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재무 점검]'영구채'로 막지 못한 롯데컬처웍스 재무④2021년부터 실질적 완전자본잠식…미상환 영구채 잔액 1800억
고진영 기자공개 2024-04-22 14:31:44
[편집자주]
팬데믹 이후 영화관업계는 바싹 타는 가뭄이 무던히 길었다. 엔데믹 선언, 천만영화 등장과 함께 회복세에 들어서긴 했지만 메마른 건기를 보낸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다. 멀티플렉스의 시대가 이제 저무는 게 아니냐는 우려 역시 숨통을 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의 재무적 현황과 생존 전략을 더벨이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컬처웍스는 6년 전 롯데쇼핑에서 물적분할로 떨어져 나온 이후 매년 순자산이 우하향했다. 출범하자마자 리스회계기준이 불리하게 바뀐 데다 팬데믹 타격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하지만 이 자본잠식은 사실 이미 예고됐던 재난이다. 그간 모자란 자본을 신종자본증권(영구채)으로 틀어막아왔지만 지난해 콜옵션 기간이 도래, 대규모 영구채를 갚으면서 추가적 조달여력이 여의치 않았다.
2023년 말 기준 롯데컬처웍스의 연결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11억원이다. 2018년만 해도 5000억원을 넘었는데 3년 만에 1000억원 밑으로 줄더니 이제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코로나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 해외법인의 부진이 원인이다.
극장가에서 코로나 사태의 충격파는 2020년 2월 즈음부터 본격화됐다. 매출이 쪼그라든 반면 영화관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자연히 손익 악화가 뒤를 따랐다. 영화관업계 모두가 적자 기조를 면키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롯데컬처웍스는 2019년 롯데쇼핑으로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법인 등 해외법인을 넘겨받은 상황이었다. 당시 지분인수로 약 580억원을 썼는데, 이 해외법인들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연결로 들어오면서 재무 안전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베트남법인의 경우 2019년 기준 자본잠식 상태였던 데다, 리스부채를 제외한 롯데컬처웍스의 연결 차입금 1292억원 중 대부분이 베트남법인이 지고 있던 빚이다.
설상가상 2019년 리스회계기준으로 금융비용이 380억원 발생했다. 리스부채 관련 사용권자산 손상차손까지 484억원 인식한 탓에 롯데컬처웍스는 2019년 당기순손익이 -63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듬해도 2354억원 규모의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자본총계 규모가 2020년 15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극장시장 전반에 닥친 대대적 불황에 멀티플렉스 업계는 줄줄이 신종자본증권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컬처웍스 역시 2021년 6월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작으로 같은 해 말 1000억원의 영구채를 찍었다. 순손실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영구채를 통한 자본확충 없이는 자본잠식이 찾아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2022년에도 신종발행증권 300억원을 추가발행했다.
덕분에 순자산을 플러스 상태로 간신히 유지하긴 했지만 영구채 발행효과를 제거하면 롯데컬처웍스는 이미 2021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진 것과 다름없다. 영구채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잡을 경우 롯데컬처웍스의 자본총계는 2021년 -700억원, 2022년 -1400억원으로 계산된다.
2022년 영구채를 합친 롯데컬처웍스의 자본총계가 290억원, 이중 납입자본금이 244억원이고 그 해 300억원의 신종발행증권을 추가발행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는 딱 자본잠식을 피할 만큼 영구채를 찍었던 셈이다.
롯데컬처웍스는 2023년에도 4월 400억원, 6월 300억원,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억원과 3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을 발행했다. 연 7.6% ~ 8.1%대의 높은 금리를 무릅썼다. 2년 전 발행했던 영구채 1400억원의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시점이 다가오면서 차환발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1400억원 가운데 2021년 6월 발행한 5회차(400억원) 금리는 4.2%, 2021년 12월 발행한 6회차(1000억원) 금리는 5.3%로 설정됐다. 발행시점 2년 뒤부터 금리가 2% 오르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붙었다. 지난해 새로 발행한 영구채 금리가 최고 8%를 넘는 다는 점에서 차라리 차환없이 스텝업을 선택하는 게 유리했다고 봐야하는 조건이다.
그러나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 불릴 뿐이지 중도상환 시기의 콜옵션 행사가 시장의 불문율로 여겨진다. 롯데컬처웍스도 어쩔 수 없이 더 높은 금리로 새 영구채를 찍어 빚을 상환했다.
기존 영구채를 갚아서 생긴 자본의 공백은 신규 영구채가 대신했지만, 조달 여건이 어려워지다 보니 지난해 또다시 발생한 순손실 467억원은 만회할 여력이 없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에도 불구하고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던 배경이다.
작년 말 기준 롯데컬처웍스의 미상환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1787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잔액을 부채로 분류할 경우 자본총계의 마이너스 규모는 -211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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