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신한벤처투자]'미래산업 매의 눈' 박현국 이사, 투자영토 확장 '역군'우주·로봇·모빌리티 섹터 관심…3년 투자 성과 괄목, IPO 후보기업 5개
이영아 기자공개 2024-03-26 08:33:36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미래를 앞당기는 사람'으로 불린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업자를 제일 먼저 알아보고 끝까지 믿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의 영원한 숙제이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에 가깝다.박현국 신한벤처투자 이사(사진)는 이 난제를 푸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미래산업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할 유망 기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우주항공·로보틱스·모빌리티 섹터를 눈여겨보고 있다. 유망한 미래 산업을 꿰뚫어 보는 감각으로 신한벤처투자의 투자영토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천천히 뿌린 투자 씨앗은 곧 결실을 맺게 될 전망이다. 이노스페이스를 포함해 클로봇, 파블로항공, 이피캠텍, 아우토크립트 등이 기업공개(IPO) 문턱에 진입했다. 성장 시장에서 모험투자를 이어오며 포트폴리오가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동행한 결과물이다.
◇성장스토리: '금융 러버' 엔지니어, 벤처캐피탈 입문
박 이사는 1982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처음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 선후배들과 비슷한 진로를 정했다. 그가 택한 첫 직장은 GS이앤알(구 STX에너지)이다. 엔지니어의 삶을 살 것으로 생각했던 그가 배치받은 부서는 사업기획팀이었다.
미래 사업성·경제성을 평가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일반적으로 회계 전공자가 담당하는 일이다. 당시 관련 분야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건 공부였다. 금융 지식을 쌓으며 여러 자격 시험에 도전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공인재무분석(CFA) 등 6개의 금융 자격증이 들려 있었다.
재미를 온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금융 지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직무에 관심이 커졌다. 이때부터 박 이사는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박 이사는 우연한 계기로 꿈에 한발짝 다가섰다. 2013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하면서 연구소 내 투자팀에 배치된 것이다.
기술 개발 관련 투자 심사가 주된 업무였다. 박 이사는 이때 투자 업무를 본격 경험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2017년 전략기술본부가 신설되면서 '기업형벤처캐피탈(CVC) 투자팀'으로 적을 옮겼다. 연구소 내부 선행기술 투자를 넘어 스타트업 투자를 본격 진행하게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재직 당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글린트' △딥러닝 영상인식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 △퍼스널모빌리티 '킥고잉' 등에 투자했다. '미래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주목한 투자였다. 자율주행, 라스트마일 등 모빌리티 섹터를 중심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산업 발굴에 주력했다.
이때의 경험은 박 이사의 투자 철학을 정립하는 자양분이 됐다. 6년간의 투자 업무를 마친 그는 본격적으로 벤처투자시장으로 뛰어들었다. 2019년 마그나인베스트먼트로 향했다. 재무적투자(FI) 역량을 키우자는 결심으로 직접 지원했다. 미래 유망 기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펀드레이징부터 딜소싱, 회수까지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에서는 우수한 초기기업을 꿰뚫어 보는 감각을 길렀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초기기업에 특화된 벤처캐피탈로 평가받고 있다. 박 이사는 "투자 경험이 쌓이다 보니 관심 분야가 뚜렷해졌다"면서 "미래사회 혁신을 앞당기는 딥테크 기업 투자에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투자철학: 미래산업 '코어기술' 지닌 1등 팀에 투자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인생 2막을 시작한 그의 투자 철학은 확고하다. 미래산업 코어기술을 지닌 1등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박 이사가 주목하는 우주항공, 수소산업,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은 당장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미래사회 혁신을 위해선 대응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2021년 신한벤처투자에 합류한 것은 투자 철학을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된 신한벤처투자는 운용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었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 근무 당시 알고 지내던 신한벤처투자 선임 심사역이 경력직으로 지원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신한벤처투자 입장에서는 딥테크 투자 역량을 키우기 위한 심사역 영입이 절실했다.
