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Art]'축제'가 된 아트오앤오, 세일즈와 만족도 동시에 잡았다미술 '애호'에서 '비즈니스'로 영역 넓힌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
서은내 기자공개 2024-05-10 11:12:03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트페어가 최근 국내 미술품 유통업계에서 하나의 큰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트페어는 갤러리들이 모여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행사다. 갤러리들의 판매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아트페어의 확산은 긍정적이지만 신생 페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필요이상 난립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이같은 상황에서 신생 아트페어 아트오앤오가 지난달 1회를 마무리했다. 수많은 아트페어들이 명함을 새로 내민 가운데 아트오앤오는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아트오앤오를 기획한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32)는 5년 전 컬렉션을 오픈하고 이름을 알린 젊은 컬렉터다. 미술 '애호'에서 '비즈니스'로 보폭을 넓힌 그의 첫 도전은 꽤 성공적이었다.
아트오앤오 방문자의 상당수는 출품작들에 대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또 해당 행사 외적으로 VIP 대상, 참여갤러리 대상 파티나 행사들이 다채롭게 이어진 점도 호평을 받았다. 아트오앤오가 차별화의 과제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당초 페어의 방향성부터가 달랐기 때문이다.
노재명 대표는 작품의 세일즈(판매) 측면보다는 애호가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로서 아트오앤오를 자리매김시키는데에 집중했다. 이 사소한 방향의 차이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 갤러리들이 신청을 통해 참여하는 일반적인 페어와 달리 아트오앤오는 40개 남짓한 갤러리들을 직접 고르고 초빙했다. 그 중 60%가 해외 갤러리들이다.
통상 갤러리들의 의견에 따라 전체 기획이 좌우되는 페어들과 달리 아트오앤오는 주최측의 분명한 메시지 아래 각 갤러리들이 개성을 보여주는 구조로 짜여졌다. 대체로 개성이 뚜렷한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전시장이 구성됐다. 노재명 대표는 갤러리들에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다른 작가군'을 중심으로 소개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새로운 아트페어, 컬렉터들과 업계 만남의 장
노 대표는 고등학생때부터 판화 작품 수집을 시작해 현재 약 300여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MZ 컬렉터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부모님을 도와 교육사업을 했으며 아트컬렉팅을 병행해오다가 이번에 아트 비즈니스에 발을 들인 케이스다.
신촌에 위치한 그의 수장고에서 만난 노재명 대표는 아트오앤오 행사가 끝나고 수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행사 기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노 대표는 "아트페어들이 작품 판매라는 마켓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나 높은 부스 비용을 부담하는 갤러리 입장에선 판매만을 고려한다면 굳이 페어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목적의 아트페어가 필요하다고 느껴왔다"고 덧붙였다.
컬렉터로서 느꼈던 이같은 갈망은 그가 직접 아트페어 비즈니스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노 대표는 "행사 후 참가업체들의 서베이를 진행,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내년 행사 재참여 희망의사, 추천의사를 묻는 질문에 90% 이상이 '예'라고 답했다"며 "개선할 점이 많지만 참여 갤러리들이 매우 즐거워했고 세일즈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아트오앤오는 기획부터 남달랐다. 노 대표는 "페어 규모가 클수록 부스 비용도 높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려면 잘 판매되는, 가격이 높은 작가 작품을 위주로 소개할 수 밖에 없다"며 "좋은 작품일수록 메가급 페어에 전시되고 신생 페어에는 후순위 작품이 출품되는 경향이 있어 아예 다른 작가군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갤러리들은 전속 작가가 50명이 넘지만 페어에 보여지는 작가는 20명 내외"라며 "나머지 중에도 좋은 작가들이 많은데 선보여질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 "대형 갤러리에는 좋은 작업을 하지만 기회가 적었던 작가들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얘기했고 소형 갤러리에는 별다른 가이드를 주진 않았다"고 말했다.
오앤오가 달랐던 또다른 포인트는 노 대표가 '픽'한 갤러리들을 초대했다는 점이다. 노 대표는 "따로 신청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참가 문의가 많이 들어왔고 대부분은 거절했다"며 "이후 다시 확인하고 초대한 경우는 있었으며 반대로 우리가 초대했음에도 응하지 않은 갤러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 시장으로서의 기능에서 나아가 갤러리들이 프로그램과 작가를 알리고 컬렉터를 만나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노 대표의 목적이자 방향성이었다. 노 대표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던 갤러리들을 일일이 만나 초대했으며 일종의 파트너 형태로 아트오앤오와 방향성이 부합하는 곳을 모셔온 것"이라고 말했다.
◇ "세일즈도, 세일즈 외적 만족도도 높았다"
세일즈에 집중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당수 갤러리들의 세일즈의 만족도도 높았다는 게 노 대표의 평가다. 아트오앤오는 갤러리 판매 통계나 관람객 집계를 하지 않았다. 노 대표는 "수십여 갤러리의 매출을 정확히 집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며 "그럼에도 갤러리들이 긍정적인 판매결과를 알려와 다행이고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내 통장을 빼고는 모두가 해피(행복)해졌다"며 "손익분기만 맞추자는 게 내 바람이었는데 첫 행사인만큼 주최측에서 비용 부담을 늘리다보니 손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페어 주최자로서 장기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 향후 수익 근간도 탄탄히 마련할 계획이다.
아트오앤오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아트 프로젝트에 뜻을 둔 기업들과 함께 브랜딩, 콜라보 등을 통해 수익화해나갈 것이란 기대다. 아트페어 기획사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은 기업들의 스폰서십이며 다음으로 티켓 수수료, 부스 설치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내년에도 아트오앤오는 계속된다. 갤러리 수를 급격히 늘릴 계획은 없다. 노 대표는 "올해보다 내년에는 참여 갤러리 수를 늘리긴 하겠으나 주최측에서 조율이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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