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KB운용, 경영진 이사 선임 안건에 무더기 반대표출석률에 집중…겸직·근무이력 등도 면밀 검토
이돈섭 기자공개 2024-04-29 08:09:30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자산운용의 사내·외이사 선임 기준은 까다로웠다. 최근 1년간 다양한 투자기업 주주총회에 참여해온 KB운용은 주요 경영진들의 이사 선임 안건 관련, 최근 이사회 출석률과 겸직 수, 연속 근무 햇수 등을 면밀히 살펴보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일부 주주행동주의에는 찬성 의결권을 행사, 안건이 가결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운용은 지난해 4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최근 1년간 186개 기업 1293개 주총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찬성과 반대, 불행사, 중립 등 4개 방식으로 행사된 의결권 중 찬성 수가 1168건(90.3%)으로 가장 많았다. 반대 의결권은 92개(7.1%), 불행사는 10개(0.8%), 중립은 28개(2.2%)였다. 반대율은 7.1%였다.
KB운용은 안건 유형을 △감사 선임 및 해임 △결산 및 배당 △이사 선임 및 해임 △임원보수 △자본구조 △정관변경 △조직변경 △기타 등 8개로 구분했다. 반대 의결권 행사 수가 가장 많았던 유형은 이사 선임 및 해임 건으로, 31개 의결권이 행사됐다. 정관변경이 20건, 임원보수 13건, 감사관련이 12건, 결산관련이 6건, 자본구조 6건이었다.
이사 선임 안건 중에는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포함돼 있었다. 2012년부터 4번의 연임을 거쳐 사내이사로 몸담은 방 의장은 당시 재선임을 앞두던 상황. KB운용은 방 의장의 전년도 이사회 참석률이 75% 미만인 점을 문제 삼았다. 방 의장의 지난해 이사회 참석률은 67%. 2022년 이사회 참석률은 54%에 지나지 않았다.
KB운용 의결권 행사 세부지침은 이사회 출석률이 4분의 3 이상이 아닌 경우 해당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토록 규정하고 있다. KB운용은 스캇 사무엘 브라운(Scott Samuel Braum)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한 사유를 들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스캇 이사의 최근 2년 평균 참석률은 61%였다.
플러스자산운용 등 하이브 주총 당시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전문사모 운용사 역시 이사회 참석률을 이유로 해당 이사들의 재선임 안건을 반대했다. 하이브 정기주총 당시 KB운용은 복수의 펀드를 통해 하이브 지분 0.31%를 보유하고 있었다. 방 의장의 당시 하이브 지분은 약 31.6%. 방 의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 밖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대표 내정자의 대표이사 신규선임 안건,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 다양한 상장기업 주요 경영진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지전 평균 이사회 참석률을 문제 삼아 반대표를 던졌다.
과도한 겸직이나 지나친 장기 근무도 도마 위에 올렸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아주IB투자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의 경우 문 회장이 주총 당시 7개 기업에 적을 두고 있어 이사로서 충실한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봤고, 이정순 전 SC제일은행 부행장의 에쓰오일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은 신규 임기 포함 재직 연수가 9년을 초과해 반대했다.
타 운용사 주주행동주의에는 비교적 보수적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KCGI자산운용이 지난해 8월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 등을 요구하면서 주주행동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다. KB운용은 의결권 행사 세부지침에 의거, 이사회가 올린 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들이 주주가치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 찬성표를 던졌다.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금호석화 이사회와 대립한 금호석화 주총에서도 KB운용은 이사회 안건에 힘을 실어줬다. DB하이텍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연대와 케로피홀딩스가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 일부 사외이사 선임 안건 통과에 기여키도 했다.
현대모비스와 엘앤에프,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총에서는 이사 후보들이 주요 이해관계자와 특수관계인에 있는 점을 문제 삼아 일부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KB금융지주는 KB운용이 계열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중립 표를 행사했다. KB운용이 자산관리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KB스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도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
이돈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밸류업 사각지대
- [거버넌스 리빌딩]인탑스 2세 오너십 구축 관건…이익 터널링 비판도
- [이슈 & 보드]견제장치 없는 푸드나무 이사회, 새주인 맞아 전면개편
- [거버넌스 리빌딩]부상하는 3세 체제…대원산업 저평가 둘러싼 논란
- [거버넌스 리빌딩]삼영전자, 창업주+일본계 거버넌스 순항 끝 결말은
- [거버넌스 리빌딩]'현상유지 경영' 모토닉…3세에 거는 기대감
- [거버넌스 리빌딩]신도리코, 몸집보다 큰 현금성 자산…승계도 관건
- [thebell interview]"외국인 기용으로 이사회 다양성 업그레이드"
- [2024 이사회 평가]영원무역홀딩스, 이사회 명과암 뚜렷…정보접근성 호평
-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트럼프통' 영입한 삼성전자…향후 행보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