박 이사가 합류 이후 가장 먼저 투입된 업무는 뉴딜펀드 결성이었다. '신한벤처 투모로우 투자조합1호(2300억원)' 핵심운용인력으로 참여하며 '차세대 다이나믹스'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사회 대응을 위한 핵심기술에 주목하는 것이다.
박 이사는 "미래 사회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기술"이라며 "딥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시장에서 모험투자를 이어온 이유"라고 언급했다. 이어 "다가올 시장을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싶다"며 "변화를 이끌 코어기술에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전략은 '톱다운 산업분석'이다. 큰 그림을 우선 본 뒤 지속가능하고 확률이 높은 기업을 골라내는 식이다. 종목, 매크로 분석을 통해 산업 모멘텀이 어떤지 파악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수치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실제 박 이사의 투심보고서는 꼼꼼한 산업분석이 특징으로 꼽힌다.
박 이사는 "시장성, 성장성, 피어그룹, 포지셔닝, 맨파워, 테크, 타이밍, 비즈니스 등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후방산업이 존재하는지, 시장은 어느정도 형성돼있는지, 실질적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사업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고 했다.
◇트랙레코드: 이노스페이스, 클로봇 그리고 이피캠텍
박 이사의 포트폴리오는 '미래엔진'으로 요약된다. 3년간 약 9개 포트폴리오를 발굴했다. 이 중 5개는 회수가 임박했다. 모험투자를 이어온 만큼 팔로우온(후속투자) 비중도 상당하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30% 이상 후속투자에 참여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성장에 동행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노스페이스가 대표적 사례다. 박 이사가 신한벤처투자 합류 이후 진행한 '첫 딜'이기도 하다. 박 이사의 첫 IPO 엑시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문을 연 이노스페이스는 소형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로켓 발사체 개발업체다. 신한벤처투자가 첫 투자했던 시리즈B 당시 밸류에이션은 700억원이었다. 현재 시장에서 5000억원 이상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상반기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클로봇 또한 애정어린 포트폴리오다. 박 이사가 현대자동차 재직시절부터 지금까지 6년간 지켜봤다고 한다. 클로봇은 두 번의 라운드에 참여하며 총 85억원을 투자했다. 2017년 설립된 클로봇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바일 로봇 서비스에 필요한 자율주행, 미들웨어, 관제 등의 기술에 대한 자체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로봇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하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최근 기술성 평가도 'A, A'로 통과했다.
이피캠텍은 그의 산업분석이 적중한 딜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저가 경쟁'이 불붙으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LFP 배터리 핵심은 전해액이다. 이피캠텍은 이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등 고순도 소재 합성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피캠텍의 차세대 전해질(LiFSI) 기술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 지정 기술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을 획득, 상장 첫 관문을 통과했다.
파블로항공은 코어기술인 '드론 관제'에 주목해 투자했다. 파블로항공은 항공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해상 모빌리티를 통합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 군집 제어를 할 수 있는 기술을 지녔다. 박 이사는 "다양한 하드웨어를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드론 산업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아우토크립트 자동차보안 전문기업이다. 현재 본기평을 착실히 준비 중이다. 해외에서는 자동차를 해킹해 강제로 창문을 열거나 고속도로에서 운행 속도를 강제로 급감속시키는 사례도 잇따랐다. 특히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로 진화할수록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계획: '꿈을 현실로 만들' 미래산업 밸류체인 구축
박 이사의 목표는 원대하다. 미래산업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물론 명분성 투자가 아닌 실질적 수요가 높은 영역에 집중한다. 앞으로도 로보틱스, 모빌리티, 우주항공 등 미래 유망 산업 분야에서 의미있는 혁신을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일례로 모빌리티 산업은 '부품 공급업체→모듈·시스템 공급업체→완성차 조립→모빌리티 서비스 업체→판매 후 서비스 업체→운송 및 라스트마일' 등 밸류체인을 그릴 수 있다. 박 이사는 "각 영역에서 코어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해 산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신한벤처투자는 박 이사의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있다.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는 "(박 이사가) 꿈꾸는 미래가 반드시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를 앞당기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위한 박 이사의 도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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