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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야놀자 대표의 비전과 애국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4-03-14 08:28:19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경제성장을 이꾼 두 거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경영 이념 근간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이다. LG그룹 공동 창업주 구인회 회장 역시 “나라의 백년대계에 보탬이 돼야 기업이 영속할 수 있다“고 했다. 효성그룹의 조창제 창업주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앞세웠다.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는 수송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뜻의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식민지, 분단, 전쟁을 거친 한국의 1세대 창업가들에게 기업가 정신은 애국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황폐화 된 조국에서 자원이나 기술력 없이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들에겐 기업을 일구고 키워보겠다는 꿈 자체가 다름 아닌 애국심의 발로였다.

반세기도 훨씬 이전의 이야기다. 한국은 여전히 수출로 먹고 살고 기업이 끊임없이 외화를 벌어들여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이념이나 비전을 이야기할 때 애국심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업이 국경을 넘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은 조금 고루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와중에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오너 CEO가 ‘애국’을 언급해 신선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주인공은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부상한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다. 이 대표는 “관광 대국 대한민국의 꿈을 꾸는 것이 야놀자가 할 수 있는 애국”이라고 말했다. 대중 입장에선 그저 숙박 플랫폼으로 알려진 야놀자가 애국을 운운하는 게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 대표 발언의 맥락을 살펴본다. 야놀자는 202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조단위 투자를 받은 뒤 인터파크(현 인터파크트리플)를 인수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인터파크트리플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2028년 인바운드 5000만명 시대를 열어 한국을 관광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애국 발언은 이 비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인터파크트리플 인수로 야놀자는 기존 숙박 예약 플랫폼을 넘어 항공·공연 티켓 예매를 아우르는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사업에 주력하는 경쟁사와 달리 인터파크트리플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여행)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과 여행객이 늘수록 회사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5000만명은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 목표보다도 숫자가 훨씬 크다. 현실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건 당연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객은 1103만명으로,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63% 수준에 그친다. 엔저 영향이라고 하더라도 지난해 일본을 찾은 관광객이 2500만명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무엇보다 이 비전은 야놀자 경영진이나 임직원만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는데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매력이 다각도로 상승되어야만 가능하다. 믿는 구석은 있다. 글로벌 각국에서 불고 있는 케이 컬처(K-Culture)다. 음악, 드라마, 영화, 음식 등으로 촉발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인바운드 여행 수요를 지속해서 창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비전은 몽상가가 꾸는 꿈에 불과할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게 언제가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아니 그 날이 올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지만 500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다는 소식을 접하는 때가 온다면 가장 먼저 이 대표가 떠오를 것 같기는 하다. 관광대국의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애국을 할 수 있다는 그 말이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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