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미래에셋 주주환원 전략]박현주의 '확고한' 철학...주주환원 '방향성'을 제시하다①글로벌 트렌드 '자기주식 소각' 연례 행사, 실질적 주주가치 제고 평가

양정우 기자공개 2024-04-03 13:22:54

[편집자주]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미래에셋증권의 의지는 강하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기 이전부터 주주환원책을 내놓았던 증권사다.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 실행으로 모든 주주에 실효성있는 환원 효과를 부여하면서 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공을 들여 내놓은 미래에셋 주주환원책의 효과와 한계를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돈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읽히듯 돈은 바르게 벌고 바르게 쓰일 때 사회에 기여하는 밑거름으로 뿌려질 것으로 봤다.

거대 금융그룹의 사주로서 다른 주주에게 갖고 있는 스탠스도 같은 선상에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피력하면서 강력한 환원 조치를 주문해왔다. 그래서 미래에셋증권은 옛 대우증권을 인수해 통합 증권사로 거듭나는 모험을 감행한 시점에도 강도높은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문화를 인수 후 통합 작업에 못지 않게 중시한 대목이다.

올들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한국 증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근책이 제시된 당국 정책에 보폭을 맞추기보다 한 발 앞서 주주환원을 진지하게 고민해왔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이어 이제 소각 물량을 확정적으로 공시하는 방향으로 증권가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 연례행사 자리매김…주주환원 정책도 업계 방향성 선도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통합 미래에셋증권으로 거듭난 뒤 처음으로 이익소각을 단행한 건 2018년 2분기다. 이익소각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대신 자기주식을 소각해 간접적으로 이득을 돌려주는 방식을 뜻한다. 자사주 소각은 크게 이익소각과 감자소각으로 나뉜다.

당시 자기주식인 보통주 800만주를 주주환원 목적으로 이사회 결의에 의거해 소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9000원 대였던 주가를 단순 계산하면 700억원 안팎인 규모였다. 연간 당기순이익이 4000억~5000억원 수준이었던 시기인 만큼 작지 않은 액수였다. 이로써 발행주식 총수가 6억6632만주에서 6억5832만주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발행주식 규모는 감소했으나 자기주식 규모(1억1038만주→1억881만주)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800만주의 소각을 단행하고자 그 규모만큼 자기주식을 장내에서 직접 취득했기 때문이다. 주식의 수급을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시킨 동시에 실제 소각까지 매듭지었다. 기업 밸류의 대표적 잣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린 조치였다.

그 뒤로도 자기주식 취득과 이익소각은 지속적으로 단행됐다. 2020년 6월엔 1300만주의 소각을 감행하는 강수를 뒀다. 주가를 9000원 안팎으로 추산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액수였다. 그 해 장내 직접 취득(5000만주)에 나서기도 했다. 모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포석이었다. 이익소각은 이제 매년 시행되는 이벤트로 자리를 잡았다. 2021년(1000만주), 2022년(2000만주)에 이어 지난해(1000만주)까지 릴레이를 벌였다.

이런 주주환원책 덕분에 유통주식수는 드라마틱하게 감소하고 있다. 2017년 말 5억5594만주에서 지난해 말 4억5928만주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 기업의 내재적 가치는 주식수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유통주식수가 줄어든 건 주주들이 보유하던 각자 파이의 크기가 별도의 비용없이 더 커진 효과를 누린 셈이다.


◇배당보다 자사주 카드 선호…소각물량 사전확정, 주주 예측가능성 제고

미래에셋증권의 주주환원 정책은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 방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전히 배당도 실시하지만 자사주 소각 카드를 선호하기에 현금배당성향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였던 대우증권의 경우 현금배당성향이 40% 안팎에 이르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통합된 뒤에도 한때 높은 배당성향을 고수했으나 정책 변화와 함께 배당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매년 실적 부침에 따라 현금배당성향도 조절되고 있으나 근래 들어 10~20% 대로 수렴하는 추세다.

하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시하는 스탠스에서 한걸음을 물러선 건 아니다. 지난해 결산 배당금 총액(약 898억원)과 지난 2월 실시한 자기주식 소각 금액(약 822억원)의 총액은 약 1720억원으로 집계된다.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회사측이 투입한 총액은 조정 당기순이익(연결재무제표 지배주주 기준)과 비교해 약 52.6%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자기주식 1000만주에 대한 이익소각을 완료했고 하반기 들어 1000만주를 직접 매입했다. 올해 역시 지속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한다는 방침다. 이미 지난 2월 1000만주의 이익소각을 단행했고 내달엔 자기주식 취득(보통주 1000만주, 2우선주 50만주)에 나설 계획이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글로벌 투자 기관이 국내 시장에 꾸준히 요구하는 사안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주주환원 규모를 향후 3년 간 조정 당기순이익의 35% 이상으로 유지한다고 공시했다. 유독 주목을 받은 건 업계 최초로 자사주 소각 물량(보통주 1500만주, 2우선주 100만주)을 명시한 대목이다. 단순한 불확실성 해소가 아니라 실적에 관계없는 주주환원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주주와 잠재적 주주를 상대로 주주환원책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는 건 당국의 당근이나 채찍과 무관한 자발적 스탠스다. 역시 외국 투자자에 지적받던 국내 기업의 배당 관행도 발빠르게 수정하면서 트렌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초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 배당을 받을 주주가 결정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한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중장기 주가 부양책으로서 국내외 투자 기관의 자금이 몰리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향후 발표될 프로그램 세부안엔 자사주 소각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자사주 소각 카드를 공식화한 증권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