업 꿈나무, '신문물' 포스기를 접하다

용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창업을 꿈꿨다. '반드시 이뤄져야 할 변화'를 고민하다보면 창업 아이템이 떠오를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운영했던 꼬치구이 프랜차이즈 '투다리'에서 답을 찾았다. '식당 관리가 힘들었던 자영업자'를 위해 외식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용 대표는 "1996년 대학 시절 어머니 밑에서 일손을 돕다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변화'를 포착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엔 가게 매출이나 예약 현황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했다"면서 "영업 종료 후 새벽마다 정산 작업을 할 때 매출·재고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땀을 뺐다"고 돌아봤다.

어머니가 가게에 포스(POS·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를 도입해 업무를 전산화 하자 매장 관리가 한결 수월해진 걸 보고 신문물 도입의 중요성을 느꼈다. 용 대표는 "작은 기계가 바꿔놓은 현장의 변화가 엄청났다"면서 "외식업에 디지털을 입히면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곧바로 창업에 나서고 싶었지만 잠시 쉼표를 찍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는 어머니의 반대가 컸다. 미디어 전공을 살려 광고대행사에 취업했다. 이후 게임회사 조이시티(JCE)로 적을 옮겼다. 몇년 뒤 경력을 살려 NHN으로 이직하게 된다. 그는 NHN에서 마케팅·데이터분석·기획 등의 업무를 맡았다.

용 대표는 "여러 회사에 몸담은 것은 '꿈을 키우는 과정'이었다"면서 "40살이 되면 퇴사하고 내 회사를 창업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름길보다 우회로가 도움이 됐다"며 "NHN에서 마케팅과 데이터분석, 기획을 비롯해 다양한 업무를 담당한 것은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영감받는 인물: '페이잇포워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운명의 멘토'를 만난 것은 창업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게임회사 지노게임즈의 프로듀서(PD)로 연을 맺었다. NHN 소속 용 대표는 지노게임즈의 카운터파트로서 김 대표와 소통할 일이 많았다. 인간적인 신뢰도 두텁게 쌓여갔다.

용 대표는 "당시 38살로 목표했던 창업시기(40세)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며 "(김 대표에게) 창업 관련 조언을 여러번 구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실무자의 역할을 뛰어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노게임즈에서 주도적인 업무를 진행하며 창업 아이템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의 제안으로 지노게임즈에 합류했다. 용 대표는 지노게임즈 재직 시절을 '경영 수업'에 빗대어 표현한다. 사업 분석, 투자자 미팅, 조직관리 등 밀도 높은 경험을 쌓았다. 그는 "창업을 위한 그릇을 만들던 시기"라며 "가능한 많이 배워서 그릇을 가득 채우자는 마음으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최적의 타이밍이 찾아왔다. 크래프톤 전신 블루홀이 2015년 지노게임즈를 인수한 것이다. 작은 조직에서 주도적인 업무를 더는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마침 40세에 접어들며 결단을 내릴 시기가 찾아왔다. 용 대표는 블루홀지노게임즈(현 펍지)를 나와 창업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2016년 12월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명은 '와드'로 정했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시야를 밝혀주는 보조 스킨 아이템의 이름이다. 시야를 확보해 게임의 승패까지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아이템이다. 외식업계의 혁신을 이끄는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용 대표는 지금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김 대표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펍지 개발본부장으로 있다가 펍지 대표이사와 크래프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하며 게임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기꺼이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를 행했다. 자신과 같은 길을 가려는 후발주자를 기꺼이 도와주려는 선한 마음을 갖고 행동으로 옮겨 산업 생태계 전체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라는 게 용 대표의 설명이다. 용 대표는 "혼자 고민하지 않는 편"이라며 "먼저 경험하신 선배님들에게 지혜를 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성장 터닝포인트1: '맨땅에 헤딩' B2B 솔루션 출시

창업 이후 내놓은 첫 번째 서비스는 기업간거래(B2B) 레스토랑 예약 관리 시스템이다. 실시간 예약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레스토랑 예약 데이터베이스(DB)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아이템을 선정했다. 영업 과정은 고단했다. 태블릿과 앱이 켜진 상태로 사장님들께 보여주면서 '맨땅에 헤딩' 영업을 했다. 일명 '돌방'(돌면서 방문한다)으로 불린다.

용태순 대표를 포함해 공동창업자인 신성일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유호진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하루에 30~40군데 매장을 직접 돌아다녔다. 용 대표는 "솔루션이 고장나거나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달려가 해결하는 등 발로 뛰었다"고 회상했다.

잡상인 취급을 받으며 소금을 맞고 쫓겨나기도 했다. 영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벤처캐피탈(VC) 투자 물꼬도 쉽게 트이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 대표는 "낮에는 업장을 방문하며 영업을 뛰고, 밤에는 서비스 개발과 솔루션 보완, 사업 기획에 매진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서비스 출시 이후 약 2년 반 만에 가입 고객사 수를 2000여개까지 늘렸다. '입소문'이 주효했다. 매장관리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좋은 평가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퍼졌다. 고대하던 투자 유치 또한 이뤄졌다. 2018년 NHN페이코에서 와드의 잠재성에 주목해 5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했다.

