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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알벤처스는 지금]'펀딩 우군' 모회사 에치에프알, 실적 악화 '첩첩산중'④해외 수주 감소 영향, 작년 적자전환…앵커 LP 역할 불투명 "출자 계획 미확정"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23 09:29:48

[편집자주]

대주주 손바뀜을 겪은 케이알벤처스가 새 출발을 알렸다. 새 주인을 맞은 이후 여러 변화가 수반되면서 케이알벤처스를 바라보는 시각에 응원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최근 두달 새 대표이사가 두 번이나 교체됐고, 유일한 수익원인 펀드는 앵커 출자자(LP)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페널티를 받았다. 악재는 투자 및 관리 인력 이탈로 이어졌고, 케이알벤처스는 부랴부랴 정비에 나섰다. 숨가쁜 행보 속 케이알벤처스 변화의 '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알벤처스는 통신장비 업체 에치에프알을 최대주주(지분율 100%)로 맞이하면서 기업형벤처캐피탈(CVC)로 거듭나게 됐다. 이전 최대주주는 금융 계열 지주사였다. CVC는 모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보탬이 되도록 전면에서 신사업을 물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일반 벤처캐피탈(VC)과 차이점이 있다.

한 가지 더 큰 차이점은 바로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이다. CVC는 모기업이 앵커 출자자(LP)로 나서 펀드를 결성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케이알벤처스의 경우 에치에프알의 미래사업 발굴 첨병 역할을 부여받았다. 5세대(5G), 양자센싱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를 위해선 신규 펀드 결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에치에프알이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어 펀드 출자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일본과 북미향 공급계약이 대부분 만료돼 고객사 재고 정리에 따른 수주 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5G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통신망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등 대외환경도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모회사 적자전환, 통신업황 악화 영향

에치에프알이 케이알벤처스(옛 DSN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펀딩 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였다. 통상 전략적투자자(SI) 기능에 방점을 찍은 CVC는 전체 출자금의 절반 이상을 그룹에서 출자한다. 현행법상 국내 CVC는 펀드 결성 시 약정총액의 최대 40%까지 외부 출자를 받을 수 있다.

에치에프알은 SK텔레콤 선임연구원 출신인 정종민 대표가 2000년 설립한 통신장비 업체다. 모바일(Mobile Access) 부문, 통신망(Broadband Access) 부문으로 나눠 사업을 운영 중이다. 최근 주력하는 분야는 5G이다.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일정 공간에서 사용하는 5G 특화망(이음5G) 솔루션을 수출하고 있다.


케이알벤처스는 손바뀜을 계기로 SI 기능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주력 투자처로 5G, 위성통신, 양자통신, 인공지능(AI) 보안 분야를 점찍었다. 특히 에치에프알의 전략사업 확장을 위해 '프라이빗 5G 기반 보안 구축 기업'과 '양자 센싱 및 통신 기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제는 '펀딩 우군' 모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641억원, 영업이익 -8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022년 연결기준 3662억원 매출을 올리고 901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실적 악화다. 매출액은 55.19%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109.32% 감소했다.

시장 업황이 어두워지고 해외 공급계약이 대부분 만료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해외 매출(수출)은 55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2642억원) 78.88% 감소했다. 2021년(1138억원)과 비교해도 급감했다. 수주잔고는 134억원으로, 5G 프런트홀, 5G솔루션 총판 계약이 대부분 만료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에치에프알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99억원이다. 1585억원을 기록했던 2022년대비 68.52% 감소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악화하고 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재고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보유한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에치에프알의 경우 지난해 재고자산 회전율은 3.1회로 지난해(7.9)보다 급격히 떨어졌다. 재고자산은 늘었는데 정작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5G 투자 환경이 언제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의 5G 보급이 마무리 단계를 밟으면서 장비 수요 자체가 줄었다. 5G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통신장비 단가가 낮아진 데다 5.5G(5G 어드밴스드) 및 6G 관련 투자로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현재 넷제로 펀드 운용, 신규 펀딩 절실

케이알벤처스의 운용자산(AUM)은 620억원이다. △하랑-디에스앤 투자조합 1·2·3호 △디에이-디에스엔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디에스엔-파이코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디에스엔-비디씨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에스지씨-디에스엔 넷제로 투자조합 등을 운용하고 있다.

에스지씨-디에스엔 넷제로 투자조합을 제외하고는 모두 프로젝트펀드이고 결성 규모가 10억원 내외로 적다. 넷제로 펀드의 주목적 투자 분야는 탄소중립 기회 제조 신산업 및 에너지혁신벤처 제조기업 등에 약정총액의 60% 이상 투자해야 한다.


통신장비 업체인 모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기업 발굴을 위해선 신규 펀드 결성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케이알벤처스는 올해 200억~250억원 규모 펀드레이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종팔 케이알벤처스 대표는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 출자사업 도전을 비롯해 신규 펀딩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모태펀드 1차 정시출자 사업이 마무리됐고, 2차 정시출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장 출자사업에서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케이알벤처스는 수시출자 사업을 노려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운용사 제안서 접수와 현장실사, 프레젠테이션(PT) 심사 등의 과정을 거치는 만큼 위탁운용사(GP) 선정을 담보하긴 어렵다.

블라인드 펀드는 결성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특정 투자기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결성되는 프로젝트 펀드와 달리 출자기관에게 내세울 트랙레코드(실적)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2년 VC 라이선스를 취득해 활동해 온 케이알벤처스의 경우 타 운용사 대비 상대적으로 트랙레코드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앵커 LP를 확보한다면 펀드레이징이 한결 수월해진다. CVC는 통상 모기업이 앵커 LP로 나서며 '든든한 뒷배'가 된다. 다만 케이알벤처스의 경우 모회사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당장의 펀드 출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치에프알 측은 장기적 관점에서 출자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전했다. 에치에프알 관계자는 "(펀드 출자 관련)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하지 않았다"면서 "사업 진전 상황을 봐서 (출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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