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활용법 분석]애경산업, 원씽 인수 효과 '인고의 시간'원씽 잔여지분 절반 저가 매수…순손실 전환에 인수효과는 아직
이민호 기자공개 2024-05-08 08:18:02
[편집자주]
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07: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산업이 화장품 제조 자회사 원씽 잔여지분(30%) 절반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약 2년 전 경영권 지분 70% 인수 때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매입했다. 원씽이 지난해 당기순손실로 전환하면서 콜옵션 행사가격이 낮아진 결과다. 애경산업은 실적 정상화를 위해 올해부터 원씽과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창립 37년 첫 M&A…잔여지분 풋·콜옵션 부여
애경산업이 원씽 지분 70%(35만주)를 사들인 것은 2022년 5월이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사업부문(샴푸, 치약, 세탁세제, 주방세제 등)과 화장품 사업부문을 두고 있으며 화장품 사업부문에서는 에이지투웨니스(AGE 20's)와 루나(LUNA) 등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원씽이 스킨케어 제품에 강점을 보유한 만큼 화장품 사업부문에서의 포트폴리오 강화를 노린 결정이었다. 애경산업의 1985년 4월 설립 이후 첫 M&A 사례다.
원씽 지분 70%에 대한 매입금액은 140억원으로 이에 따른 주당가액은 4만원이다. 취득분 전량이 신주 발행 없는 구주 취득이었기 때문에 이 주당가액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 애경산업은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원씽 사업결합에 따른 이전대가를 111억원으로 평가했는데 이에 따른 주당가액은 약 3만1614원이 된다. 이전대가 111억원 중 영업권이 99억원이었던 만큼 원씽에 대한 애경산업의 기대감이 컸다.
애경산업은 원씽 경영권 인수 때 기존 주주이자 공동 창업자인 최유미 대표이사·배우주 전 대표이사와 주주간계약(SHA)을 맺었다. 잔여지분 30%는 최 대표와 배 전 대표가 15%(7만5000주)씩 보유했다. 잔여지분 30%에 대해 애경산업이 콜옵션을, 최 대표와 배 전 대표가 풋옵션을 각각 보유하는 내용이다.
옵션 만기일은 내년 4월말로 실제 행사는 내년에 이르러 가능하도록 했다. 행사가격은 풋옵션과 콜옵션에서 동일하게 원씽 2022~2024년 3년간 사업성과로 결정된다. 3년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EBITDA 배수 9배를 적용한 값에 순차입금을 제외하는 산식이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이번달 18일 배 전 대표이사 보유지분 15% 전량을 3억7538만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애경산업 지분율은 기존 70%에서 85%(42만5000주)로 늘었다. 앞서 주주간계약 체결 당시 애경산업은 두 대표에 대해 계속근무의무 조항을 내걸었는데 지난해말로 의무기간이 종료되면서 배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
배 전 대표가 지난해 말일자로 사임하면서 배 전 대표 보유물량에 한해 옵션 만기일이 이번달 말일자로 변경된 만큼 콜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 대표는 여전히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분(15%)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이번 풋옵션 행사에서의 주당가액으로는 약 5005원이 매겨졌다. 2022년 5월 인수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매겨졌던 주당가액(3만1614원)보다 한참 하락한 가격이다. 애경산업으로서는 잔여지분 절반을 최초 취득가액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효과를 봤다.
◇순손실 전환에 지분가치 손상인식…옵션 행사가액도 하락
하지만 애경산업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옵션 행사가액은 원씽 사업성과와 연관되므로 이처럼 하락한 것은 그만큼 실적이 나빴다는 의미다. 원씽 매출액은 2022년 89억원에서 지난해 98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5억원에서 마이너스(-) 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때문에 애경산업은 2022년말 140억원으로 평가했던 원씽 지분 70% 가치(장부금액 기준)를 지난해말 81억원으로 낮춰잡았다. 당기순손실 전환으로 지분가치에서 59억원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한 결과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원씽 경영권 인수로 발생한 영업권 99억원 중 41억원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다만 원씽 지분가치가 하락하면서 풋옵션을 부여한 결과로 발생되는 파생상품부채가 2022년말 13억원에서 지난해말 1억원 이하로 크게 줄었다. 파생상품부채 감소는 단기차입금(231억원) 전액 상환에 따른 무차입(리스부채 제외) 경영으로의 회귀와 함께 금융부채를 줄이는 주요 계기가 됐다.
반면 콜옵션을 부여한 결과로 발생되는 파생상품자산은 2022년말 12억원에서 지난해말 25억원으로 늘었다. 파생상품 부채와 자산은 원씽 지분가치 변동에 따라 달라진다. 지분가치가 다시 높아지면 파생상품 부채가 커지고 자산이 줄어든다. 이번 15% 콜옵션 행사에 따른 옵션 대상물량의 감소로 파생상품 부채와 자산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원씽에 운영을 일임해왔지만 올해는 원씽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애경산업과 제품개발과 마케팅, 영업에서 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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