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계열분리 시계 더 빨라지나 2대째 계열분리로 형제 갈등 차단...7월 효성신설지주 설립이 출발선
정명섭 기자공개 2024-04-02 14:35:07
이 기사는 2024년 03월 30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하면서 '형제 경영' 중인 조현준·현상 형제가 계열분리에 속도를 낼지 이목이 쏠린다.효성그룹은 2017년 조현준 회장 취임과 2018년 지주사 전환 이후 '조현준·현상 형제→㈜효성→핵심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조현준 회장은 섬유와 화학 사업을, 조현상 부회장은 산업자재와 수입차 사업을 이끌어왔다.
오는 7월 신설 지주사 '효성신설지주' 출범 이후 △조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 △조현준·현상 형제의 ㈜효성-효성신설지주 지분 교환 △조 부회장의 효성중공업·효성화학 지분 정리 등이 마무리되면 완전한 계열분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분리로 형제간 갈등 차단해 온 효성
효성그룹은 2대에 걸쳐 계열분리로 형제간 재산을 분할해왔다.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은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효성물산 등 주력 계열사들을 물려줬다. 효성물산은 효성그룹의 모태다. 한국타이어는 둘째 조양래 명예회장에게, 대전피혁은 조욱래 회장에게 돌아갔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조현준 회장에 섬유PG장을, 조 부회장에 산업자재PG장을 맡겨 각자 사업을 이끌게 했다. 두 형제는 사업 영역을 놓고 서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 조현준 회장은 섬유와 중공업, 화학 사업을 맡고 조현상 부회장이 첨단소재와 수입차 사업을 이끄는 후계 구도의 윤곽이 잡혔다.
조현상 부회장은 2018년 효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당시 효성첨단소재 지분을 12% 이상 확보해 내부적으로는 이미 "독립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오는 7월 신설지주사 효성신설지주 출범은 계열분리를 위한 첫걸음이다. 효성신설지주는 효성첨단소재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토요타, 효성홀딩스USA, 광주일보, 비나 물류법인 등 6개사를 산하에 둔다. ㈜효성에는 효성티앤씨와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ITX, 효성TNS 남는다.
㈜효성은 기존대로 조현준 회장이 맡고 효성신설지주는 조현상 부회장이 이끈다. 각 지주사는 새 이사진을 꾸린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지주사 신설안을 조현준·현상 형제, 주요 경영진 등과 오랜 기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과제는 조현준·현상 형제간 얽힌 지분 정리
효성신설지주는 ㈜효성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되는 만큼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효성신설지주 지분은 유지된다. 두 형제의 ㈜효성 지분은 각각 21.94%, 21.42%다.
확실한 계열분리를 위해선 분할 이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이끌게 될 지주사의 지분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투자업계는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
향후 조현상 부회장이 보유한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의 지분을 매각해 효성신설지주 지분을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중공업 지분 4.88%, 효성화학 지분 6.16%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이미 조현상 부회장이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해 급하게 계열분리를 추진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분간 SK그룹-SK디스커버리그룹처럼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도 나온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있는 게 아니라 신설지주회사 분할, 재상장 등의 과정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계열분리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2014년 조현준 회장과 경영진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이후 그룹 후계 구도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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