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이노베이션 IPO]‘하얀 석유’ 리튬 뽑는 알짜 자회사의 고민①수산화리튬 특허 확보 후 초고속 성장…2026년 IPO, '업황 둔화' 올해 고비
정명섭 기자공개 2024-04-02 14:37:24
[편집자주]
에코프로그룹의 다섯 번째 상장사는 누가 될까.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양극재 기업들의 수산화리튬 조달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공개(IPO)까지 남은 시간은 2~3년. 당장 올해 전기차 '캐즘'은 넘어야 할 산이다. 더벨은 IPO를 준비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7: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그룹이 국내 주식시장 배터리 섹터에서 주목받는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탄탄한 양극재 수직계열화다. '원료-전구체-양극재-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원가경쟁력을 극대화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이 중 가장 앞단에서 양극재 핵심원료인 리튬을 가공·공급하는 계열사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다. 이 회사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건 2년여에 불과하다. 리튬 가공 기술 확보 이후 에코프로비엠에 본격적으로 수산화리튬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실적이 고공성장했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후 비중국산 광물 확보가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그룹 리튬 자립화의 선봉장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은 자금조달 이슈와 만나 '2026년 기업공개(IPO)'라는 새로운 과제가 됐다.
◇수산화리튬 제조 특허 확보 이후 커진 존재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전신은 2005년에 설립된 코틱스다. 에코프로의 초기 사업모델은 환경 분야 소재·부품 제조였는데, 코틱스는 공기정화 필터의 핵심 부품인 필터프레임 사업을 맡았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바꾼 건 2012년이다. 에코프로가 배터리용 양극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양극재의 핵심 원료가 되는 리튬을 가공하고 폐양극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미래를 바꾼 건 2020년에 출원한 '탄산리튬을 이용한 수산화리튬 제조방법' 특허다. 이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을 국내 유일 리튬 가공 업체로 발돋움해준 기술이다.
탄산리튬을 물과 혼합해 탄산리튬 슬러리를 만든 후 수산화칼슘 슬러리와 다시 혼합해 필터·진공 프레스 등의 과정을 거쳐 수산화리튬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탄산리튬은 LFP 배터리나 에너지 밀도가 낮은 가전제품용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고 수산화리튬은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된다.
경쟁사 포스코퓨처엠이 이달부터 리튬 가공을 시작하면서 '국내 유일' 타이틀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지만 이 기술 덕에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실적은 크게 뛰었다.
2021년 4분기부터 수산화리튬 가공을 시작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에 이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이듬해 매출 4236억원, 영업이익 14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3%에 달한다. 2021년 매출 471억원, 353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이다. 2018~2020년까지도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연매출은 97억~131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5억원에 그친 해(2019년)도 있었다.
작년 8월 IRA가 발효하면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역할은 더 부각됐다. 중국산 리튬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배터리 공급망 대변화 속에서 에코프로그룹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투자·IPO 대비 바쁜데 리튬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 저하...올해가 고비
고민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투자 지출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에코프로비엠이 2027년까지 연산 71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 설비 투자를 진행하다 보니 '공생관계'인 에코프로이노베이션도 자금조달이 시급해졌다. 양극재 1만톤당 필요한 수산화리튬은 약 5400kg다.
현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수산화리튬 생산능력은 연산 1만3000톤(LHM 1공장)이다. 에코프로그룹 포항캠퍼스에 LHM 2공장도 짓고 있는데 올 상반기 중에 공사가 마무리하면 생산능력은 연산 2만6000톤까지 늘어난다. 2공장 설립을 위해 올해 투입될 자본적지출(CAPEX)은 1600억원이다. 회사의 연간 실적을 감안하면 부담되는 금액이다.
2027년까지 캐나다와 헝가리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 수산화리튬 생산능력을 8만2000톤까지 늘리는 해외 생산기지 구축 계획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작년 7월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36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프리IPO(상장 전 자금유치)로 회사 지분 16.12%를 매각(약 4000억원)한 이유다. 프리IPO에는 프리미어파트너스, IMM엔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참여했다.
이에 IPO는 필연이 됐다. 프리IPO 당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주주간 계약으로 일정 기간 내에 IPO를 하는 조건을 걸었다. IPO에 실패하면 투자자들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투자자들이 요구한 보장수익률에 맞춰 해당 지분을 되사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IPO에 성공하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이어 그룹 내 다섯 번째 상장사가 된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보는 IPO 적기는 2026년경이다. 최우선 과제는 역시 실적이다. 2022년의 호실적이 '반짝'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최대 고비는 올해가 될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업황 둔화로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실제로 작년 매출은 2022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5%(1427억원→500억원) 줄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업황이 회복하는 올 하반기에 리튬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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