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제주반도체 재도약의 시간]박성식 대표 "저용량 메모리 사업, 10년은 거뜬"①삼성·SK 메모리 트렌드 팔로업, 응용처 확대 추진

김도현 기자공개 2024-05-14 09:04:38

[편집자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국내 3번째 메모리 기업이 있다. 올해 들어 '온디바이스 AI'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한 제주반도체다. 사실 제주반도체의 진짜 경쟁력은 온디바이스 AI가 아닌 'AIoT' '텔레매틱스' 등이다. 전방산업이 흔들리면서 최근 2~3년 동안 부진했으나 2024년을 기점으로 반등을 노린다. 제주반도체의 주요 사업과 성장 가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도 특산품으로 감귤, 해산물 등이 떠오르지만 수출품 1위는 반도체다. 수출액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제주도와 반도체의 연결고리는 다름 아닌 제주반도체다.

제주반도체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으로 메모리가 주력이다. 메모리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라기보다는 이들이 다루지 않는 저용량 및 특수(스페셜티) 메모리를 판매한다.

이름과 사업 모두 독특한 제주반도체는 연초부터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창립자인 박성식 대표를 경기 판교 연구개발(R&D)센터에서 만나 제주반도체를 톺아봤다.

◇메모리 설계 기업, 제주도로 향한 사연은

제주반도체는 박 대표가 2000년 4월 설립한 곳으로 처음 사명은 아펨스테크놀러지였다. 그해 9월 이엠엘에스아이(EMLSI)로 이름을 바꾼 뒤 본격적으로 저용량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재직 당시 전체 메모리 산업의 10% 내외를 차지하는 해당 부문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초기에는 S램 위주로 사업을 영위했다. S램은 D램과 달리 전원이 켜져 있는 동안 정보가 살아있고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다만 데이터 용량이 떨어지고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주로 컴퓨터용 임시저장(캐시) 메모리, 통신용 메모리 등으로 활용된 바 있다.

당시 동부전자(현 DB하이텍)에서 S램을 제조했다. 다만 D램, 낸드플래시 등 대비 규모의 경제나 수익성 측면에서 밀리면서 동부전자에서 S램 사업 철수를 원했다. 제주반도체도 새 협력사 및 아이템을 찾아야 했고 C램, D램, 멀티칩 패키지(MCP) 등으로 영역을 전환 및 확장했다.

제주반도체 제주 본사 전경

과도기를 겪던 EMLSI는 2005년 2가지 큰 변화를 맞이한다. 코스닥 상장과 본사 이전이다.

박 대표는 "인력 대부분이 연구원이고 사업 구조가 수출 위주다 보니 사무실이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근무환경이 좋은 제주도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사내 설문을 했는데 반응이 괜찮아 이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C램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냈다. C램은 휴대전화 버퍼메모리를 일컫는다. 모바일 최강자였던 노키아가 주요 고객이기도 했다. 다만 스마트폰 시대 들어 노키아가 무너지면서 EMLSI도 위기에 봉착했다.

2013년 사명을 지금의 제주반도체로 변경하고 새 출발에 나섰다. 이 시기 중국, 대만 등과 성숙(레거시) 메모리 경쟁이 치열해지자 판사 출신의 조형섭 대표를 영입해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박 대표가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조 대표가 재무관리 및 경영 등에 초점을 맞추는 구도로 전환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제주반도체는 안정을 찾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저용량 프리미엄 메모리, 스페셜티 메모리 등을 공략한 덕분이다. 응용처와 매출처를 동시에 늘리면서 현재 국내외 200곳 이상과 거래를 튼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반도체는 연매출 1000억원대 중후반을 내고 있다. 이같은 규모로 제주도 수출의 50% 이상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국가별 매출 비중은 중국과 유럽이 각각 30%대 중반, 한국과 미국이 각각 10%대 초반, 대만이 5% 내외로 구성된다. 응용처별로는 사물인터넷(IoT) 60%대 후반, 컨슈머 15% 내외, 오토모티브 10% 내외, 네트워크 5% 내외 등으로 나뉜다.

현재 사업장은 제주 본사, 판교 R&D센터로 이원화한 상태다. 엔지니어 채용, 고객 및 협력사 교류 등을 늘리기 위함이다. 인원 비율은 4대 6 정도인데 최근 제주도 근무를 원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본사 인력은 제주대에서 많이 뽑는다. (확장 차원에서) 올해 상반기 중 사무실을 이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

◇AIoT·텔레매틱스 등 신성장동력 발굴 본격화

제주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비 2~3세대 뒤처진 메모리가 주력이다. 이에 따라 양사로부터 웨이퍼를 받아 제품화하기도 한다.

가령 삼성전자가 10나노미터(nm)급 5세대(1b) D램 비중을 늘린다면 제주반도체는 1세대(1x)에서 2세대(1y), 3세대(1x)로 넘어가게 된다. 플래그십 모델 스펙이 높아지면 중저가 모델까지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선도업체 트렌드에 맞춰 대응 중이다. 대기업이 하기 어렵거나 대기업 기준에는 낮은 수익성을 가진 제품을 우리가 다루는 것"이라면서 "올해는 4세대(1a) D램 샘플을 받아서 관련 모듈 개발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반도체의 메모리 라인업은 최신 제품 대비 단가가 낮지만 가격 안정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적자 전환한 가운데 제주반도체가 흑자를 유지한 비결이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AI폰'을 출시하자 제주반도체가 수혜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폭등한 바 있다.

박 대표는 "AI와 전혀 관계가 없는 건 아닌데 우리는 엣지 디바이스 쪽으로 사물지능(AIoT)을 타깃으로 한다. AI 서버, 온디바이스 AI보다는 하위 버전에 가깝다"며 "AI 영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끝단의 단말기 분야로도 수요가 넘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반도체는 AIoT, 텔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 결합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등을 중점으로 지속가능성 제고에 나선다. 중국 업체 등 진입 가속화에 따른 경쟁 심화 리스크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다.

박 대표는 "우리는 시장이 있어야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가에 따라 맞춰가는 게 목표"라며 "앞으로 10년은 지금 구조로 문제없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