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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확장 전략]'한국 반 미국 반' 이동훈의 셔틀·감성경영 미국 뚫었다②150명 현지직원 스킨십 행보…작년 분기 흑전 달성, 미국서 1조 매출 제시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26 09:36:48

[편집자주]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 신약을 앞세워 글로벌 정복에 나섰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미국에서만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겠다는 포부다. 향후 7~8년간 최대 5조원의 현금을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눈에 띈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더벨은 SK바이오팜의 전략과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0: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은 자체신약이라는 막강한 아이템에 더해 상업화 전열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확보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선 이례적인 미국 직판이라는 강수를 두면서다. 성공을 장담키 어려운 모험이었다.

출시 5년 차 최근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직판체제가 안착되면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도 뚫기 어려운 신약 마케팅을 미국시장에서 이루고 있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그 배경에는 이동훈 대표이사의 현장경영과 함께 의외의 '감성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美 직판, 현지직원 접점 늘리는 데 주력

SK바이오팜은 굴지의 대기업인 SK그룹의 계열사이지만 신약의 미국직판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직판 체제를 안착시키며 지금이야 낯설지 않은 전략이 됐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았을 당시만 해도 국내 제약사 중 신약을 미국에서 직접 판매한 곳이 전무했다. '제약산업'은 사실상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들이 패권을 잡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도전장을 내밀 입장이 못됐다.

그럼에도 직판 도전장을 내민 건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비용 절감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이었다. 협력사를 끼고 유통하는 것과 달리 직판을 하면 수수료 지출이 줄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 진출 시 국내 기업이 협력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통상 매출의 30~40%로 알려졌다.

항암이 아닌 뇌전증 신약이라는 점에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미국 뇌전증 전문의는 약 1만명, 뇌전증 전문센터는 200여곳에 불과하다. 소수 전문의만 처방이 가능한 뇌전증 치료제의 특수성을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수의 영업사원만으로도 미국 전역에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직판은 초기 체제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현지 법인을 세우고 전문 영업 및 마케팅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막대한 고정비를 부담해야 한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역시 넘어야 할 관문이었다. SK그룹이 국내서야 유명하지 미국 제약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전무했다. 이에 더해 출시 직후 창궐한 전염병도 걸림돌이었다.

아무도 가보지 않던 길을 개척하는 임무를 맡은 게 바로 이동훈 대표다. 작년 대표이사에 오른 그가 세노바메이트 매출 확대를 위해 택한 방법은 결국 직판이었다. 미국시장을 뚫지 않고선 매출을 늘릴 묘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세노바메이트 약효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그가 택한 건 현장경영, 직접 현지 영업사원들을 만나면서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동시에 SK그룹에 대한 로얄티를 부여하는 걸 첫번째 임무로 택했다.

미국은 국내와 보험, 약가제도, 유통구조 등이 다른 데다 당시 현지 영업 사원은 SK그룹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의약품 판매가 이뤄지는 구조뿐만 아니라 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전반적인 사안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이 대표는 작년부터 내내 미국의 의약품 판매 현장을 발로 뛰었다. 한달의 반은 미국에서, 반은 한국에서 지낸다.

현지 영업사원을 일일이 살피면서 조직 관리에 힘을 쏟았다. 그는 미국 내 10개 세일즈 지점 내 150여명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다. 나아가 이들 직원의 가족 관계까지 파악하면서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영업직원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 한국 도장을 파주고 직원들을 불러모아 가든파티를 여는 등 스킨십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KPI대로만 움직일 것 같던 영업직원들이 가족의 안위와 성장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감성자극으로 독려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SK그룹, 더 나아가 세노바메이트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일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 대표는 최근 더벨과 나눈 대화에서 "영업이라는 게 KPI대로만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깊이 신뢰하고 공감하면서 친밀감을 쌓고 깊숙이 관계를 다지면서 우리 비즈니스 안으로 자발적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세노바메이트 직판 효과 가시화, 작년 분기 흑전 성공

이렇게 다져진 미국 직판의 안착으로 SK바이오팜은 원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작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시장에서만 1조원 이상 팔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국산 신약 중 첫 블록버스터 신약이 된다. 향후 7~8년간 최대 5조원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직판의 효과는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총이익률은 90% 중반이다. 이미 직판 체제가 안착한 만큼 고정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원가가 높지 않아 한 번 매출이 손익분기점을 넘은 뒤엔 대부분 매출이 수익으로 잡히는 매직이 일어난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이 2708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무모해 보이는 목표다. 아직 영업수익이 영업비용을 감당할 수준도 아니다. 마케팅, 현지 인력 관리 등 판매관리비 등에 적잖은 비용이 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작년 기준 신규 환자 처방 수 1위 뇌전증 치료제로 등극했다. 특히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작년 미국 시장 세노바메이트 매출은 2021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출시 44개월 차 처방 수는 경쟁 신약 출시 44개월 차 처방 수의 2.2배에 달한다.


이로써 작년엔 분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작년 4분기 연결 기준 SK바이오팜은 매출 1268억원, 영업이익 15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1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선 이후 7개 분기 만에 분기 영업 흑자를 냈다. 올해 연간 흑자전환도 점쳐진다. 올해 증권사 컨센서스는 매출 5068억원, 영업이익 513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구축한 직판 체제를 통한 확장 계획을 내놨다. 세노바메이트로 다진 탄탄한 영업망에 새 제품군을 얹어 외형을 확장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세부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 구축한 직판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상업화 제품을 인수할 예정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세노바메이트와 같은 계열인 중추신경계질환(CNS) 적응증 제품이다.

이 대표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쌓아온 풍부한 처방 경험으로 전 세계 뇌전증 환자와 의료진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며 "또 앞으로 내부 파이프라인 및 외부 추가 제품(2nd Product) 도입을 통해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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