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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Profile/이그니스]'아시아 네슬레' 꿈꾸는 매출 1000억 창업가 '박찬호'2014년 창업·설립 10주년, "100년 가는 브랜드 만들 것"…조단위 밸류 IPO 도전

이영아 기자공개 2024-02-21 08:19:58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슬레와 피엔지(P&G)는 '브랜드 디벨로퍼'로 불린다. 100년 넘게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여러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어왔다. 하나의 제품도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대다. 수십개의 브랜드와 수백개의 제품을 성공시킨 것은 창업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의 도전'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사진)는 가슴 뛰는 도전에 나섰다. 다양한 영역에서 장수하는 브랜드를 계속해서 만들며 성장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2014년에 이그니스를 설립해 10년 만에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현재까지 4개의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꿈에 한발짝 다가섰다.

지난 10년은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물론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지속시키기 위한 부침이 있었다. 시장 환경도 급변하면서 회사가 휘청한 경험도 했다. 박 대표가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통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만들자는 경영 철학을 체득한 배경이다.

◇창업 스토리 : 창업 꿈나무, 러닝 메이트를 만나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창업을 꿈꿨다. 그의 꿈은 대학 진학과 함께 구체화했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하면서 꿈을 현실로 함께 만들 '러닝메이트'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그니스의 공동 창업자인 윤세영 이사다. 서강대 동기였던 두 사람은 밤낮을 함께하며 창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문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넘쳤다는 것이다. 프랑스 어학연수를 다녀온 윤 이사가 여러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오긴 했으나 이를 실행으로 옮길 경험과 자본이 없었다. 직접 프랑스 대사관까지 찾아갔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두 사람의 창업 아이디어는 세상 밖으로 나와 빛을 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취업한 뒤 자본금을 모아 다시 시도해보자고 뜻을 모았고, 실천에 옮겼다. 박 대표는 대우인터내셔널, 윤 이사는 대우건설에 취업을 한 것이다. 박 대표는 대우인터내셔널 전략사업팀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맡았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견하고 투자를 검토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는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실리콘밸리 개발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건강식 '소이렌트(Soylent)'를 접하게 됐다. 소이렌트는 마시는 것만으로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완전 영양식을 표방했는데, 맛보다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었다.

이는 창업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소이렌드는 맛에 기반을 두지 않고 오로지 기능성을 내세운 제품이다. 박 대표는 기능성과 맛 '두마리 토끼'를 잡는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훗날 기능성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분석도 힘을 보탰다.

박 대표와 윤 이사는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 10월 이그니스를 창업했다. 필수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맛도 있는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였다. 기존 제품과 식품영양학도 공부하면서 직접 레시피를 기획했다.

2015년 10월 이그니스는 와디즈 펀딩을 통해 단백질 음료수 '랩노쉬'를 선보이게 된다.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를 가득 담은 분말 형태의 쉐이크 제품으로 첫선을 보였다. 랩노쉬는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기준 가장 많은 금액(1억3000만원)을 달성했다.

◇성장 터닝포인트1: '제품'에서 '브랜드' 개발로 진화

랩노쉬 출시로 성장하던 이그니스는 3년쯤 지나자 정체기를 맞이했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스케일업'하고 경쟁자를 제쳐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꿈을 품고 마케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는데, 실패한 것이다. 2018년 이그니스는 시리즈A 투자금 70억 중 절반 이상을 3개월만에 소진했다.

2015년 15억원, 2016년 40억원, 2017년 80억원 등 매년 두 배 이상 뛰는 매출을 보며 마음이 부풀었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배우 변요한을 모델로 고용하고, 여러 채널을 통해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건강식품시장의 성장세가 이를 따라오지 못했다. 2019년부터 시장 규모가 정체한 것이다.

뼈아픈 실패의 경험은 브랜드 디벨로퍼라는 지향점을 세우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단일 제품 성장세에 의존한 것이 패인으로 꼽혔다. 당시 박 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통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만들어야 스타트업 특유의 도전적 사업을 꾸준히 벌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신성장동력으로 구상한 브랜드가 '그로서리서울'이다. 박 대표와 윤 이사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즙, 곤약, 닭가슴살 등 다양한 제품을 냈다. 거기서 살아남은 게 곤약과 닭가슴살이다. 닭가슴살을 별도 브랜드 한끼통살로 출시하고 그로서리서울은 곤약 브랜드가 됐다.

동시에 판매 채널 다각화에도 공을 들였다. 가장 주력했던 것은 자사몰을 키우는 것이었다.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외부 채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자사몰과 연계한 자체 콘텐츠 마케팅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자체몰과 편의점, 외부 쇼핑몰(올리브영, 쿠팡, 컬리, 네이버 등)을 연계한 전략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유명 대기업들이 단백질 식품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매출도 2020년 119억원, 2021년 146억원, 2022년 502억원, 지난해는 948억원으로 성장했다.

