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 Profile/이노스페이스]'혁신가' 김수종, 국내 '우주·항공' 분야 새지평 연다국내 우주발사체 기업 최초 IPO 도전, 2025년 첫 상업 발사 기대감↑
이기정 기자공개 2024-03-20 08:48:06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노스페이스가 국내 우주발사체 기업 중 처음으로 상장에 도전한다. 우주·항공 섹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시도로 여러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상장 후 이어지는 위성을 싣은 상업 발사에는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상업 발사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을 보유한 세번째 국가가 된다.
지금은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그간 설움도 많았다. 설립 후 1년을 투자사를 설득하는데 매달려야 했다. 시험 발사에도 한차례 실패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의심을 받기도 했다. 임직원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창업가의 역량이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사진)는 기술 전문성과 성장에 확고한 믿음으로 회사를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올해 드디어 김 대표는 20년 동안의 꿈을 인정 받을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위대한 혁신'을 이루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이노스페이스가 기술력뿐 아니라 경제성과 안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각오다.
◇창업 스토리 : 어릴적부터 '하늘'에 관심…민간 로켓 시장 개화에 창업 결정
1976년생인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하늘과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같은 관심은 학창시절에도 계속됐다. 처음에는 파일럿을 꿈꿨지만 시력이 나빠 진로를 한차례 변경했다. 한국한공대 기계설학과 학사를 취득한 그는 같은 곳에서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 열공학 및 추진공학 석·박사를 마쳤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 대회에 자주 나갔었는데 우주나 하늘을 나는 물체를 그렸던 기억이 많다"며 "대학 3학년 시절 하이브리드 로켓의 연소시험 장면을 우연히 보게되면서 로켓에 매료됐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로켓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이스라엘로 떠나 테크니온공과대 로켓추진센터에서 박사 후 과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유도무기 연구를 진행했다. 이어 국내로 들어와 한화 방산 부문에서 로켓 추진기관 개발을 하 2017년 이노스페이스를 설립했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기술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하이브리브 엔진 기술이라는 한 우물을 파면서 전문성을 확보했다. 그는 해당 기술이 가진 '안정성'과 '경제성'이라는 강점이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 대표는 "창업 당시는 미국 스페이스X가 2008년 첫 상업 발사를 성공한 후 민간에서 주도하는 발사 서비스를 약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이뤄내던 시기였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상업화에 대한 가능성을 논하기 이른 시점이었지만 세계적으로 민간에서도 우주발사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우주발사체 시장 핵심은 경제성의 여부였고 그동안 연구한 기술이 상업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마침 국내에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완성되면서 생태계가 구축돼 있었기 유리한 조건은 아니지만 창업에 도전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어려움도 많았다. 회사를 설립하고 투자유치에 돌입했지만 세간의 시선은 '무리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대부분 투자사가 우주 분야를 성장이 가능한 산업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투자사를 설득하는데 써야 했다.
가족의 믿음과 액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가 김 대표의 꿈을 실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먼저 장인어른이 사비를 통해 엔젤투자에 나섰다. 또 퓨처플레이가 초기 투자를 시작으로 다른 투자사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투자사들을 찾아다니며 세계 우주 시장 트렌드와 이노스페이스의 성장 잠재력, 비전을 끈질기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며 "퓨처플레이는 이메일을 먼저 보내며 알게 됐는데 빠른 의사 결정으로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투자유치 과정에서도 퓨처플레이의 시드투자를 받았다는 이력이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성장 터닝포인트1: 변곡점 된 이스라엘 유학, 창업 결정 이끌었다
김 대표의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는 이스라엘에서의 경험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창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한 곳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스라엘에서 기술뿐 아니라 창업가의 덕목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김 대표는 창업은 물론이고 사업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거부감이 있을 정도였다. 다만 이스라엘에서 활발한 창업 생태계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은 로켓 엔진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이스라엘 청년들이 학업 중에도 아무렇지 않게 창업에 나서고 실패하면 다시 학업에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라엘 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배우면서 창업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특히 당시 지도교수가 우리나라에 상당히 우호적이었는데 연구 분야에 대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성장 터닝포인트2: 시험 발사체 발사 성공, 본격 '성장 궤도' 올랐다
