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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창투는 지금]펀드레이징 '자의반 타의반' 개점휴업…투자 실탄은?②지난해말 기준 드라이파우더 1397억, "당분간 투자·회수 집중"

유정화 기자공개 2024-04-01 08:39:22

[편집자주]

1987년 설립돼 1세대 벤처캐피탈(VC)로 꼽히는 대성창투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GP로 선정됐지만 출자자(LP) 확보에 실패하면서 잇따라 자격을 반납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회사를 오랫동안 이끌어 온 수장이 사의를 표하고, 핵심 인력마저 이탈하면서 후폭풍도 거세다. 그간 대성창투의 '특기'로 꼽혔던 문화 컨텐츠 투자 명가 이미지도 퇴색되고 있다. 대성그룹 오너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VC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퇴색될까 후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더벨은 대성창투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대성창업투자가 지난해 한국모태펀드, 한국성장금융의 출자 사업에서 잇따라 위탁운용사(GP) 지위를 반납하면서 펀드레이징에 제동이 걸렸다. 펀드레이징 때 마다 '큰손'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의 도움도 당분간 기대할 수 없다. 정책자금 GP 반납이라는 '멍에'를 지게 된만큼 민간 LP 출자 확보도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대성창투는 현재 펀드레이징→투자→회수로 이어지는 벤처투자 순환 구조에서 펀드레이징이라는 한 축이 무너졌다. 벤처투자는 투자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하고, 투자금을 집행하고, 최종 회수 단계를 거쳐 다시 새로운 펀드를 결성하는 사이클로 돌아간다.

펀드레이징이 막힌 만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투자와 회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성창투에 남은 투자 체력은 얼마나 될까. 대성창투 관계자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는 3년치 수준으로 충분히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3년치 드라이파우더 주요 투자 대상은 '메타버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성창투의 투자 여력은 1397억원 수준이다. 최근 3년을 기준으로 대성창투가 연 평균 매년 317억원씩의 투자금을 집행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3~4년치 드라이파우더가 남은 셈이다. 대성창투의 투자가 적어도 3년은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투자 재원은 2021년 이후 결성한 5개 벤처조합에서 나왔다. 통상 투자조합은 8년의 운용기간 가운데 처음 4년을 투자기간으로 잡는다. 통상 4년이라고 해도 초기 1~2년차에 집행이 집중되지만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투자 체력을 보전했다.

결성기간이 4년이 채 되지 않은 대성창투의 펀드를 보면 △영호남 지역균형발전 특구펀드(190억원) △케이디비 대성-HGI 그린 임팩트 투자조합(525억원) △스마트 씨제이-대성 메타버스 투자조합(150억원) △대성 투게더 청년창업 투자조합(250억원)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1100억원) 등이 있다.



메타버스 분야가 대성창투가 현재 보유한 드라이파우더내 주목적 투자 대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당분간 투자 실탄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메타버스 분야에서의 성과가 가지는 가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성창투가 가장 최근에 결성한 펀드는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이다. 지난 2022년 11월 결성된 이 펀드는 대성창투 설립 이래 단독 운영 펀드로는 가장 큰 규모다. 한국모태펀드가 600억원을 출자했다. 중소기업은행, 신한캐피탈, 대성그룹 계열사인 대성홀딩스, 대성에너지, 대성청정에너지 등이 LP로 참여했다.

'스마트 씨제이-대성 메타버스 투자조합'은 모태펀드 멘토매칭 수시출자 GP로 선정되면서 지난 2021년 결성됐다. CJ ENM과 한국모태펀드는 각각 60억원을 출자했고, 대성창투는 GP 커밋으로 30억원을 출자했다.

허윤석 대성창투 본부장(이사)이 느끼는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허 이사는 메타버스 분야 2개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지난 2015년 대성창투에 합류한 그는 130배의 수익을 낸 크래프톤을 비롯해 뤼이드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래디쉬 등 포트폴리오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이밖에 '영호남 지역균형발전 특구펀드'의 재원은 경상권과 전라권에 본사, 연구소, 공장 등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대성 투게더 청년창업 투자조합'은 기술혁신형·경영혁신형 중소기업, 벤처기업에 약정총액의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 성적표 암울대성창투 사후관리·회수에 집중

대성창투의 출자 제한 기간은 모태펀드 1년, 성장금융은 최대 3년이다. 대성창투가 결성한 대부분의 펀드에 출자한 주요 출자자가 모태펀드인 만큼 펀드 결성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대성투자가 운용하고 있는 12개 벤처조합 가운데 10개 펀드가 모두 모태펀드의 출자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모태펀드와 함께 양대 벤처투자 출자기관으로 꼽히는 성장금융 출자사업도 지원이 어렵다. 현재 대성창투가 운용중인 펀드에서 한국성장금융가 앵커 LP로 참여한 펀드는 없다. 지난 2021년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HGI이니셔티브와 함께 사회투자펀드 공동 운용사로 선정돼 '케이디비 대성-HGI 그린 임팩트 투자조합'을 조성할 당시 150억원의 매칭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해당 펀드의 주요 LP는 산업은행이다.

대성창투는 정책자금 출자사업이 막힌 만큼 투자한 기업의 사후 관리와 회수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투자 벤처조합의 성적표는 녹록치 않다. 비단 대성창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줄고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는 등 업황을 둘러싼 악재들로 투자한 기업 가치가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성창투는 지난해 말 기준 14개 투자조합을 운용했는데,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펀드는 5개 펀드에 불과하다. 농식품조합인 'K-Innovation 수산전문투자조합'은 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성 굿무비 투자조합', '농식품 스텝업 투자조합', '케이디비 대성-HGI 그린 임팩트 투자조합', '스마트 씨제이-대성 메타버스 투자조합'도 10억원대 순손실로 인식했다.

'대성 블라썸 일자리 투자조합'은 56억원의 당기순이익과 149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리면서 그나마 선방했다. '대성 글로벌위너 청년창업 투자조합'은 53억원, '대성 따뜻한 임팩트 투자조합'은 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대성창투는 GP 커밋 비율이 높은 탓에 투자 성과가 실적을 좌우할 개연이 크다. 가령 '대성 W-JUMP UP 펀드'의 경우 대성창투의 지분율이 38%에 달한다. GP 커밋이란 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금액을 말한다.

이외에도 △대성 투게더 청년창업 투자조합 23.6%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 투자조합(20.91%) △스마트 씨제이-대성 메타버스 투자조합(20.0%) 등 투자조합의 지분율이 20%를 넘었다.

한편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민간 출자사업을 중심으로 대성창투가 신규 펀드를 결성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만 정책자금 GP 반납 사례가 발목을 잡을수도 있어 도전이 쉽지않은 상황이다. 평판 이슈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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