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인 보수 분석]오너들은 과연 받는 만큼 일할까①금액 자체보다 보수 구조·기준 개선 필요
조은아 기자공개 2024-04-18 09:13:21
[편집자주]
매년 3월 재계 오너경영인들의 연봉이 공개된다. 일반 직장인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수치에 자연스럽게 반감이 생기지만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것도 아니다. 오너경영인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은 물론 그들의 업무 강도나 짊어진 리스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더벨이 주요 그룹 오너경영인들의 보수를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너경영인의 고액 연봉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처음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도 매년 3월이 되면 누가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는지 관심이 집중되는데 이른바 '연봉킹'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보수의 적정 수준에 대한 절대 기준은 없다. 특히 우리나라 재계에서 오너경영인이 차지하는 절대적 위상을 고려할 때 단순히 많은 돈을 받는다고 비판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최고경영자(CEO)와 비교해도 높은 연봉, 여러 계열사 겸직을 통한 중복 수령, 명확하지 않은 평가 기준과 불투명한 절차 등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연봉킹'을 보는 시선
지난해 연봉킹은 177억원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수순이다. 신 회장은 지주사인 롯데지주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여러 계열사에 적을 두고 있다. 여러 계열사에서 재직 중이다보니 거의 매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매년 3월 기업들의 사업보고서가 나오면 재계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오너, 혹은 전문경영인에게 관심이 쏠린다. 회사의 모든 법적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 오너경영인도 많다. 예를 들어 이마트의 경우 퇴직금을 제외하면 지난해 정용진 회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는데 정 회장은 이마트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를 보는 시선도 엇갈린다. 국내 기업들의 오너경영인에 대한 높은 의존도, 그들의 업무 강도나 짊어진 리스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 역시 동시에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 한명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 사회 통념을 잣대로 삼아 높은 보수를 받는 오너경영인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과연 그만큼 받을 만큼 일을 했는지, 받고 있는 보수만큼 결과에 책임을 지고 있는지는 또 따져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재계에서 오너경영인이 가지는 힘은 막강하다. 인수합병(M&A) 같은 대규모 투자는 물론 사업 축소나 철회, 작은 단위의 MOU(업무협약)까지 어느것 하나 오너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지분 맞교환 등 가장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때조차 오너의 친분이 절대적 영향을 미치곤 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내 재계에서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경영인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능력과 노력으로 기업의 성과를 높였으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게 마땅하지만 현재로선 그기준과 절차가 합리적이지 않고 투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과 비교해보니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영인이 많은 편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애플의 CEO 팀 쿡은 지난해 6320만달러(약 83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마저도 전년보다 36% 줄어든 금액이다. 2022년에는 총 9940만달러(약 1310억원)를 받았다.
다만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 오너경영인들이 연봉 순위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주요 기업 대부분을 전문경영인들이 이끌고 있다. 빼어난 인재를 천문학적 몸값을 지불해서라도 모셔오는 분위기가 전체 연봉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보수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있다. 최근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 젠슨 황의 경우 2022년 324억원을 받았다. 눈에 띄는 건 기본급이 100만달러(13억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머지는 모두 성과급이다.
일본은 오너나 전문경영인 가릴 것없이 CEO의 보수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매년 상위 연봉 10위를 꼽으면 외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해외 인재를 영입할 때 해외 연봉을 맞춰 주다보니 외국인이 연봉 상위권을 장악했다. 2022년 연봉킹은 한국인이었다. 오너경영인의 존재감 역시 미미했다. 토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전체 8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9억9900만엔(90억원)을 받았는데 그나마도 전년보다 46%나 증가한 수치였다.
◇높은 기본급 비중…"성과와 더 연동해야"
오너경영인이 보수와 관련해 많이 받는 비판 중 하나로 성과와 무관하게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기본급 비중이 높은 보수 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오너경영인 보수에서 고정돼 있는 기본급 비중이 높다보니 전체 보수가 성과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실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고액의 성과급을 받고, 반대로 나빠도 일정한 기본급을 받는다는 의미다.
일례로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 실적이 좋았던 2021년 59억5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는데 2022년 적자 전환한 뒤에도 38억3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같은 액수를 받았는데 이 돈은 실적과 무관하게 매년 일정하게 받는 금액이다.
실제 한국ESG기준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CEO가 오너이거나 그 가족인 경우 성과와 관련없이 지급되는 기본급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오너 일가가 CEO일 때의 기본급 비중이 83.4%에 이르렀는데 전문경영인 CEO의 경우에는 58%로 현저히 낮았다.
사실 국내에서 오너 보수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오너경영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인 데다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보수 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다소 획일적인 보수 구조를 바꾸고 성과와 보수의 연관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수 관련 공시를 한층 까다롭게 하자는 의견 역시 일각에서 제기된다.
미국의 보수는 크게 기본급, 성과 연동 현금 보너스, 주식 보상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젠슨 황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본급 비중이 낮다. 또 일찌감치 CEO들의 높은 연봉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보수 관련 공시가 계속 까다로워졌다. 보수 산정에 사용된 평가지표, 임원에게 부여된 목표, 구체적인 보수 산정 방안 등을 매우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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