이노스페이스의 성장 터닝포인트는 단연 지난해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진행한 발사체 '한빛-TLV'의 시험 발사다. 국내에서 민간이 개발한 우주발사체로는 처음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 시점을 계기로 회사는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실제 글로벌 약 40개의 소형발사체 기업 중 준궤도 시험발사 이상의 성과를 보유한 기업은 10개 내외다. 이번 시험발사 성공으로 이노스페이스는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톱 10개 기업 중 하나로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대표는 "시험발사 성공 전에는 고객 문의가 발사체 개발 스펙이 어떠냐, 상업 발사시점은 언제냐, 가격은 어느 정도냐 등 정보 확인 차원이었다"며 "이제는 디테일하게 협상하자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를 포함해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30여개 위성 고객사와 발사 서비스 계약에 대해 실제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험발사에 성공하는데 발사체 개발 착수부터 5년이 걸렸는데 상당히 단기간에 성과를 달성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며 "발사가 성공했던 이유는 대내적으로는 로켓 개발, 운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최소한의 도전적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위성 발사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민간기업은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의 스페이스X와 로켓랩 두 곳으로 압축된다. 전세계적으로 우주 발사 서비스가 가능한 기업이 귀한 셈이다. 이노스페이스가 아직 비행 시험을 통해 발사체 개발에 대한 기술적 검증을 마친 단계임에도 미리 발사 슬롯을 선점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김 대표는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기술과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위성 발사 수요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위성이 소형·경량화되면서 하나의 중형위성 대신 소형위성 여러 대를 한꺼번에 군집방식으로 쏘아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영감을 받은 인물 :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 복돋아 준 '피터 드러커'
김 대표가 영감을 받은 인물은 오스트리아의 경영학자이자 작가인 '피터 드러커'다. 특히 드러커의 저서 '위대한 혁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김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던 당시 지인으로부터 책을 소개 받았다. 이후 정독하면서 '혁신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그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로켓 발사 시장에서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두려움이 컸지만 책을 읽고 용기를 얻었다"며 "이전에는 혁신은 한 천재가 뛰어난 능력으로 무언가를 바꾸어 내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책을 통해 혁신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혁신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작은 발상, 단순한 생각의 전환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러한 혁신에 영감을 얻어 사명도 ‘혁신(innovation)’과 ‘우주(space)’를 합성한 ‘이노스페이스(INNOSPACE)’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은 1950년대부터 연구가 이어졌던 분야로 새로운 기술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민간이 시도하는 우주 개발 분야에서 상업성과 경제성이 부각되며 이노스페이스가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회와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터 드러커와 공통점을 찾았다. 그는 "천재적인 영감이 아니라 기회와 시간을 잘 활용해 새로운 미래 혁신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피터 드러커의 생각과 이노스페이스의 시작이 닮아 있는 것 같다"며 "위대한 혁신이라는 초심을 다질 때마다 항상 책을 펼쳐보곤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민: 기술특례상장 준비 총력…"국가 기술 경쟁력 발전 이끌겠다"
김 대표의 현재 고민은 성공적으로 기술특례상장을 마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술적 성과와 성장 잠재력으로 투자와 지지를 받아왔지만 상장 과정에서는 평가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적 성과, 재무실적 등을 강화하고 있다.
우주발사체 기업을 주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발사체는 수천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체계종합 제품으로 특정 임무를 달성하기까지 개발 과정이 길고 다수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는다. 무조건적인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국내에서는 이노스페이스가 첫 상장에 나서는 사례이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이같은 과정을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 대표는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꾸준히 만들어 내야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상업 발사를 앞둔 시점에서 우주발사체 기업의 특성을 주주들에게 지속적으로 이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 산업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민도 이어가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기술 발전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우주 산업 분야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김 대표는 그동안 해외 투자사의 러브콜을 마다 하고 국내에서만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국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일들이 많다"며 "사업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글로벌 우주·항공 분야에서 국내 기술과 기업들이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글로벌 최고 '하이브리드 소형발사체' 도약 목표
김 대표는 우선적으로 현재 개발 중인 첫 궤도진입 발사체 '한빛-나노'에 실제 고객의 위성을 싣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점은 내년 1분기가 유력하다. 또 상장 후 고객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촘촘히 그려왔다"며 "첫번째 실행 계획은 발사체 ‘한빛’ 시리즈 신규 라인업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탑재중량과 엔진 포트폴리오를 확장함으로써 고객의 니즈와 수익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목표는 이노스페이스를 세계 소형위성발사체 시장에서 차별화된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을 기반으로 ‘저비용 신속발사’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그는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 특성상 현재도 경쟁사 대비 저렴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술 개발 난도가 높지만 민간기업으로서 고객만족과 수익실현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전략적 기술이기에 독자 기술 확보에 속도를 높여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우주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위성 발사 수주를 통한 매출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야 한다"며 "한빛-TLV 시험발사 성공과 함께 세계 소형위성발사체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한 만큼 올해는 다수의 수주 성과를 창출하는 것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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