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미착공 복합개발사업 관리 관건 ①건설부문, 그룹 계열사와 시행법인 다수 출자…사업성 악화시 리스크 전이 '양날검'
이재빈 기자공개 2024-04-12 07:26:58
[편집자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개발사업이 늘고 있다. 불어나는 이자에 사업성이 떨어져 부지가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브릿지론에 신용을 보강한 건설사들도 리스크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벨은 2년 이상 브릿지론을 사용한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건설사 우발채무 리스크와 출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 건설부문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부채 규모는 1조원을 하회한다. 브릿지론 우발부채는 4149억원이고 대출약정 체결 이후 2년이 경과한 사업지에 제공된 신용보강 규모는 2430억원이다.브릿지론 대부분이 대규모 복합개발이나 자체사업에 투입됐다. 다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적극적으로 지분투자를 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시행하고 있어 사업 장기화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PF 신용보강 1년새 급증, 장기 우발부채 2430억
한화 건설부문의 2023년말 기준 부동산 PF 우발부채 관련 신용보강 규모는 9582억원이다. 전년(3529억원) 대비 2.72배 급증했다. 다만 올해 인천 다복마을(1333억원)과 강남 대준빌딩(1390억원)에 제공된 PF가 상환 완료되며 현재 우발부채 규모는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다수의 프로젝트에 브릿지론을 신규 조달하거나 증액 리파이낸싱한 여파다.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에 2200억원의 신용보강을 제공했고 경기도 광주와 수원, 대전 등에 소재한 사업지에서도 신규 조달과 대출약정 증액을 실시했다.
브릿지론 보증금액은 4149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용보강액의 43.3%에 달하는 규모다. 브릿지론 우발부채의 58.57%에 달하는 2430억원은 대출약정 체결 후 2년 이상 경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는 브릿지론 사용기간이 2년을 넘어가면 부동산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한화건설의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은 총 5곳이다. 사업명과 대출약정 체결일은 △서울역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2021년 12월 △김포 감정4지구 도시개발사업 2021년 5월 △경기 광주 공동주택 도시개발사 2023년 7월 △수원 고색2지구 개발사 2023년 8월 △대전역세권 복2-1구역 개발사 2023년 12월 등이다.
◇모든 PFV 지분 출자, 한화그룹 보증 주효
한화 개발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브릿지론 신용보강을 제공한 모든 시행사에 한화가 지분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 외에도 한화임팩트와 한화커넥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계열사 지분이 출자된 경우도 있다.
한화의 지분 투자가 이뤄진 사업은 세 곳이다. 먼저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은 한화가 지분 29%를 보유한 2대주주다. 최대주주는 한화임팩트(40%)고 한화커넥트도 지분 29%를 보유한 공동 2대주주로 자리했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분 2%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한화그룹이 시행을 맡은 구조다.
대전역세권개발은 한화가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커넥트가 8%,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한화그룹이 지분 총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자리한다. 계룡건설산업(25%)과 하나증권(2.5%), 하나은행(2.5%) 등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감정4지구도시개발은 김포도시관리공사가 지분 5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는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 광주와 수원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에이치씨앤디는 한화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지난해 5월 설립됐으며 부동산 시행개발 및 분양대행과 종합건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한화의 시행 자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법인이다.
건설사가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 지분을 보유하는 건 양날의 검이다.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한다면 투자한 지분에 비례해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사업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비용 증가 등의 부담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경우 시행법인의 출자사들에게도 리스크가 번질 수 있는 셈이다.
시행사의 브릿지론 자금조달 중 상당 부분이 한화그룹의 신용보강으로 조달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의 경우 브릿지론 대출약정 7400억원 중 토지담보대출 3800억원을 제외한 3600억원이 한화의 자금보충약정으로 조달됐다. 이 가운데 실행된 금액이 2200억원이다.
한화 계열사들의 출자로 설립된 PFV가 시행하고 있는 만큼 대출약정 전액이 사실상 한화의 신용보강으로 조달됐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기관들이 한화그룹을 보고 신용보강 및 대출을 제공했다는 시각이다.
◇주요사업장 착공 지연, 향후 우발채무 증가 불가피
한화 건설부문의 브릿지론 우발부채 규모는 당분간 증가할 전망이다. 대규모 물량이 공급되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는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본PF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체 사업의 진행 경과에 따라 브릿지론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는 점도 우발부채 규모를 늘리 수 있는 요인이다.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 중구 봉래동2가 122 일원 3만1242.8㎡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지하 6층~지상 38층, 5개동, 연면적 약 35만㎡ 규모로 업무시설과 숙박시설, 오피스텔 등이 조성된다. 사업지 내에는 도심·강북권 최초로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회의 수준의 회의장 및 전시장을 갖춘 컨벤션(MICE)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었다.
당초 한화그룹과 주무관청인 서울시는 2023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준공 예상 시점은 2026년이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23년말까지 착공에 필요한 모든 인허가 절차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조단위 본PF 금액이 발목을 잡았다. 공동주택이 전무한 상업용부동산 위주 프로젝트인 만큼 분양 성공을 자신하기 힘든 환경에서 조단위 본PF 조달이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화가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됐음에도 착공 시점을 조율하면서 사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브릿지론 만기는 오는 10월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대주단 일각에서는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의 본PF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주택 경기가 개선되지 않은 만큼 오피스텔 등 상업용부동산의 투심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 주체인 PFV가 조달한 브릿지론 대출 7400억원 중 6300억원이 고정금리로 조달됐다. 연 이자율은 6.12~7.46%다. 2023년말 기준 변동금리 이자율은 6.46%다. 브릿지론을 1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5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이 매년 소모되고 있는 구조다.
에이치씨앤디가 시행을 맡은 경기 광주 공동주택 사업지는 한화 건설부문의 브릿지론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지다. 한화는 시행사에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유동화법인(SPC)에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다.
광주 사업장은 지난해 하반기 인허가청에 사업제안을 제출한 상태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개요는 확정되지 않았다. 사업 대상지도 100% 확보된 상태가 아닌 만큼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한화 건설부문의 우발부채 규모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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