브랜드 디벨로퍼를 향한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도 새로운 브랜드를 여럿 선보인다. 이그니스는 1월 건강기능식 브랜드 ‘닥터랩노쉬’를 신규 론칭했다. 이어 3월엔 뷰티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색조 브랜드를 먼저 출시한 뒤 기초 브랜드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장 터닝포인트2: 글로벌 진출 단초 '엑솔루션' 인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도전이 이어졌다. 2022년 독일의 기술 기업 '엑솔루션'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알루미늄캔에 쓰이는 개폐형 마개를 만드는 회사였다.

박 대표는 음료 브랜드 클룹을 개발하던 중 실리콘밸리의 캔음료 업체 '리퀴드 데스'를 알게 됐고, '플라스틱에 죽음을 선사한다'는 콘셉트에 매료됐다고 한다.

박 대표는 "리퀴드 데스처럼 콘셉트가 뚜렷한 우리만의 캔워터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시장 조사에 나섰고, 개폐형 마개를 만드는 엑솔루션을 알게 됐다"면서 "무작정 표를 끊어 독일로 향했고, 장정 6개월을 노력한 끝에 매달린 결과 어렵게 독점 계약을 따 낼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독점계약 이후 승승장구할 것 같았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엑솔루션이 부도가 난 것이다. '클룹’에 마개를 접목해 편의점 등에 납품하고 있었던 이그니스에겐 큰 위기였다. 이그니스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엑솔루션을 직접 인수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박 대표는 "엑솔루션 측에서 절차 진행이 가장 빠른 곳에 매각하겠다고 하더라"면서 "다시 독일행 티켓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어 "2주 동안 뮌헨·브레멘·슈투트가르트 등 독일 전역의 설비 공장을 돌았다"며 "실사부터 납입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아 인수를 마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과감한 결단은 '무리수'가 아닌 '승부수'가 됐다. 엑솔루션은 펩시, 짐빔, 몬스터 등 글로벌 음료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해당 마개가 적용된 갤로(Gallo)의 하이볼 제품이 미국 증류주 시장에서 지난해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더 많은 브랜드와 협업할수록 고스란히 수익으로 잡힌다.

엑솔루션을 향한 모험자본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그니스는 348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엑솔루션의 성장세에 주목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이 제품 연간 생산 규모를 기존 1억개에서 6억~7억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엑솔루션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3%에서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엑솔루션 사업에서만 연간 매출이 수백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현재 고민: 브랜드 카테고리 확장과 수출 강화

박 대표의 현재 고민 또한 새로운 브랜드 개발이다. 목표는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를 여럿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세일즈팀을 대폭 키우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조연경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영입하며 기틀을 다지고 있다. 조 CBO는 색조 브랜드 '키스미'와 '릴리바이레드'를 론칭 및 육성하며 코스닥 입성을 성공시킨 바 있다.

우선 건강기능식품 라인업을 확대한다. 지난 1월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 '닥터 랩노쉬'가 중심이 된다. 박 대표는 "체지방과 혈당을 관리해주는 '혈당관리 다이어트 혈당슬림컷'을 우선 출시했다"면서 "맛있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구미형(젤리형) 제품도 개발하며 라인업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 브랜드는 색조와 기초 카테고리 모두 준비중이다. 박 대표는 "3월 출시되는 색조 브랜드는 올리브영 등 채널을 활용해서 일본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기초 브랜드는 마스크팩, 토너패드 등 전세계에서 인기 있는 K-뷰티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아마존 채널을 노릴 것"이라고 전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아 넘버원 브랜드 디벨로퍼'로 성장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그니스라는 사명은 인류를 발전하게 한 불처럼 혁신과 진화를 이끌겠다는 의미"라며 "수십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넘어 각각의 브랜드가 100년씩 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 올해 매출 2000억 목표, 1조 밸류 IPO 조준

올해 이그니스는 실적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목표다. 안정성이 높은 식품과 성장성이 높은 뷰티 사업을 동시에 확장하면서 안정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겠단 전략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2000억~2300억원, 영업이익은 150억~200억원으로 잡았다.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박차를 가한다. 최근 이그니스는 하나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 밸류업을 통해 1조원 이상 밸류에이션에 도전한다. 박찬호 대표는 "기본적으로 조단위 밸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가장 보수적으로 책정한 밸류가 5000억원"이라고 말했다.

2025년 상반기 지정감사를 신청해 하반기 상장 예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2025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지금 같은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투자자들과 협의해 밸류업 관점에서 기간적 여유를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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