◇성장 터닝포인트2: B2C 플랫폼 '캐치테이블' 탄생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예약 서비스 ‘캐치테이블’이 나온 것은 2020년 9월이다. 가맹점을 늘리며 탄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뒤 지역·가게명·메뉴·가격 등을 입력해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게 했다. '인원', '테이블 위치', '메뉴' 등의 조건을 입력하기만 하면 실시간 DB 확인을 통해 즉각 예약된다.

용 대표는 "기존 예약 서비스들은 소비자가 예약 의사를 전달하면 사람이 직접 식당에 연락, 자리 여부를 확인한 뒤 예약을 확정하는 방식이었다"며 "우리는 식당에서 사용되는 예약관리 솔루션을 먼저 납품했고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빈 자리 유무 등 식당 상황을 알 수 있기에 디지털 예약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2B DB를 바탕으로 캐치테이블은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외식업계 '맛집 감별사'로 자리매김했다. 캐치테이블은 전국의 8000여개 매장의 온라인 예약·대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쉐린 상표권 사용 및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sia’s 50 Best) 스폰서십 계약도 체결하며 검증된 맛집 정보를 보여준다.

'DB확보→소비자 유입→DB추가 확보'라는 궤도에 오르면서 모험자본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특히 2021년 4월 시리즈B 투자는 회사의 요청이 아닌 VC들의 요청으로 계획보다 빨리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투자 라운드를 거듭하며 지난해 300억원 규모 시리즈D까지 마무리했다. 누적 투자금은 700억원이다.


◇현재 고민: 조직관리, 독서와 스쿠버다이빙 '도움'

용 대표는 사업 성장 못지않게 조직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고민 또한 마찬가지다. 비즈니스가 탄탄대로를 밟기 위해선 인재를 잘 영입하고 관리하는 경영자가 돼야한다는 믿음이 있다. 최근 2년새 캐치테이블의 구성원은 4배가량 불어났다.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 인재 영입이 이뤄졌다.

먼저 책에서 길을 찾고 있다. 성공한 창업가의 '사고를 배운다'는 마음에서다. 주말 2시간의 독서 시간을 확보했다. 용 대표는 "존경하는 사람의 사고 체계를 습득하는 것에 독서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면서 "제프 베이조스의 책을 읽는 것은 그 사람과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은 리브어보드(Live-aboard)다. 이는 다이빙 전용 보트위에서 숙식하는 '다이빙 크루즈 여행'을 의미한다. 창업이후 용 대표는 매년 리브어보드 여행을 떠난다. 휴대전화를 꺼두고 오롯이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짊어지는 고민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고 한다.

와드 구성원은 용 대표의 리브어보드 여행을 '숙제를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칭한다. 실제 용 대표는 사업 및 조직관리 아이디어를 정리한 뒤 돌아와서 구성원에게 공유한다고 한다. 일종의 '숙제'를 던지는 셈이다. 이는 서비스 개발 아이디에이션 및 더 좋은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용 대표는 최근 기업문화와 관련해 '개인이 아닌 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출난 1명의 개인보다 똘똘뭉친 1개의 팀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약 200명에 달하는 구성원이 뭉쳐 더 노력할 때 좋은 성과를 낸다는 믿음이 생겼다. 용 대표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협업을 통해 성장하는 회사를 꿈꾼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 사장님·고객 잇는 '미식생활 통합 플랫폼'

궁극적인 목표는 '미식생활 통합 플랫폼'이다. 레스토랑 이용의 모든 여정을 함께하는 것을 지향한다. 용 대표는 "캐치테이블 강점은 B2B와 B2C 외식 사업 영역을 아우른다는 점"이라며 "외식업 매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능을 한데 모아 제공하는 '슈퍼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외식업 솔루션 시장은 예약 따로, 줄서기 따로, 점주 버전 따로인 분절화된 형태를 보여왔다. 와드는 이같은 비효율 문제에 주목해 캐치테이블 서비스를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B2B는 포스기, 예약, 대기 관리, 매출 관리, 인력 관리, 식자재 관리가 있다. B2C는 예약, 온라인 대기, 키오스크, 테이블 주문, 스마트 주문 등이다. 캐치테이블은 지금 언급한 B2B와 B2C 모두를 아우르는 솔루션이자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캐치테이블은 먼저 포스 서비스, 웨이팅 서비스를 각각 선보였다. 포스 서비스는 단순 결제뿐 아니라 예약부터 대기, 재고 관리까지 매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웨이팅 서비스는 예약 없이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현장에서 즉석으로 입장 번호를 부여받는 서비스다.

올해도 캐치테이블 하나로 레스토랑 운영이 가능한 통합 플랫폼 구축에 주력한다.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등 진출 영역을 늘리고자 한다. 용 대표는 "점주들에게 실질적인 매출 증대를 가져다드리는 최고의 솔루션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고객을 위해 '미식생활' 저변을 넓히겠다는 포부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고객층을 확장하고 있다. 외국인도 간편하게 예약하고 더 많은 유명 맛집을 탐방할 수 있게 돕는 게 목표다. 최근 서울시와 업무 협약도 맺었다. 외국인 미식관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공동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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