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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지상에선 100%, 하늘에선 유일무이' 한화에어로③항공엔진 국산화 40% 달성, 고압부품도 자체 생산…K9·천무 수출 날개

허인혜 기자공개 2024-04-25 16:54:25

[편집자주]

방산 분야는 국산화율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에게 원천기술과 부품 국산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휴전국가로서 매출처가 보장되는 데도 자체 기술 없이는 해외 기업에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부지런히 따라잡은 끝에 국산화율은 80%에 도달했고 수출규모는 170억 달러를 넘겼다. 더벨이 국내 방산업계의 부품·원천기술 국산화 히스토리와 영역별 발전 역사, 기업별 국산화율과 수익성·연구개발(R&D) 재무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췄다. 독자적인 타이틀도 여럿이다. 지상방산 부문에서는 선두주자고 항공엔진 부문에서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발이 빨랐고 그만큼 경험이 쌓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무기 국산화는 10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출 잭팟을 터트린 K9과 천무 등이 주인공이다.

항공 방산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나홀로 항공엔진 제작사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선진국의 부품을 조립하는 데 그쳤던 기술력은 이제 항공엔진의 평균 40%를 국산 부품으로 제작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불모지에서 끌어올린 '항공 심장' 엔진 국산화 40%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50년대 출범한 한화의 방산 모태와 1970년대 설립된 삼성정밀공업의 기술이 모인 곳이다. 삼성정밀공업은 미사일 추진기관으로 출발해 항공기 부품 국산화와 한국형 전투기 사업(KFP) 등에 연달에 뛰어들었다. 삼성테크윈으로 이름을 바꿔 운항하는 동안 공군의 초등훈련기(KT-1)용 엔진(PT6A)의 국산화사업에 참여하는 등 항공 방산 부문에 천착해 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국제 항공 우주·방위산업 전시회에서 F414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특히 항공엔진 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유일하게 진출한 영토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 전무가 "국내 항공엔진의 역사가 곧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사"라고 자신할 정도다.

국내 항공 완성장비 국산화율은 50%를 웃돈다. 다만 이 수치는 조달가격에서 외화지출액을 빼서 산출한 금액이 기준이다. 고급 기술이 필요한 장비일수록 가격이 비싸 일정부문은 반영되지만 숫자만 보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을 국산화했는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항공 장비의 심장부인 엔진의 국산화율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군이 운용하고 이라크, 폴란드 등에 수출하는 T-50의 F404 엔진, KF-21의 F414 엔진 등을 제작한다. 한국형 헬기인 수리온T700, 소형무장헬기 Arriel 2L2 헬기 엔진도 간판 제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부문의 국산화율 평균이 40% 수준이라고 전했다. 주력 제품인 F414는 39%, F404는 35%까지 높였다.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 단계까지 오는데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항공엔진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첫 정비를 기념해 사진을 찍을 만큼 기술력이 미국은 물론 대만에도 밀렸다. 1982년 제트엔진 생산에 성공했고 국제공동생산에 참여해 P&W 등 글로벌 방산기업의 기술을 전수 받는다. 1990년대 KT-1 국산화 엔진 1호기를 생산한다. 2022년 KF-21 보라매 전투기용 F414 엔진 생산을 국산화했다.

부품 중에서는 어느정도까지 국산화에 성공했을까. 대표적인 국산화 부품을 꼽아달라고 하자 하이프레셔(high-pressure·고압) 부품을 소개했다. F414는 국산화 하이프레셔 블리스크와 팬 블리스크, F404는 하이프레셔 터빈 디스크를 장착한다는 설명이다. 특별히 고압 관련 부품을 자랑한 이유는 고온·고압에 노출되는 부품일 수록 고도의 제조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다.

◇K9·천무, 국산화 100% 목전…수출 '날개'

항공엔진이 도전 무대라면 지상방산은 이미 평정한 영토다.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천무 발사체 등을 제작한다. 매출과 기술력 모두 톱티어다. 기술력을 먼저 보면 K9과 천무의 국산화율은 이미 9할을 넘겼다. K9이 체계기준 92%, 천무가 98%다.

K9의 국산화율을 92%까지 끌어올린 데는 엔진 국산화의 역할이 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업한 STX엔진 덕이다. 3년의 연구개발(R&D)로 공을 들였다. 1000마력급 엔진으로 본래 사용하던 독일 MTU 엔진의 기술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K10 탄약운반장갑차(왼쪽)와 K9 자주포(오른쪽).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산화율이 중요한 건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에 참여해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K9을 판촉했다. 본래 독일 MTU 엔진을 탑재해 수출하려면 독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국산 엔진을 장착하며 승인에서 자유로워졌다. K9는 한국 방산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날개를 단 셈이다.

수출용으로 기획해 개발한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Redback)은 국산화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 받는다. 자주포와 장갑차를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녹인 제품이다. 호주의 보병전투장갑차 도입 사업에 선정됐다.

◇조단위 투자·조단위 매출액…'국산화율'에 움직이는 숫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평년 매출액 대비 9% 이상의 연구개발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연구개발 활동의 중축으로 항공과 방산 부문을 명시했다. 지난 한해동안 연구개발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8141억원이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생산설비 투자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민간 발사체 생산 시설과 스마트 엔진 생산 시설 신설이 진행 중이다. 각각 500억원과 400억원이 투입된다. 그룹차원에서 방산·우주항공 분야에 2026년까지 2조6000억원을 쏟는다.

쏟는 금액만큼 방산 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 효자다. 폴란드와 맺은 K9 자주포, 천무 수출 계약 규모는 8조원을 넘는다. K9 2차 실행계약을 완료했고, 천무 2차 실행계약 체결도 앞뒀다. 지난해 총 매출액 9조3600억원 중 지상방산이 4조1340억원, 항공우주가 1조6100억원을 차지한다.

국산화 목표가 많아 투자 계획도 빡빡하다. 2030년 중후반까지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인 자체 엔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도 목표한다. 6세대 환경을 버틸 소재 국산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K9과 천무, 레드백에 이은 미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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