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톺아보기]SNT에너지, 16년만의 '무상증자' 결정한 배경은실적 개선에도 주가 저평가 판단…'디스카운트 현상' 타개 필요성 대두
박동우 기자공개 2024-04-11 07:33:39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15: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NT그룹 계열사이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SNT에너지가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2008년 이래 16년 만이다. 법인 출범 이래 최대 규모 매출을 실현하는 등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으나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디스카운트 현상을 타개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무상증자 공시 발표를 계기로 SNT에너지 주가는 3만원을 넘어서는 등 최근 5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무상증자가 단기적 주가 상승 효과만 발휘하는데 그치는 만큼 추가로 주주가치 제고책을 도출해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유플랜트 열교환기 제조 특화, 지난해 최대 매출
SNT에너지는 석유화학업계 플랜트에 쓰이는 공랭식 열교환기를 제조하는데 특화된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220억원의 85.2%가 열교환기 사업에서 발생했다. 복합화력발전소와 열병합발전소를 대상으로 배열회수보일러(HRSG)를 납품하는 사업도 수행하고 있는데 전채 매출의 12.5%를 차지했다.
인적분할을 계기로 2008년 법인이 설립한 이래 최대주주는 네 차례 바뀌었다. 처음에는 최평규 회장의 지분을 공개매수해 지주사 SNT홀딩스가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2011년 SNT다이내믹스(옛 S&T중공업), 2013년 SNT모티브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하지만 차량 부품 제조와 에너지 사업간 연관성이 낮은데다 친환경차 영역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SNT모티브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2019년 3월에 SNT홀딩스가 SNT모티브 소유 주식 55.6%(416만9667주)를 505억원에 취득하며 다시 SNT에너지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운해장학재단(4%)과 최평규 회장(0.4%)이 보유한 주식까지 감안한 지분율은 59.9%(449만8768주)다.
SNT에너지 실적은 그동안 수주 성과와 맞물려 뚜렷한 변동성을 드러냈다. 주력 제품인 공랭식 열교환기의 경우 △셰브론 △엑슨모빌 △아람코 등 글로벌 정유사들이 중요한 영업 타깃이다. SNT모티브의 자회사 시절이던 2017년과 2018년에는 연속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미국의 이란 제재와 맞물려 중동 권역의 정유 플랜트 공사 발주가 지연되는 등의 영향이 작용했다.
2021년부터 수주에 탄력이 붙으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법인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3220억원의 매출을 시현했다. 2022년 2029억원과 견줘보면 58.9%(1191억원) 불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자회사 'SNT걸프'가 열교환기 공장을 증설하며 고객사 납품 물량이 한층 늘어난 덕분이다. 2022년 1.8%에 그쳤던 영업이익률은 작년 6.5%로 4.7%포인트 올랐다. 순이익률은 3년째 7%대를 유지했다.
◇무상증자, 장기적 주가상승 기여 미지수
작년에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지만 주가 상승 수준은 SNT에너지 경영진의 기대에 못 미쳤다. 2023년 말 SNT에너지 주가는 2만2000원으로 2022년 말 1만8650원 대비 18%(3350원) 상승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1만9800원과 비교하면 11.1%(2200원) 오른 수준이었다.
주가 상승세가 부진한 대목은 관련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2020년 이후 주가수익비율(PER)의 흐름을 살피면 13.1배를 기록한 2021년 말을 제외하면 10배를 밑돌았다. 통상적으로 기업 PER이 10배 미만일 경우 저평가된 종목으로 판단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2020년 말 0.48배 △2021년 말 0.59배 △2022년 말 0.5배 등으로 저평가 기준선인 1배에 미달했다.
주가 상승을 촉진하는 취지에서 SNT에너지는 그동안 배당 집행에 주력했다. 법인 설립 이듬해인 2009년 4월에 주당 400원의 결산배당을 지급하며 첫 발을 뗐다. 2020년부터는 분기배당, 결산배당 등 매년 두 차례씩 주주들에게 나눠줬는데 지난해에는 52억원을 들여 주당 800원을 나눠줬다.
하지만 연례적인 배당으로 주주가치 제고가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최근 경영진은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2008년 11월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한 이래 16년 만이다.
올해 무상증자 역시 자사주를 제외한 보통주 1주당 2주씩 신주를 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체 발행 주식은 750만6711주에서 2068만783주로 1317만4072주 증가한다. 공시 당일 SNT에너지 종가는 3만550원으로 전일 대비 22.4%(5600원) 올랐다. PBR 역시 0.6배 수준에서 0.79배로 크게 개선됐다. PER은 13.3배로 저평가 종목 기준선 아래에서 벗어났다.
SNT에너지 관계자는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무상증자'를 주주가치 제고에 적절한 해법으로 도출했다"며 "현재 분기·결산 배당 이외에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계획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무상증자가 장기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22년 11월 자본시장연구원은 '무상증자 테마주 현상과 정보거래자 역할' 보고서를 통해 "공시 직후 주가와 거래회전율은 대폭 증가했으나 단기적 현상에 그쳐 의미 있는 주주환원 효과를 관측할 수 없었다"며 "무상증자를 주주환원 정책으로 포장해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행위는 무상증자의 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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