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자사주 점검]덕산테코피아, 소각 대신 '고점'에 전량 처분2차전지 자회사 덕산일렉테라, 총 1670억 지원사격
서하나 기자공개 2024-05-23 11:23:19
[편집자주]
'자사주'는 양날의 검같은 존재다. 기업 입장에서 소각 전까지 든든한 재원이자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선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어 경계의 대상이다. 지배주주의 사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사주를 쥐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더벨이 코스닥 기업의 자사주 활용 백태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7일 0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덕산테코피아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전량을 처분해 1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확보한 자금은 자회사 덕산일렉테라의 2차전지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으로 투입됐다.덕산테코피아는 2021년부터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보유 자사주를 자회사 투자 자금으로 사용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주가부양 대신 자회사 성장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 됐다. 자사주 처분 이후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덕산테코피아는 이달 3일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23만6583주를 1주당 4만2275원에 전량 매각했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약 100억원 정도에 사들였다. 매각 대상을 선정한 경위는 중장기 투자 의향과 시장 지위를 고려했다는 게 덕산테코피아 측 설명이다.
덕산테코피아는 자사주를 처분으로 마련한 자금을 2차전지 전해질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자회사 덕산일렉테라 유상증자 투입대금으로 썼다.
덕산일렉테라는 2차전지 전해질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달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700억원 자금을 유치했고 이달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14만3688주를 발행, 추가로 250억원을 모았다. 미국 테네시주 생산 캐파(CAPA)를 기존 6만톤에서 12만톤으로 확대하고 원재료 매입 비용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덕산테코피아도 덕산일렉테라에 지원 사격을 했다.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참여해 총 1320억원을 쐈고 이번에도 자사주(100억원)와 전환사채(CB)(250억원) 매각을 통해 총 350억원을 지원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약 1670억원 자금이 자회사로 흘러간 셈이다.
덕산테코피아는 2020년부터 자사주를 매입해왔는데 그 때마다 '주가 부양' 또는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들었다. 2020년 7월 8일 자기주식 신탁계약을 통해 1주당 평균 1만826원에 5만4836주(1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어 그해 10월과 12월에도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한 신탁계약을 맺었는데 목적은 모두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 첫 번째 계약을 통해 1주당 평균 2만3881원에 총 4만1874주(10억원 상당)를 사들였다. 두 번째 계약을 통해 1주당 평균 2만9596원(10억원 상당)에 총 3만3788주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듬해에도 덕산테코피아는 2022년 1월 1주당 평균 2만8872원에 10억원 상당 자사주를 구입했다. 구입 물량은 총 3만4635주였다.
덕산테코피아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마다 투자 심리는 들썩였고 최근 몇 년간 덕산테코피아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주가는 2022년 12월 29일 1만2950원에 불과했는데 올해 3월 29일 4만69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썼고 이 기간 3배 이상 올랐다.
공교롭게도 덕산테코피아가 매입한 자사주를 자회사 투자자금으로 쓴 시점을 전후로 주가는 빠지기 시작했다. 3일 덕산테코피아의 자사주 1주당 처분 단가는 4만2275원이었는데 이후 주가는 4거래일 연속 빠졌고 직전 거래일인 16일 종가는 3만8100원까지 내렸다. 덕산테코피아 입장에선 소각 대신 시장에 처분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까지 누리게 됐다.
이와 관련해 더벨에서 덕산테코피아의 공시상 책임자로 기재된 담당자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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