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 풋옵션 분쟁]협상 장기화 조짐, 소송 비화하나①상품권 더블카운팅 이슈, GMV는 회계기준 아니라 쟁점 까다로워
변세영 기자공개 2024-05-13 07:42:32
[편집자주]
신세계그룹 대표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SSG닷컴이 FI로부터 총 1조원을 투자받으면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신세계 측은 거래액(GMV)과 상장(IPO) 조건을 모두 충족해 FI의 풋옵션이 사라졌다고 보지만 FI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벨은 SSG닷컴이 처한 현 상황을 들여다보고 핵심 쟁점과 추후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간 매수청구권(풋옵션) 관련한 주주간계약 유효성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4월 말부터 이어진 협상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양측이 강대강으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소송 비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SG닷컴의 IPO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속 신세계그룹도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하여 풋옵션 대신 다른 엑시트(회수) 방안을 즉각적으로 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FI인 어피너티PE가 현재 교보생명과 장기간 풋옵션으로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리걸 분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아울러 관련 이슈에 대한 선례가 부족해 어피너티의 승소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법적 분쟁까지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조 투자유치 조건으로 GMV달성·IPO의견서 내걸어
SSG닷컴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PE·BRV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를 통해 2019년 7000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3000억원 추가 투자를 거치며 총 1조원을 투입했다.
현재 지분 구성을 보면 △브락사아시아펀드원(LP) 12% △컨버전트 트레이드 채널(Convergent TradeChannels) 10.5% △커머셜트레이드그룹(LP) 4.5% △브락사아시아투가 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FI 지분만 총 30%다.
문제가 된 건 주주간계약에 포함된 풋옵션 항목이다.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IPO가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받지 못하면 FI가 풋옵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재 FI는 총거래액에 상품권 거래액 등이 포함되어 과다 계상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SSG닷컴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것만으로 IPO 가능 의견서로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교보생명 리스크 존재, 유사 판례 드물어 소송 시 부담 가중
지난 2012년 어피너티PE와 IMM PE 등은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며 IPO 조건을 걸었다. 당시 FI 측의 교보생명 주당 인수단가는 약 24만5000원이다. 이후 IPO가 지연되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8년 주당 41만원 수준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매수가에 이견을 보여 이를 거부하면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법적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더군다나 교보생명은 풋옵션 자체가 아닌 ‘적정가격’이 쟁점이었고 SSG닷컴은 풋옵션 유효성조차 의견이 분분한 만큼 과거와 상황도 완전히 다르다. 어피너티 측에서도 리걸 리스크가 추가되는 게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승소 가능성도 관전 포인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계약서상 쟁점이 명문화되어 있는지 여부다.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과 FI 간 계약서에 상품권 판매액을 GMV에 카운팅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정확하게 담겨있진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 측은 취소·환불·반품 금액 등이 아닌 만큼 상품권 구매도 유효한 실질 거래액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FI는 상품권 더블카운팅을 제외하면 2023년 GMV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가령 소비자가 만원짜리 SSG닷컴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캐시로 전환해 물건을 사면 실질 구매는 만원지만 거래액은 더블카운팅되어 2만원으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커머스업계에서 관행처럼 여겨져 온 일이기도 하다.
기업회계(K-IFRS 1115호)에서는 매출 측정을 회사가 통제대상에 대해 실질적 통제력을 갖는지 여부로 결정한다. 항공권을 예로 들면 우선 고객이 항공권을 예약하거나 발권할 시 부채(매표대가수금)로 인식하다 항공편이 출발할 경우 매출액으로 대체된다.
그러나 GMV는 완전히 다르다. GMV는 점유율이나 성장성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회계기준이 아닌 만큼 측정 규칙에 대한 제한이나 조건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더불어 상품권 카운팅 이슈 등 이러한 분쟁이 사실상 처음인 만큼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결론을 판단하기 어려운 불명확성도 존재한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GMV 측정 시 상품권 판매가 관행으로 인정되어 왔고 그것에 대해서 큰 다툼이 없었기 때문에 법원이 관행을 인정할지 아니면 약간 부풀리기나 일종의 분식 회계처럼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지 여부는 안갯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분쟁으로 법원도 거의 처음으로 판단하는 상황이라 어피너티 측에서도 리스크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협상을 통해 적정한 선에서 해결하려고 시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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