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대 화랑 경영분석 리포트]가나아트, '한남' 법인 중심 매출 확대 추세③[재무구조]3대 화랑 중 가장 먼저 재무제표 공시 시작
서은내 기자공개 2024-05-09 07:32:59
[편집자주]
한국 미술품 유통시장에서 현재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고 있는 갤러리 세 곳을 묻는다면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갤러리가 손에 꼽힌다. 이 세 회사를 중심으로 국내 갤러리업계는 집중된 형태를 띤다. 수익 면에서도 이 세 갤러리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화랑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화랑의 계열, 지분구조와 재무구조를 분석하고 주요 전속작가 그룹을 포함해 경영 스타일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나아트갤러리는 3대 메이저 화랑(국제, 가나, 현대) 가운데 가장 일찍부터 외감(외부 회계감사) 법인으로서 재무제표를 공개해왔다. 외부감사는 상장사이거나 비상장사 중 일정 규모 이상 되는 곳들이 대상이다. 3대 화랑 중 가장 먼저 일정 재무 수준을 갖췄다는 의미다. 가나아트는 1999년부터 외부감사를 받았다. 국제갤러리보다 9년 빠르다.외감법인에는 일정 기준이 있다.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이거나 자산규모가 500억원 이상이면 다음해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 부채총액 70억원 이상, 매출 100억원 이상, 종업원 100명 이상 등 네 요건 중 두 개 이상 해당 경우도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 된다.
국내 갤러리업계에서 외감법인은 손에 꼽힌다. 외감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재무 자료를 공시하게 돼 있다. 국제, 가나, 현대 등 3대 화랑 외에 원앤제이갤러리가 2009년부터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오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주식회사 아라리오 감사보고서를 통해 갤러리 재무 수치가 공시되고 있다.
최근 외감 대상이 된 곳에는 리안갤러리가 있으며 2022년부터 외부감사를 받기 시작했다. 갤러리바톤은 2023년 재무제표부터 공시하고 있다. 외국계 페이스갤러리(페이스아트코리아)와 리만머핀은 2022년부터 외감 대상이다. 국내 갤러리 중 PKM갤러리는 2019년부터 2년간 감사보고서를 공시했으며 현재는 공시되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화랑 두 법인 체제 공식
가나아트는 현재 가나아트갤러리와 가나아트한남 이렇게 두 개 법인으로 재무 수치가 나뉘어 공시되고 있다. 2021년까지는 가나아트갤러리만 감사보고서를 공시했으며 2022년부터 가나아트한남이 따로 공시하기 시작했다. 가나아트한남이 설립된 것은 2019년이나 외감 대상 일정 규모를 갖춘 것은 2022년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3대 화랑들은 모두 갤러리 사업체가 두 개 법인으로 나뉘어있다. 가나아트는 그 중 비교적 최근에 두 법인 체제가 만들어졌다. 사실상 하나로 볼 수 있는 주요 메이저 화랑들이 모두 갤러리 사업의 매출을 두 개 법인으로 분산해 표시하고 있다는 점은 화랑 비즈니스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는 지점으로 읽히기도 한다.
가나아트한남의 재무제표가 공시되기 시작한 2022년은 직전년도인 2021년부터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이한 때였다. 그만큼 대부분의 화랑들이 매출이 늘어난 해다. 가나아트한남 역시 이 과정에서 외감 대상이 되는 일정한 기준에 해당됐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 지분투자 시작한 '가나아트한남'
가나아트의 자산규모는 20년 만에 약 10배 성장을 이뤘다. 2000년 당시 약 100억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948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한번 크게 자산규모가 확대된 후 10년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으며 2020년 이후 또다시 크게 성장했다.
매출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2003년 100억원을 기록한 후로 꾸준히 상승하다 2007년 최고 매출(623억원)을 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반적인 경기 침체 시기 매출이 다시 전년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2017년 또 한차례 큰 폭으로 실적이 뛰었다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2021년, 2022년에는 코로나 사태 직후 미술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업계 상황이 좋아졌다. 가나아트도 2022년 최고 수준인 75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는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며 이전 수준으로 매출이 돌아간 상태다. 지난해 말 가나아트갤러리, 가나아트한남 합산 이익잉여금 규모는 232억원이다.
가나아트 매출상 하나의 특징은 가나아트한남 법인의 재무제표가 따로 공개된 시점부터는 계속해서 가나아트갤러리 매출보다 가나아트한남의 매출이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나아트한남은 과거 가나아트갤러리 재무자료에서는 보지 못했던 지분투자도 일정 부분 이어가고 있다. 종속회사인 가나아트LA 지분 외에도 지난해 말 라이프스타일프로젝트, 찐빵, 에스엔에스-펙투스 1호 투자조합, 델타유니콘투자조합3호, 주식회사 모노플레이트, 주식회사 콘디토리오븐, 롤톤그룹 유한회사 등의 지분을 보유, 투자하고 있다.
해당 지분 투자 결과 손실이 발생한 상태이며 가나아트LA를 제외한 나머지 총 20억원 가량 투자지분 중 10억원 수준의 손실을 손상차손누계액으로 표시하고 있다.
현재 가나아트를 포함해 갤러리들의 재무자료들을 기록, 분석하는 것에는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다. 미술품 자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거래는 다른 자산과 달리 과세의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거래의 성격에 맞는 세무, 회계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관련 제도의 미비점이 많다는게 업계 대다수의 의견이다.
미술품 거래가 주업인 갤러리들이 재무 수치들을 관리하는 부분에 있어 뚜렷한 규정이 없다보니 수치가 실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재무제표 항목 중 매출원가가 대표적인 예다. 가나아트는 지난해 합산 기준 매출 374억원에 매출원가를 264억원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갤러리의 수익 구조를 생각해보면 회계 항목과 실제의 정확한 매칭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갤러리는 대부분 작가로부터 작품을 받아 전시하고 전시를 통해 작품을 팔아 매출을 낸다. 이때 작품을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종의 위수탁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갤러리 수익은 상품 매출이 아닌 수수료 매출이 돼야 하지만 재무제표에 그렇게 표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미술품의 판매가 비과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위수탁 판매는 과세에 해당하므로 결국 매입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비과세 성격에 맞출 수 있다. 재무제표에 미술품은 재고자산으로 표시하며 기초와 기말 재고, 매입분을 토대로 매출원가를 산출한다. 다만 이것을 실질적인 의미에서 매출에 대응된다고 보긴 어려워진다.
한 갤러리 대표는 "위탁받았으나 판매가 안된 것 중 갤러리가 산 것만을 매입 재고로 볼수도 있고, 판매되지 않았지만 위탁물 관련 보존 경비가 들어가는 만큼 나머지를 재고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뚜렷한 규정이 없고 시장의 성격과 세법이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숫자를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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