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AI 반도체 없는' DB하이텍, 수익성 개선 요원영업이익·이익률 '반토막', 2분기도 '난항' 예상
김도현 기자공개 2024-05-08 10:07:57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3일 09:5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꿈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던 DB하이텍이 수익성 악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반등이 인공지능(AI) 분야에 쏠리면서다. 성숙(레거시) 반도체를 다루는 8인치(200mm)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살아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DB하이텍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미국·유럽 고객 발굴 등으로 반전을 노린다. 다만 대외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사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는 부분도 아쉬운 지점이다.
◇ASP 하락세 지속, 흐릿한 DB글로벌칩 분할 효과
DB하이텍은 2024년 1분기(연결기준) 매출 2615억원, 영업이익 41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기 대비 6.42%, 전년 동기 대비 12.30%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2.62%, 전년 동기 대비 50.44% 감소했다.
파운드리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 속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DB하이텍이다. 특히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점이 눈에 띈다.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83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16%로 3개 분기 연속 10%대 머물렀다. 연간 영업이익률이 46%에 달했던 2022년은 물론 2023년 1분기(28%)와도 차이가 크다.
DB하이텍은 "매크로 경기둔화로 반도체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이 이어졌다. 다만 하락세는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은 고객이 설계한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CMOS 이미지센서(CIS)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물적분할한 DB글로벌칩은 DDI 등을 개발하는 업체다.
파운드리와 팹리스 부문의 명확한 역할 분담 차원에서 지난해 분사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아직이다. 반도체 한파가 찾아오면서 주력인 파운드리가 꺾였고 팹리스는 힘을 내지 못한 탓이다.
최근 메모리 등 일부 반도체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구형 반도체를 주로 다루는 DB하이텍과 DB글로벌칩은 관련 영향과 다소 거리가 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8인치 파운드리가 초호황기를 맞이한 것과 정반대다. 현재 반도체 주문은 12인치(300mm) 파운드리에 몰리는 추세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의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1분기와 유사한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는 상반기까지 재고조정이 계속되고 저가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DB하이텍은 가동률을 70%대로 끌어올리면서 추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상태다. 경쟁사 대비 10~2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석 DB하이텍 대표는 올해 3월 개최한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쟁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DB하이텍은) 가동률을 높여 작년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하반기부터는 범용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버, PC 등 기존 메인 응용처를 비롯해 전체 반도체 부문이 활발할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속도, 해외 공략 본격화
DB하이텍은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로 꼽히는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각각 7000억원,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iC는 2027년부터 월 2만장, GaN은 2025년부터 월 1만장 규모로 양산 개시할 예정이다. 스페셜티 CIS, 고전압 제품 등에도 힘을 싣는다.
DB하이텍은 "향후 고전력 반도체, 특화 이미지센서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면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한편 혁신적 원가절감 등 전략적 자원 운영을 통해 경영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에 따른 수혜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공동성명을 통해 "레거시 반도체에서 왜곡 효과나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시장 경제 정책과 관행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SMIC, 화홍 등 중국 파운드리 업체를 겨냥한 발언이다.
DB하이텍의 경우 중국 경쟁사의 공격적인 행보로 미국 및 유럽 매출 비중이 축소한 바 있다. 2022년 4분기 19%에서 2023년 4분기 11%, 2024년 1분기 10%로 줄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배제 속도를 높인다면 DB하이텍에 수주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DB하이텍이 밀고 있는 전력반도체는 완성차 핵심 지역인 미국과 유럽 수요가 높은 편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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