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노래방부터 배터리까지' 삼지전자, 잇따른 신사업 고배③30년 넘게 찾아온 새 먹거리, 투자만 하고 자리잡은 건 '제로'
최현서 기자공개 2024-11-14 08:05:21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2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부분의 통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은 사이클이 하향세를 탈 때를 대비해 새 먹거리를 찾는다. 새로운 통신 규범 상용화 전후로 인프라 구축이 활성화되고 보급이 완료되면 하향세를 타는 게 통상이기 때문이다.삼지전자가 신사업을 찾은 건 통신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한 1995년부터다. 미얀마에서 진행했던 노래방 기기 제조부터 배터리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영역도 다양했다. 7개였던 사업 목적이 이제 46개에 달한다.
다만 성공한 신사업은 없다. 미얀마 노래방 기기 사업은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2008년 폐업했다. 게임, 의료 로봇에도 손을 댔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배터리 사업도 2년 전 중단했다. 새 먹거리 찾기의 완전한 실패다.
◇손 안 댄 사업 없지만…통신 외 모두 실패
1980년 세워진 삼지전자의 역사는 신사업의 연속이다. 커넥터로 시작했던 사업은 리모컨, 볼링장 자동화 장비로 이어졌다. 지금 영위하고 있는 통신장비와 전자제품 유통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주력 사업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과정에서 찾은 길이 통신장비였다. 1995년 시작한 이 사업은 1997년 세계 최초로 PCS 전용 광 중계기 제조를 발판으로 크게 꽃을 피웠다.
특이점은 통신 장비 사업과 노래방 기기 제조 사업을 동시에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과의 공급 계약으로 통신장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잘 부각되지 않았지만 1995년부터 미얀마에 노래방 기기를 공급했다. 현지 법인 '삼지미디어'를 주요 도시인 '양곤'에 세우고 900개 넘는 미얀마 노래를 독점 제공했다.
미얀마는 1988년 쿠데타 이후 시장 경제 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그 이후 연 7% 이상의 고속 경제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1996년에는 정부가 '미얀마 방문의 해'로 지정함에 따라 관광업 활성화가 활기를 띠었다. 삼지전자는 미얀마의 관광산업 잠재력을 보고 노래방 기기 제작 공급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1998년 삼지미디어는 10억5000만원의 매출과 26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듬해 매출은 7100만원으로 급감했다. 2000년에는 아예 매출이 기록되지 않았다. 1999년과 2000년 각각 2억6300만원, 1억46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얀마가 1998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음과 동시에 동남아시아 국가 전반에서 벌어진 외환위기 여파를 피하지 못한 영향이다. 그로 인해 관련 산업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결국 삼지전자는 2001년 삼지미디어의 휴업을 선택했다. 2006년에는 투자금을 전액 손상차손 처리했다. 최초 취득금액은 9567만원이었다. 2008년부터는 삼지미디어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법인 청산 절차를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사업 중단, 신사업 수익화 '먼 길'
이렇듯 삼지전자는 통신 바깥으로의 확장을 꿈꿔왔다. 2000년대에도 반복해 신사업을 찾아 헤맸다. 2006년 온라인게임 사업부를 발족해 스쿠터 레이싱 게임 '바이키'를 냈다. '레이시티', '스키드러쉬'와 같은 레이싱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증을 받고 2010년 '로보닥'이라는 세계 최초 관절 수술 전문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사업이 지금은 영위하지 않는 영역이다. 바이키는 소리 소문 없이 서비스가 종료됐다. 로보닥의 경우 2013년 1.5 버전으로 업데이트되긴 했지만 그 이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두 사업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계속된 신사업의 실패, LTE 보급 마무리가 겹친 삼지전자는 이번에는 새 먹거리로 배터리를 선택했다. 2010년부터 배터리 충·방전 관련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2차전지 충·방전 시스템 매출이 잡히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삼지전자가 배터리를 새 개발 분야로 꼽은 이유는 전기 자동차 등에 쓰이는 대용량 배터리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2012년 테슬라 '모델 S'의 대성공으로 대변되는 전기차 시장을 비롯해 대형 장비에 들어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중대용량 배터리 시장도 태동하고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수년간 휴대폰 충전기도 제작했던 경험도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 사업 진출의 기초가 됐다.
미래를 내다보고 시작한 배터리 사업이었지만 성적은 우울했다. 2016년 2차 전지용 충·방전 시스템을 포함한 '제품'이 매출은 35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하는 것에 그쳤다. 이전까지 통신 장비 매출이 200억원 전후로 잡힌 것을 감안하면 해당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많아도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월 배터리 사업부를 '원익피앤이'에 넘겼다. 구체적인 양도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지전자는 사업 경쟁력 부재에 따른 적자 지속으로 사업을 중단하고 통신 관련 신규 사업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배터리 사업부를 팔았다고만 설명했다. 누적 적자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2022년 사업보고서에 담긴 배터리 사업부의 전년 매출은 166억원, 영업손실은 12억원이었다.
이제 삼지전자는 수익을 내는 통신 외 신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LG유플러스에 공급 중인 5G 중계기 △일본의 공용화 서비스 통신 사업자향 5G 중계기 원가 저감 모델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대들보'였던 SAMT의 매출은 지난해 2조15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조5532억원) 대비 15.6% 줄어든 수치다. 전 세계적 반도체 수급 지연과 원자재 가격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
삼지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13.6% 줄어든 2조5249억원, 영업이익은 11.5% 감소한 783억원이었다. 매출 감소는 2015년 SAMT 인수 이후 처음이다. 현재 전통 먹거리인 통신 사업과 연계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기에 단기간 내 신사업을 통한 실적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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