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K방산 이끈 '한국형 프로젝트'②국산화 100% 목표…육상·해상 대비 항공부문 열세
허인혜 기자공개 2024-04-24 11:02:04
[편집자주]
방산 분야는 국산화율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에게 원천기술과 부품 국산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휴전국가로서 매출처가 보장되는 데도 자체 기술 없이는 해외 기업에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부지런히 따라잡은 끝에 국산화율은 80%에 도달했고 수출규모는 170억 달러를 넘겼다. 더벨이 국내 방산업계의 부품·원천기술 국산화 히스토리와 영역별 발전 역사, 기업별 국산화율과 수익성·연구개발(R&D) 재무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 방산이라는 수식어 이전에 '한국형'이 있었다. 한국형은 과거의 국산 군수물자와는 다르다. 해외에서 들여온 부품을 단순 조립하거나 탄약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물품이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부터 부품 생산, 조립까지를 최대한 주도해보고자 했던 게 한국형 프로젝트다.주요 군수 장비의 국산화를 목표로 이어진 한국형 프로젝트가 국내 방산기업의 국산화 흐름을 이끌어 왔다. 구축함과 호위함, 전투기와 헬기, 전차와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육·해·공을 막론하고 진행됐다.
한국형 프로젝트는 핵심 참여자였던 기업들이 앞다퉈 국산화 비율을 높인 계기가 됐다. 한국형으로 개발된 무기들은 'K' 브랜드를 달고 해외 수출을 이끄는 빅뱅으로 성장했다. 국내 방산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국산화 발전기가 한국형 프로젝트의 연혁에 담겨 있다.
◇美변형품에서 국산화 100% 목표로…'잭팟' 이끈 현대로템 K2
국내 방산기업들은 그 기업의 역사가 곧 해당 방산 부문의 연혁인 곳이 적잖다. 방위산업의 초대를 닦기 어렵고, 일단 시작하면 처음 뛰어드는 루키 기업과 비교해 당연하게도 경험과 기술력에서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특히 방산은 진입장벽이 더 높은 편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형 전차의 생산과 개발은 현대로템이 이끌어 왔다. 한국형 전차의 시작인 K1과 개량형 K1A1, 현재의 K2까지 현대로템을 거쳐 생산됐다.
K방산 수출 잭팟의 주역으로는 K2전차가 꼽힌다. 폴란드와의 방산수출 2차 계약 물량 30조원 중 20조원이 현대로템의 K2 전차 820대다. K2 전차도 K1 등 한국형 전차 생산 프로젝트에 힘입어 현재 방산 수출을 이끄는 주력 무기가 됐다. 선배 격인 K1은 미국 육군의 전차 M1을 기초로 해 개발국을 한국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K2부터는 달랐다.
K2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현대로템의 합작품이다. 개념연구부터 개발 성공까지는 12년이 걸렸고 2500억원을 투입했다. 그만큼 자체 기술력을 도모해 국산화에 매달렸다는 의미다. 목표는 국산화율 90%. 현대로템뿐 아니라 당시 삼성탈레스와 넥스원퓨처 등 20여개 기업이 참여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다. 자체 개발과 생산에 집중한 건 수출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터키 첫 수출을 시작으로 2022년부터 연달아 이어진 수출 잭팟은 이때부터 예견된 셈이다.
K2의 아킬레스 건은 전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워팩이다. 엔진과 변속기를 합한 부품이다. 엔진은 국산을, 자동변속기는 독일산을 사용한다. 국산 변속기가 해를 거듭한 테스트에도 결국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해서다. 4차 양산분부터는 변속기까지 국산으로 바꿔 100% 국산화를 노린다. 이 경우 폴란드 추가 수출분에는 완전 국산화 K2 전차가 납품될 수 있다.
◇30년 맞붙은 HD현대 vs 한화오션 , 첫 국산 구축함 라이벌전
한화오션과 HD현대가 끊임없이 맞붙고 있는 영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다. 전신인 한국형 구축함(KDX) 사업부터 두 기업의 핑퐁게임은 이어져 왔다. 1990년~2000년대 KD-1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사업은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주도했다. KD-2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부터 한화오션과 HD현대의 라이벌전이 시작됐다. KD-3 세종대왕급 구축함도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국형 구축함 대신 한국산 구축함을 가동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면 기업의 목표에는 수익성도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다. 두 기업이 특히 구축함을 두고 라이벌전을 지속한 건 특수선의 수주 규모 때문이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만 봐도 1척당 1조~2조원의 사업비가 전망된다. 전체 사업규모만 7조8000억원 수준이다.
KDDX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핵심 기술의 국산화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이지스시스템에 버금가는 성능을 한국형으로 개발하는 첨단 이지스함의 국산화가 목표다. 기존의 한국형 구축함(KDX)에 적용하는 탐지와 추적, 무장 등의 최신 기술을 모두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가 KDDX 쟁탈전에 매달리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7조8000억원의 과실도 달지만 이지스함을 국산화한 기술을 보유하고 상대방보다 앞섰다는 스코어가 남는다. 영국 군사정보 전문업체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 세계 특수선 시장 규모가 약 1조달러(13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잠수함과 수상함 시장이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화율 낮은 항공부문, FA-50·수리온이 견인
방위사업청의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 국내 방위사업 완성장비 국산화율에 따르면 가장 비율이 낮은 분야가 항공이다. 다른 방산부문도 마찬가지지만 항공엔진 분야는 특히 기술의 정수로 꼽힌다.
아직은 국산화율이 낮지만 내세울 만한 족적이 있다. 국내 방산 항공기술의 총아인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1)이다. 수리온은 2005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수리온의 고향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2010년 하늘을 날았고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매진해 60% 수준의 국산화를 이뤘다. 여전히 완전 국산화를 노리고 있다. 유·무인 복합체계(MUM-T)까지 내다보는 중이다.
역시 KAI가 개발을 주도한 다목적 전투기 FA-50도 항공방산 부문의 자랑거리다. 폴란드, 말레이시아에 대규모 수출을 성공한 바 있다. 100% 국산화는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LIG넥스원과 KAI 등이 국산 부품 개발에 매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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