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본PF 전환' 대구 미착공 사업장 변수 ①본리동 주상복합 개발 2곳, 보증금액 7000억…시장 침체에 분양시기 미정
이재빈 기자공개 2024-04-16 07:54:48
[편집자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개발사업이 늘고 있다. 불어나는 이자에 사업성이 떨어져 부지가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브릿지론에 신용을 보강한 건설사들도 리스크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벨은 2년 이상 브릿지론을 사용한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건설사 우발채무 리스크와 출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3: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 규모는 1조원을 훌쩍 웃돈다. 지난해 다수의 사업장에 신규로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증금액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브릿지론 우발부채는 2개 사업지로 2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공시 기준으로는 브릿지론을 2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사업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대구 사업지 두 곳이 지난해 7월 본PF 조달 이후에도 착공시점을 정하지 못 하고 있다. 브릿지론과 본PF를 가르는 조건이 착공 및 분양을 통한 상환 가능성 제고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사업지의 우발부채 현실화 위험도가 사실상 브릿지론 사업장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증한도 1조2435억…브릿지론 비중 17.11%, 장기 사업지 전무
SK에코플랜트의 2023년말 기준 부동산 PF 관련 보증한도는 1조2435억원이다. 보증금액 기준으로는 1조2206억원이고 실행된 대출잔액은 9847억원이다.
보증한도는 전년말(4144억원) 대비 200.07% 급증했다. 지난해 4개 사업장에 신규로 신용보강을 제공한 여파다. 보증한도 기준으로 4개 사업장에 8346억원 규모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지난해 신규 신용보강 제공액 중 브릿지론 사업장에 설정된 보증한도는 1128억원에 그쳤다. 7218억원이 상대적으로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이 낮은 본PF 사업장에 제공된 셈이다.
전체 부동산 PF 관련 우발부채 중 브릿지론 규모는 2128억원으로 확인됐다. 브릿지론 우발부채 비중이 17.11%에 그친 셈이다. 건설업계 내에서도 브릿지론에 제공된 신용보강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본PF는 분양대금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대출 상환이 가능하고 일반적인 경우 시공사는 책임준공약정만 이행하면 우발부채를 덜어낼 수 있다.
브릿지론을 사용하고 있는 사업지는 서울과 부산 대도시에 소재하고 있으며 두 사업지 모두 최초 대출약정 체결 후 2년이 경과하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위험 사업지로 꼽히는 2년 이상 브릿지론 사용 사업지가 전무한 상황이다.
서울 사업장은 송파구 방이동 56번지 일원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개발사업이다. 코람코운용이 설립한 케이스퀘어에코송파가 시행을 맡았다. 지난해 5월 2340억원 한도로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SK에코플랜트는 자금보충 약정 형태로 보증한도 및 보증금액 1128억원, 대출잔액 940억원 규모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 사업장은 해운대구 우동 1406-2번지 소재 홈플러스 해운대점 개발사업이다. 이스턴투자개발이 2022년 9월 인수한 부동산으로 SK에코플랜트의 자금보충 약정 신용보강으로 1000억원 규모 대출약정이 체결됐다. SK에코플랜트는 시행을 맡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해운대마린원의 지분 28.9%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이스턴투자개발(45.3%)이고 NH투자증권(12.9%)과 교보증권(12.9%)도 주주로 참여했다.
◇대구 사업지 2곳, 착공일정 2년 가까이 지연
공시상으로는 SK에코플랜트의 우발부채 현실화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지만 마냥 안심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7월 본PF로 전환됐음에도 착공 및 분양에 돌입하지 못한 특이 사업장이 두 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미착공 사업장 두 곳은 모두 대구에 자리하고 있다. 합금철 전문기업이자 금속 압축 및 성형 장비인 프레스 기계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심팩이 계열사 하랑엠앤디와 비오비플래닝을 통해 추진하고 있던 사업지다.
하지만 지난해 심팩홀딩스가 개인들에게 시행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재는 심팩이 사업에서 손을 뗀 모양새다. 지분양수도계약 이후 심팩과의 특수관계자 지위도 해소됐다.
