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 Blue]재무지표로 '위기설' 반박한 롯데케미칼, 저점 매수 기회될까현금흐름 양호, 부채비율 78% 불과…주가는 2009년 4월 이후 '최저'
박완준 기자공개 2024-11-21 07:40:4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15: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롯데케미칼 주가가 온라인에서 확산된 '유동성 위기설'로 단기간에 큰 폭으로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됐고,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시장에 퍼지며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해진 영향입니다.
이같은 소식에 롯데케미칼 주가는 이달 14일 7만9000원에서 2거래일 만에 18% 이상 하락한 6만59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다만 발 빠른 해명 공시에 주가는 하루 만에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금융권과 증권가도 과장·확장된 악의적 글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 ‘롯데 유동성 위기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에 롯데케미칼 주가가 단기간에 반등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6만5000원대의 주가는 2009년 4월 수준으로, 시가총액이 2조88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이 7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시 1년 만에 4조원가량 쪼그라들었습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이날 장중 3% 이상 오른 6만8200원을 기록했습니다. 유동성 위기설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며 주가가 시장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2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다만 롯데케미칼 주가는 최근 7거래일 동안 지지선을 빠르게 이탈하는 등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려 단기간 내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짧은 기간에 5~60일 지지선을 이탈해 52주 최저가를 찍은 만큼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Industry & Event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저하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업손실은 2022년 7626억원과 지난해 3477억원을 거둬 2년 만에 1조원을 넘었습니다. 올해도 3분기까지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중국 수요 의존도가 높고, 수익성이 낮은 기초소재 사업의 매출 비중이 큰 탓입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사업 매출 비중은 80%에 달했습니다. LG화학이 30%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재무는 실적 대비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업황 저하가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발 빠르게 비핵심·저수익 사업 정리와 설비 운영 효율화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올 3분기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차입금은 10조722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602억원 줄었습니다. 실적 부진에도 차입금 상환에 힘쓰며 하락 추세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부채비율도 78.6%에 머물렀습니다. 통상 부채비율 100% 이하를 안정적인 재무로 평가하는 점을 고려할 시 유동성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올 4분기에도 차입금 상황에 총력할 계획입니다. 미국법인(LCLA) 증자를 통해 6626억원을, 내년 중 인도네시아 법인(LCI)의 지분을 활용해 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을 거쳐 조달을 마치면 롯데케미칼은 총 1조4000억원을 확보하며 이는 모두 차입금 상환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과감한 사업 재편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범용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개편해 고부가가치 신사업에 집중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특히 기초화학과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해 자산 매각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롯데케미칼 주가가 최근 동종업계 기업보다 과하게 떨어졌다는 의견입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8배까지 떨어져 향후 수익성 반등 기대감에 따른 저점 매수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이 상장사가 보유한 자산가치의 20%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KB증권은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롯데케미칼 자체의 펀더멘탈(기초여건)을 고려할 시 현금흐름은 우려보다 양호하다는 분석입니다. 이어 롯데케미칼의 올해 추정 부채비율은 78.6%로 높지 않으며, 현금흐름도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기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습니다.
삼성증권은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중국 정부의 내수 경기 살리기 위한 정책 카드가 반등 키워드가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지만, 내년 내수 수요 진작을 위한 추가 정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입니다. 다만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 10만원을 유지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습니다. 이진호 연구원은 "올 4분기 실적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이 6개월 만에 확장 국면에 접어든 점이 긍정적"이라며 "최근 가스 가격의 하락으로 미국법인의 흑자전환이 예상되며 올레핀, 정밀화학 등도 해상운임 소폭 하락 및 원료가 안정화 등으로 실적 개선세를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내년에도 범용성 석유화학 업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며 롯데케미칼의 목표주가를 8만6000원으로 4% 하향했습니다. 투자의견은 '유지(HOLD)'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올 4분기도 범용성 제품 수익성이 손익분기점을 하회해 2026년까지 영업손실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Keyman & Comments
롯데케미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낙선 상무(사진)입니다. 그는 1972년생으로 부산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성 상무는 2018년 화학BU담당 상무보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0년부터는 첨단소재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았으며, 2021년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첨단소재 경영전략부문장과 안전보건부문장을 겸임하던 그는 올해부터 롯데케미칼의 CFO로 임명됐습니다.
더벨은 롯데케미칼의 주가 부양 계획과 재무 전략을 듣기 위해 성 CFO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를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한 배경에 대해 "최근 주가 하락을 이끈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며 최초 유포자를 찾아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발 빠른 해명에 계열사 주가가 시장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입금 등 유동성 확보와 재무 전략을 묻는 말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올 3분기 기준 현금흐름도 1조원이 넘고, 4분기 차입금 상환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은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실적 개선 속도와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한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단기적인 사업 재편 방향성을 묻는 말에는 "기초화학을 넘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 사업으로 재편, 전략 방향을 따로 재정립해 거버넌스 최적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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