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2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산업계에서 배터리 업계만큼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곳이 또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기차 보급 확대와 직결되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탓이다. 실제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출범 직후 관련 안이 담긴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폐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자 배터리·소재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최근 2주 사이 20조원 이상 줄었다.제정된 법안을 폐지하려면 미국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공화당이 확보한 상원 의석수는 53석에 불과해 IRA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보조금이 줄면 전기차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 2023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시작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형국이다. 실적이 우하향하고 있는 배터리 기업들엔 악재다.
위기 상황에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트럼프 쇼크' 속 K배터리엔 어떤 기회가 있을까. 희망적인 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미국은 유럽,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불린다. 중국은 현지 기업 CATL과 BYD가 이미 장악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길어져 당분간 전기차 판매량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1~2년 전에 비해 성장세가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내연기관차보다 성장률이 높다.
중국과 패권 다툼 중인 미국은 제조업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들을 강하게 배척할 것이 유력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일본 파나소닉만 남는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물량만 취급하는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과 유럽, 일본 유수의 완성차업체들과 모두 공급 계약을 맺어 운신의 폭이 넓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조차 정권에 따라 대규모 지원책을 손쉽게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음이 드러났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시기를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구조를 갖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 비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 설비 운영 효율화, 투자 속도조절 등이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 '옥석 가리기'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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