하랑엠앤디가 시행하고 있는 사업지는 대구 달서구 본리동 380-1번지에 자리한다. 지하 4층~지상 49층 규모로 공동주택 6개동과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총 3300억원 규모 본PF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SK에코플랜트가 자금보충 및 책임준공 약정 형태로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다. 보증금액은 4455억원, 대출잔액은 3300억원이다. 만기는 2027년 7월이며 연 이자율은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물+가산금리 500bp(1bp=0.01%포인트) 변동금리로 설정됐다.
대주단은 두 곳으로 구성됐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1900억원을 제공했다. 메리츠증권이 주관한 유동화법인(SPC) 마인드스탠스는 자산유동화단기채무증권을 발행해 1400억원의 조달을 맡았다. 유동화증권은 3개월마다 차환발행되는 구조다.
브릿지론 대출약정이 처음 체결된 시점은 2021년 11월이다.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2850억원 규모 대출약정이 체결됐다. 체결 당시 2022년 6월 착공 및 분양 개시를 목표로 했다. 사업계획이 2년 가까이 지연되는 중이다.
비오비플래닝 사업장은 대구 달서구 본리동 416번지 일원에 위치하고 있다. 하랑엠앤디 사업장과 300m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다. 지하 4층~지상 48층 규모로 공동주택 4개동과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등이 조성된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7월 본PF 대출약정이 체결됐다. 대출약정액은 2200억원이고 만기는 2025년 7월이다. SK에코플랜트가 자금보충 약정으로 신용을 보강했다. 보증금액은 2640억원, 대출잔액은 2200억원이다. 연 이자율은 기업어음(CP) 3개월물+가산금리 301bp로 설정됐다.
대주단은 KB증권이 인수확약으로 추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SPC 에이블본리제일차(1400억원)와 대신증권의 인수확약이 있는 SPC 더퍼스트본리제일차(800억원)로 구성됐다. 다만 KB증권은 올해 들어 129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에 대한 셀다운 작업을 마친 상태다.
2021년 11월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1850억원 한도 대출약정을 체결하며 사업이 시작된 곳이다. 당시 착공 및 분양 목표는 2022년 7월이었다. 2년 가까이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대주단 변경이라는 악재도 발생했다.
두 사업장이 본PF 조달 이후에도 착공 및 분양에 나서지 못하는 건 대구의 분양경기 침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 한때 미분양 가구수가 1만4000가구에 육박하는 등 분양 흥행이 어려운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 기준으로 2022년 1월 3678가구였던 대구의 미분양 가구수는 꾸준히 증가하며 2022년 9월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 2월에는 1만3987가구를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다. 이후 미분양 가구수가 꾸준히 감소하며 지난 2월에는 9927가구로 줄어든 상태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감소세가 둔화된 모양새다. 2022년초 수준으로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착공 및 분양이 지연되면서 두 사업장이 무늬만 본PF로 공시됐을 뿐 사실상 브릿지론 단계로 간주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릿지론과 본PF를 분류하는 주요 조건이 분양을 통한 상환가능성 제고와 착공여부임을 감안하면 본PF 사업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브릿지론 단계로 분류하고 있지만 SK에코플랜트가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고 있어 딜에 참여했다"며 "사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공사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금리와 만기에서도 대주단이 두 사업장을 사실상 브릿지론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지난 9일 종가 기준으로 CD91일물은 3.57%, CP91일물은 4.19%로 거래를 마쳤다. 이를 바탕으로 산정되는 금리는 하랑엠앤디가 8.57%, 비오비플래닝이 7.2%다.
지난해 조달된 대형 시공사 브릿지론 사업장보다도 높은 수준의 금리다. 신용등급 AA, A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 연 이자율 6~7% 수준에서 브릿지론 조달에 성공했다. 새해 들어 본PF 금리도 대부분의 경우 8%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다만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신용등급 'A-'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로 본PF 대출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만기가 2년으로 본PF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짧게 설정된 비오비플래닝 사업지는 책임준공 약정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2025년 초부터 리파이낸싱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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