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 풋옵션 분쟁]IPO 시한 연장 가능성? 문제는 '업황'②지난해 매출 첫 역성장, C커머스 공세로 소비자 이탈 우려도 만연
변세영 기자공개 2024-05-14 14:09:26
[편집자주]
신세계그룹 대표 이커머스인 SSG닷컴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SSG닷컴이 FI로부터 총 1조원을 투자받으면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신세계 측은 거래액(GMV)과 상장(IPO) 조건을 모두 충족해 FI의 풋옵션이 사라졌다고 보지만 FI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벨은 SSG닷컴이 처한 현 상황을 들여다보고 핵심 쟁점과 추후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간 SSG닷컴 매수청구권(풋옵션) 협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신세계 측은 투자 선결조건을 충족해 풋옵션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반면 FI는 총거래액(GMV) 측정 방식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이러한 배경 속 하나의 협상 시나리오로 '기업공개(IPO) 시한 연장'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투자금이 무려 1조원에 달하는 만큼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도 즉각적인 현금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황이다. 이미 이커머스시장 성장률이 다소 꺾인 데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으로 통칭되는 C커머스의 맹공도 상당한 만큼, SSG닷컴의 드라마틱한 점유율 확대가 쉽지만은 않아서다. 만약 IPO에 성공한다 해도 1조원을 보전받기 어렵다는 점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세계는 IPO 시한 연장이 베스트, 반환 부담 상당
신세계와 FI 간 핵심 쟁점은 투자금을 어떻게 엑시트해줄 것이냐 문제다. 신세계그룹의 본업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당장 지분을 되사오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계열사인 신세계건설 유동성 이슈가 불거지는 만큼 당장 SSG닷컴에 목돈을 투입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때 IPO 기한 연장을 하나의 절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SSG닷컴 IPO 계획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투자금을 반납할 필요도 없다는 점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로 해석된다. 당초 계약서는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IPO가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받지 못하면 FI가 풋옵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SSG닷컴은 2021년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한 후 2022년 상반기 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증시에 찬바람이 불면서 IPO 추진을 잠정 보류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2023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장에서 SSG닷컴의 IPO 재개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부적으로 이인영 SSG닷컴 대표가 거래소와 교류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SSG닷컴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IPO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먹구름 낀 업황, 상장해도 1조 보전 사실상 불가능
암초는 실적이다. SSG닷컴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8441억원, 2020년에는 1조2941억원, 2021년 1조4942억원, 2022년 1조7447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SSG닷컴도 수혜를 누린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2023년) 물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이 역성장하며 성장률이 꺾였다. 2023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전년대비 8.3%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행보다.
물론 처음으로 적자를 줄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20년 영업손익 -469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1억원, 2023년에는 -103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통상 이커머스는 매출이 커지면서 흑자전환에 근접해지는 사업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FI가 IPO 자체에 회의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커머스의 공습에 따라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성장이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알리와 테무는 초저가라는 무기를 발판 삼아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알리는 쿠팡에 이은 MAU 2위다.
IPO를 단행해도 회수액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FI가 1조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한 걸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SSG닷컴에 기대하는 최소 기업가치만 3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컬리의 경우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넘겼음에도 기업가치가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만큼 SSG닷컴도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FI가 펀드 내부수익률을 차지하더라도 투자금도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소송 변호사는 “FI가 GMV 기준을 모르고 투자를 하진 않았을 텐데 결국 돈을 빼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게 아니겠느냐”면서 “앞으로 업황이 더 안 좋아 질 것으로 판단해 IPO 시한 연장과 같은 제안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협상이 길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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