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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기산텔레콤, 5명으로 시작해 UAM·해외시장까지 도약①창립 30주년, 통신·장비사업 넘어 전방위 영역 확장…6G 시대 주역 평가

최현서 기자공개 2024-05-17 07:55:57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산텔레콤은 LG전자의 전신 금성통신을 다니던 박병기 창업주를 비롯해 개발 인력 4명이 모여 설립한 기업이다. 1994년 9월 설립 후 창업 초기에는 한동안 성과가 없었다. 급도약기에 들어선 건 5G 시대를 맞이하면서다. 지금은 한 해 700억원 넘는 매출을 벌어들이는 국내 대표 통신 장비사가 됐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치면서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넘기는 등 숱한 고난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재도약기에 들어서기 직전이다. 도심항공교통(UAM), 5G 음영지역을 해소하는 이동식 중계기의 수출 등으로 미래를 대비 중이다. 아울러 차세대 네트워크 6G(6세대 이동통신) 사업의 육성 주자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가성비 제품으로 급성장, 사업 확장 밑거름

기산텔레콤의 사명은 애초 와콤시스템이었다. 금성통신(현 LG전자)의 연구원이었던 박 창업주가 소수 인력만 데리고 회사를 세웠다. 그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를 세운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반 금성통신은 2세대 이동통신(CDMA)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했다. 당시만 해도 카폰과 삐삐가 아직 힘을 발휘하고 있어 CDMA 기술의 상용화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던 영향이다.

박 창업주는 자신이 전문성을 갖춘 CDMA 기술 분야에 뛰어들지 않으면 향후 다른 성장 기회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994년 회사를 설립했고 4년 뒤에는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하며 사세 확장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창업 초반 통신 중계기 시장 진입은 쉽지 않았다. 박 창업주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직접 거래처와 만나 120개가 넘는 제안서를 주고 다녔다는 후문이다. 너도 나도 통신 장비 산업에 뛰어들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정보통신산업이 블루오션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던 때에도 통신 산업의 성장률은 20%대에 육박했을 정도였다. 통신 장비 산업도 마찬가지였다.

기산텔레콤이 빛을 보게 된 건 역설적이게도 국내 통신 장비 시장이 해외에 개방되며 플레이어가 더 많아진 후였다. 1996년 하반기 통신 장비업체가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기산텔레콤의 주요 사업군인 광 모듈, 에코 캔슬러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기산텔레콤의 제품이 타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두 제품은 기산시스템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1996년까지 기산텔레콤의 매출은 7억7400만원, 영업이익은 3200만원에 그쳤다. 광 모듈 등의 성적이 반영되기 시작한 1997년 매출 86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배, 52배 수직상승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기산텔레콤의 실적 규모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39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건물 내 5G 음영지역을 해소하는 DAS(Distributed Antenna System)를 비롯한 통신 장비가 주요 매출원이다.

실적 성장은 신사업도 꾸준히 확장한 덕분이다. 1997년 항공 안전장비를 제조하는 모피언스, 2001년 방산업체 현대제이콤을 인수했다. 거래처도 다변화됐다. 1999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한 직후인 2000년 SK텔레콤과 계약을 시작으로 KT, LG유플러스와 지하철 광분산 시스템 등 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맺으며 본업을 확장해왔다.

◇위기 넘은 기산텔레콤…일본으로 향하는 시선

2010년대 들어서는 고난의 시기를 겪기도 했다. LTE 중계기를 설치하며 승승장구했던 기산텔레콤은 통신 시장 포화 여파를 온몸으로 맞았다. 중계기 수주가 확 줄어들면서 2016년부터 2018년 3분기까지 잇따라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코스닥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까지 몰렸다. 4사업연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면 코스닥 관리종목 요건에 해당한다.

위기에 빠진 기산텔레콤을 구한 것은 5G 시대의 도래다. 2018년 5G가 상용화되면서 다시 중계기 수요가 늘었다. 특히 KT와의 공급 계약이 활발하게 이뤄진 게 가뭄 속 단비가 됐다. 이로 인해 주력 사업이었던 통신 장비 부문 매출이 살아났다.

5G 시대와 함께 UAM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 효과도 봤다. 1997년 인수한 항공 안전장비 자회사 모피언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항행안전 무선 핵심 기술 DVOR 장치를 자체 개발한 곳이다. DVOR은 공항의 안테나에 부착하는 장치로, 기체가 공항의 DVOR과 교신하며 기체의 정확한 위치를 찾도록 돕는다.

기산텔레콤 관계자는 "대통령 전용기가 있는 서울공항을 비롯해 김포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등에 납품했다"며 "해외에도 인도, 태국, 터키 등에 수출을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산텔레콤은 눈길을 이제 해외로 돌리고 있다. 멈췄던 일본 진출도 재개한다. 앞서 기산텔레콤은 2018년 4월 일본에 통신 장비 제조 업체 'TUBEK'을 세우며 일본 시장에 중계기를 납품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일본 관련 모든 사업에 차질을 겪었다.

앞서 관계자는 "일본의 통신3사(소프트뱅크, AU, NTT 도코모)의 경우 통일된 포맷(형식)의 통신 장비를 쓰고 있기에 저희는 통합형 중계기를 앞세워 일본 시장 진출에 다시 도전한다"며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쯤 통합형 중계기 입찰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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