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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C 톺아보기]카카오 위기마다 카카오벤처스 리더십 구원투수 '왜'⑥임지훈 이어 정신아도 모기업 최고수장…김범수, 미래 트렌드 혜안과 혁신에 높은 점수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17 07:08:24

[편집자주]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플랫폼을 장악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급속도로 커진 덩치만큼이나 카카오에 쏠리는 시선도 따갑다.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쪼개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식 성장 방정식'이 도전에 직면한 지금 계열사 카카오벤처스의 존재감이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하다. 잠재력 있는 초기기업을 발굴하며 벤처투자 시장에서 활약해 온 카카오벤처스가 중요해졌다. 더벨은 CVC 가운데 중량감 있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카카오벤처스의 성장 히스토리를 살펴보고 미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카카오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해 화제가 됐다. 정신아 대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카카오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택한 카드다. '벤처·스타트업' 밀착 행보를 보여온 정 대표를 내세워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와 '닮은꼴' 행보로 주목받았다. 임 전 대표 역시 카카오벤처스 출신이고 회사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중책을 맡았다. 국내 포털 기업 다음과 합병한 뒤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에 맞춰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임 전 대표는 멜론 '빅딜'을 비롯해 과감한 투자 행보로 카카오 신사업 확장에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

카카오벤처스 출신의 리더십이 카카오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소환된 셈이다. 급변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환경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고 투자하는 혜안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정 대표 또한 '미래 개척'과 '혁신'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카카오벤처스 '최장 CEO' 정신아 대표

1975년생 정신아 대표는 2014년 카카오벤처스(옛 케이큐브벤처스)에 파트너로 합류했다. 당시 카카오벤처스 수장이었던 임 전 대표의 영입 제안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다. 정 대표는 2000년부터, 임 전 대표는 2006년부터 BCG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그는 카카오벤처스 입사 전까지 벤처캐피탈(VC) 경험이 전무했다. 다만 풍부한 산업계 경험이 장점이다. 2000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베이와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입사 초기 1주일에 스타트업 30여곳을 직접 만나며 심사역 업무에 적응해갔다고 알려진다.

(왼쪽부터)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임지훈 전 대표 /사진=카카오 제공

특유의 꼼꼼함과 온화함으로 유망 기업을 속속 발굴해나갔다. 그러던 중 그는 카카오벤처스의 '시그니처 딜'을 발굴하게 된다. 2016년 당근에 투자한다. 카카오벤처스가 첫 기관 투자자였다. 이후 지속 팔로우온(후속투자)하며 밸류업을 지원했다. 현재 당근은 유니콘 반열에 오르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대표직에 오른건 2018년이다. 유승운 카카오벤처스 대표(현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에 올랐다. 첫 공동 대표 체제였다. 이전까지는 2015년 임지훈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본사(다음카카오) 대표로 발탁된 뒤 유승운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카카오벤처스 최장 CEO' 타이틀을 얻었다. 정 대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단독으로 카카오벤처스를 이끌게 된다. 유 대표가 스톤브릿지벤처스로 적을 옮기면서 이뤄진 변화다. 정 대표 체제 아래 하우스는 운용자산(AUM)을 늘리며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7호, 8호, 9호, 10호 펀드를 차례로 결성하며 투자재원 1979억원을 확충했다.

그룹 내부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내부 웨비나, 각종 행사 참여 요청도 마다하지 않으며 적극 소통행보를 보이면서다. 외부 평판도 마찬가지다. '패밀리(포트폴리오)'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교복처럼 입고 출근하고,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신규 앱을 모두 써보며 투자 기업을 모색하는 등 진심이 통했다는 평가다.

◇임지훈과 정신아, '닮은꼴 행보' 눈길

정 대표는 올해 카카오 대표로 선임됐다. 정 대표의 선임은 여러모로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카카오벤처스 출신이라는 점뿐 아니라, 카카오가 변곡점을 맞이했을 때 혁신을 위해 선임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수백개의 혁신 기업을 발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과감한 투자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신호다.

2015년 임 전 대표는 카카오 '최연소 CEO'로 발탁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결단이 주효했다. 1980년생 임 전 대표는 당시 35세 젊은 나이였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뛰어난 안목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아 본사 대표에 오른다. 그는 두나무와 넵튠을 비롯해 포트폴리오를 발굴해 카카오벤처스에 '잭팟'을 안겼다.

당시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고 유기적인 결합을 마친 상황에서 수익 사업을 본격 발굴해야 한다는 그룹 차원의 문제의식이 있었다. 임 전 대표는 특유의 '과감한 투자'로 이를 정면 돌파한다. 멜론 '빅딜'을 성사시키면서다. 1조8700억원을 들여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사들였다. 당시 국내 콘텐츠 업계 M&A 사상 최대 금액으로 화제가 됐다. 훗날 멜론은 카카오 콘텐츠 사업 확장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카카오 본사(아지트)에 위치한 카카오벤처스 오피스

정 대표 또한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사령탑에 올랐다. 최근 카카오는 그룹 전반의 쇄신 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잇따른 계열사 기업공개(IPO) 추진은 '쪼개기' 논란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내수 위주의 사업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의 당면 과제는 내수를 벗어난 글로벌 사업 확장이다. 인터넷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된 것처럼, 인공지능(AI) 중심 사업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 대표는 10개 벤처 펀드 결성 및 운용을 통해 260여개 스타트업을 발굴해온 카카오벤처스표 '투자 DNA'를 본사에서도 십분 발휘할 전망이다.

실탄 충전에도 나섰다. 카카오 자사주 460만주(지분율 1.03%)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2억580만달러(약 2850억원) 발행한다. 사채 발행으로 확보하는 자금 중 상당수(1900억원)는 AI 및 콘텐츠 관련 해외 M&A 및 조인트벤처(JV) 설립에 활용한다.

다만 여러모로 '닮은꼴' 두 사람의 희비는 엇갈리는 분위기다. 두 사람은 법정 다툼을 벌이는 관계가 됐다. 임 전 대표가 2022년 3월 카카오벤처스와 정 대표를 상대로 약 600억원의 성과급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카카오벤처스 '수익률 100배' 펀드(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와 관련돼 있다.

2015년 임 전 대표는 성과급(우선 귀속분)의 70%를 받는다는 내용의 성과급 지급약정을 맺었다. 해당 약정은 임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2015년 12월 보상비율을 44%로 낮추되 '근무기간과 상관없이 성과급을 전액 지급한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다만 2022년 카카오벤처스 측이 임 전 대표에게 법무·세무적 이슈로 '성과급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통보하면서 임 전 대표 측은 '약속 이행' 요구에 나선 상태다. 카카오는 임 전 대표의 성과급 지급약정 체결 당시, 해당 안건이 주주총회 및 이사회 의결절차를 거치지 못해 계약상 흠결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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