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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의 자격(?)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4-05-24 09:12:07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금융업권에서 드물게 경쟁보다는 협업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클럽 딜’이라는 단어가 대변한다. 정보 공유를 위해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업계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려야 한다.

물론 앙숙인 관계도 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다 사이가 틀어져 새로운 회사를 차려 나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최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 벤처캐피탈 대표가 올드보이를 초청해 모임을 가져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일각에선 차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자리를 노린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협회장 선출은 2년마다 연초에 단행된다. 현재 협회장인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해 초 임기를 시작했다. 다음 선거까지는 아직 6개월 넘는 시간이 남았지만 입후보 생각이 있는 이들의 행보는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격세지감이다. 전국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등 여러 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금융권 협회장과 비교하면 벤처캐피탈협회장 자리는 인기가 없는 편이었다. 무보수에 업계를 대표해 정부 부처를 상대하며 목소리를 내야 하는 자리라는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간 협회장 자리에 욕심을 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는게 중론이었는데 변화가 생긴걸까. 벤처캐피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이참에 암묵적으로 협회장 조건으로 불렸던 허들 또한 낮춰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벤처캐피탈협회가 설립된 건 1989년이다. 지금까지 협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은 15명이다. 모두 창투사(창업투자회사) 소속이었다. 국내 양대 벤처캐피탈로 불리는 신기사(신기술사업금융회사) 출신 협회장은 없었다. LLC인 프리미어파트너스가 협회장을 배출한 적은 있지만 신기사 출신은 없었다. 현재 벤처캐피탈협회 회원사는 대부분 창투사이지만 대형 신기사 20여 곳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협회장이 대부분 오너(owner)였다는 점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종갑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전 대표가 오너 아닌 전문경영인(CEO)으로는 이례적으로 협회장을 맡은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협회장은 오너였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회장, 이용성 원익투자파트너스 대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물론 현 협회장 역시 오너다.

전문경영인이 협회장을 맡으면 소속 회사 대주주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협회장 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 소속 회사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실제 과거 수치를 보면 협회장을 맡았던 시기 소속 회사의 AUM이 크게 증가하는 등 윈윈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벤처캐피탈협회장 자리는 신기사 출신이거나 전문경영인이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룰은 시대착오적이다. 벤처캐피탈은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접하는 곳이다.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 곳에서 협회장 자격 관련 폐쇄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선거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협회장 문호를 더 넓히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반대 목소리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 내년 벤처캐피탈협회장 선거에 누가 입후보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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