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는 조현준, 효성 섬유사업 '친환경 전환'에 베팅 일반 BDO에서 바이오 BDO로 방향 조정, 단기적 투자부담 적은 편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08 09:35:08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조현상 부회장의 '독립' 이후 주요 계열사 중 효성티앤씨·효성화학·효성중공업 등을 맡게 된다. 이중 중심이 되는 계열사는 아직 효성티앤씨다.효성티앤씨의 자산총계는 약 4조원으로 효성중공업(4조7613억원)에 비해 뒤처진다. 하지만 현금창출력에 있어서는 효성티앤씨가 우위다. 효성티앤씨가 기록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최대고 기록은 1조6219억원인데 비해 효성중공업의 최고 EBITDA는 3428억원이다.
사업의 정통성 측면에서도 그룹 내 효성티앤씨의 존재감이 크다. 효성티앤씨는 효성그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섬유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다. 아버지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의욕적으로 개발에 나선 스판덱스 사업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이 지주사를 제외하고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둔 유일한 상장 계열사이기도 하다.
◇바이오 원료 생산기지 건립, 섬유 사업 '친환경 전환'
계열분리로 홀로 서게 되는 것은 조 부회장뿐만이 아니다. 그간 조 회장과 함께 효성그룹을 운영해 온 조 부회장의 독립으로 조 회장 역시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효성그룹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을 만드는 일이 조 회장의 과제다. 그간 효성그룹은 미래 사업으로 수소를 지목해 왔다. 수소 사업은 효성중공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효성중공업은 존속법인인 ㈜효성 산하에 남는다. 즉 조 회장은 효성그룹의 미래를 위한 수소 사업 추진을 그대로 이어가게 된다.
기존 사업인 섬유 사업의 경우 친환경 원료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갖춘다. 친환경 전환 흐름에 맞춰 친환경 원료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효성그룹은 지난달 30일 베트남 바리우붕따우성 정부로부터 '효성 부탄다이올(BDO·Butanediol)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승인서를 받았다. 베트남에 바이오 BDO 생산기지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BDO는 사탕수수·옥수수 등에서 나오는 당을 발효시켜 생산하는 화학 소재다. 화석연료를 100% 대체한 제품이다. 효성티앤씨는 바이오 BDO 생산을 위해 미국의 생명공학 전문 기업인 '제노(Geno)'와 기술제휴를 맺었다. 제노의 기술을 적용한 바이오 BDO는 화석연료 기반 일반 제품 대비 90% 이상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는 것이 효성 측의 설명이다.
당초 효성티앤씨는 바이오 BDO가 아닌 일반 BDO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스판덱스 생산에 활용되는 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PTMG)의 원료인 BDO 사업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이루려는 목적이었다. 일반 BDO 사업에서 바이오 BDO 사업으로 사업을 선회한 것은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바이오 BDO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는 이에 대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BDO는 중국 업체들의 급격한 설비 증설로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의 두배를 초과하고 있고 그로 인해 시장의 판가는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형성해 모든 업체들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바이오 BDO는 성장성이 크다고 봤다. 글로벌 친환경 섬유 및 패션 시장은 약 23조원 규모로 매년 12.5% 이상 성장 중이다. 2030년에는 전후방 사업을 포함하면 약 75조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환경 부문의 법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섬유 및 패션 시장도 친환경 제품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리우붕따우성 공장에서 생산된 바이오 BDO로 베트남 동나이 공장에서 PTMG를 제조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지역의 스판덱스 공장에서는 바이오 BDO로 생산된 PTMG로 바이오 스판덱스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친환경 섬유 판매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효성티앤씨의 섬유 매출 중 친환경 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최대 1조원 투자, 효성티앤씨 재무 여력은
효성티앤씨는 바이오 BDO 공장 설립에 최대 1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산 20만톤(t) 규모의 바이오 BDO 생산 능력 확보에 나선다.
투자 규모가 크지만 단기적으로는 효성티앤씨의 투자 부담이 크지는 않다. 효성그룹의 발표에 따르면 우선적으로는 2026년 상반기까지 연산 5만톤 규모의 바이오 BDO 공장을 설립한다. 연산 5만톤은 효성그룹이 목표로 하는 생산능력의 25% 수준이다. 단순히 계산하자면 1조원의 25%인 2500억원 정도가 이번 공장 설립을 위해 필요하다.
효성티앤씨의 재무구조는 개선되고 있다. 2018년 ㈜효성으로부터 분할된 직후 효성티앤씨의 부채비율은 544.7%, 차입금의존도는 60.5%에 달했다. 재무구조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출범했는데, 스판덱스 사업의 호조로 재무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2018년 말 당시 효성티앤씨의 총차입금은 1조8987억원이었다. 사업 활동을 통해 최소 1200억원, 최대 1조4237억원의 EBITDA를 창출하며 원활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착실한 상환을 통해 차입금 규모를 지난해 말 1조3067억원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같은 시점 효성티앤씨의 부채비율은 159.5%로, 차입금의존도는 32.1%로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오는 2분기부터는 스판덱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증권가 관측도 효성티앤씨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효성티앤씨의 투자 규모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김위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LG그룹 인사 풍향계]위기의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역할 남았다
- [2024 이사회 평가]효성티앤씨, 영업이익 개선에도 아쉬운 '경영성과'
- [더벨 경영전략 포럼 2024]"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 안 될 수도…불황 장기화 대비"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입장료 지불한 한화솔루션, 위기와 기회 사이
- [LG그룹 인사 풍향계]트럼프 정책 직접 영향권, 대관 역량 강화할까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OCI그룹, 미국 태양광 시장 성장 가능성에 베팅
- [2024 이사회 평가]KCC, 참여도 제외한 평가항목 '아쉬운 평점'
- [2024 이사회 평가]견제기능 미흡한 한솔케미칼, 우수한 재무건전성 '눈길'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목표는 '에너지 가격 안정화', 태양광 미래는
- 송명준 사장, HD현대오일뱅크 재무건전성 확보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