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보릿고개' 걷는 LG화학, 기술적 반등일까 바닥일까9개월 만에 50% 하락…주주환원보다 투자 통한 성장 목표
박완준 기자공개 2024-05-02 10:26:0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15: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LG화학 주가는 지난해 7월 26일 78만3000원을 기록한 이후부터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는 하락에 주가의 최저점도 매달 바뀌며 이달 19일 36만60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도 1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주가는 올해 1월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한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해도 연일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저PBR 종목으로 꼽혀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1월 8일 47만9000원이던 주가는 1월 22일 38만70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LG화학의 주가는 이달 말부터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둔화 우려에 이익추정치 하향이 지속되는 상황에도 주가는 하루에 5% 이상 오르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이달 29일 하루 만에 장중 40만500원까지 오르며 무너진 5~20일선 지지대를 회복했습니다.
LG화학 주가는 단기 저점에 도달해 기술적 반등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52주 최저가를 경신한 종목에 꼽혀 저가 매수세 유입이 늘어난 것입니다. 아울러 차량용 필름 공급 계약 소식 등 개별 종목의 모멘텀이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주가 상승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순매수하며 나타났습니다. 특히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거래일마다 3~10만주의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며 매도세를보였지만, 29일 10만3325주를 순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기관계도 4만6018주를 매수했습니다. 다만 연기금은 LG화학 주식을 거래일마다 순매도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올 1분기 실적을 30일 발표했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도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났습니다. LG화학은 1분기 매출 11조6094억원과 영업이익 2646억원을 거뒀습니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1.6%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이 7% 증가했습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67.1% 각각 감소한 실적입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 4조4552억원과 영업손실 31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료가 상승에도, 나프타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와 비용절감 활동 등을 지속해 전 분기(영업손실 1170억원) 대비 적자 폭을 줄였습니다.
첨단소재 부문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 1421억원을 거둬 직전 분기 영업이익 531억원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전지 재료가 전 분기 기저효과에 따라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전자 소재는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LG화학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LG화학의 실적 부진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분기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손실은 지속되고 있으며, 수익성이 낮은 범용 사업을 두고 매각과 인력 조정 등 힘겨운 구조조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망입니다.
정경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손실의 폭이 줄었지만 결국 정상 궤도에 올라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은 동일하다"며 "올해도 실적 반등은 어려워 보이며, 업종의견도 투자 비중 축소(언더웨잇)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LG화학의 부진한 실적에 주가도 코스피 내 다른 종목보다 상승 폭이 좁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실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LG에너지솔루션 연간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해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1분기 실적을 앞두고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두 곳입니다. 모두 LG화학의 목표치를 낮췄습니다.
목표주가를 가장 크게 낮춘 곳은 키움증권입니다.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아웃퍼폼)'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시장수익률'(마켓퍼폼)은 매수와 매도의 중간 단계로, 사실상 '중립' 의견으로 해석됩니다. 목표주가도 50만원에서 38만3000원으로 낮췄습니다.
키움증권은 석유화학 부문의 약세가 올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LG화학의 실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매출 증가율이 감소해 실적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 상반기도 리튬 가격이 하락하며 부정적 래깅 효과가 발생해 LG화학의 평균판매단가(ASP) 수익성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메리츠증권도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는 52만원에서 4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익 기여도를 제외한 실질 사업 부문의 펀더멘털 악화가 여전하다는 의견입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부문은 폴란드향 출하량 소폭 개선 및북미향 물량 증가로 외형성장이 이뤄져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의 턴어라운드는 긍정적"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그는 "LG화학의 3대 신성장동력을 집중하기 위한 설비 투자액은 10~12조원으로 예상된다며, 사업 및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확보가 절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LG화학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차동석 사장(사진)입니다. 차 CFO는 1963년생으로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LG화학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20년간 재무 경력을 쌓은 그는 2008년 (주)LG 재경팀장 상무로 승진해 임원으로 발탁됐습니다.
차 CFO는 LG화학 정도경영TFT를 거쳐 2014년 기업운영자재(MRO) 계열사였던 서브원에서 CFO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 서브원의 MRO 사업부문 물적분할을 끝마친 그는 2019년 LG화학에 복귀해 202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2022년 말 임원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더벨은 LG화학의 주가 부양 계획과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이 CFO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이날 실적 발표 후 질의응답을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 CFO는 주주환원보다는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는 주가 부양 계획에 대해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라며 "배당이 줄어든 만큼 당분간 재무적 역량을 강화해 3대 신성장동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성장을 통해 기업의 가치 창출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에는 "올 상반기 중 금융당국의 세부 지침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지침에 맞춰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금 조달에 대한 부분도 직접 언급했습니다. 차 CFO는 "영업창출 능력이 과거에 비해 낮아져 차입을 통해 일정 부분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며 "비핵심 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재무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차 CFO는 보유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을 묻는 말에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활용할 수 있는 자산임은 변함이 없지만, 현시점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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