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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마켓 프론티어 유니콘 CVC]'패션 특화' 무신사파트너스, AUM 3000억 정조준①'커뮤니티→유니콘 신화' 모회사 윈윈…신진 브랜드 육성 차별점, 누적 900억 투자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27 08:38:52

[편집자주]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후배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한 데서 시작된 문화다. 이 문화가 실리콘밸리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국내에선 기업형벤처캐피탈(CVC)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CVC를 설립해 직접 투자를 집행하며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꺼이 나서고 있다. 특히 모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 섹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여느 CVC와 차별화 포인트가 드러난다. CVC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은 모회사 성장에도 도움을 주며 '윈윈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더벨은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CVC 활용 전략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자산(AUM)을 2000억~3000억원 규모로 키워 패션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김채현 무신사파트너스 대표가 더벨에 밝힌 각오다. 무신사는 국내 대표 패션 유니콘 기업이다. 스타트업 무신사가 국내 유통 대기업이 꽉 잡고 있던 패션 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던 비결은 경영 철학에 있다. 브랜드의 성공이 곧 무신사의 성공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파트너 브랜드의 성장을 도왔다. 자연스레 신진·중소 브랜드의 '데뷔 무대'로 무신사가 우뚝 서게 됐다.

패션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다. 섬유패션 산업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매우 적은 수준이고, 패션 브랜드는 벤처캐피탈(VC) 주요 관심 투자 섹터도 아니었다. 현장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무신사는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무신사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무신사파트너스는 신진·중소 패션 브랜드 젖줄 역할을 하며 빠르게 덩치를 불렸다. AUM은 1400억원, 누적 투자금은 900억원에 달한다. 투자와 함께 프로모션, 마케팅, 판로 확대 등 다각적인 지원이 더해지자 커버낫, 디스이스네버댓, 마르디메르크디를 비롯한 굵직한 '스타 브랜드'가 탄생하는데 기여했다.

◇'동반성장' 무신사, 패션 산업 모험자본 자처

무신사파트너스는 2018년 출범한다. "패션 브랜드와 동반성장한다"는 조만호 무신사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았다. 당시 한국 패션 산업은 고급화, 대형화 바람이 우세하며 중소 규모의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입지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조차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스스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대형 패션 기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되는 것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졌다.

다양한 브랜드가 태동하기 위해서는 모험자본 유입이 필수적이었다. 산업통산자원부를 비롯해 주요 부처에서 공급되는 섬유패션 산업 관련 예산은 연간 4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자본이 흘러들어오지 않자 다양성이 저해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패션 사업자는 동대문 도매 시장에서 상품을 떼와서 마진을 붙여 판매하거나, 해외 브랜드를 병행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라고 언급했다.


무신사는 신진·중소 브랜드의 저력을 체감하고 있었다. 무신사는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사진 많은 곳'에서 출발해 2003년 '무신사닷컴', 2009년 '무신사스토어'를 거치며 단계별로 성장했다.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열지 않아도 충분한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신진·중소 브랜드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국내외 고객에게 사랑받는 자신만의 정체성과 콘셉트가 뚜렷한 브랜드가 속속 생겨났다.

브랜드가 성장해서 스케일업 하기 위해선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당시 국내 주요 VC에 패션은 관심받는 투자 섹터가 아니었다. 무신사는 직접 모험자본 공급처 역할을 도맡기로 결심한다. 무신사와 '동고동락' 하는 브랜드를 더욱 키우고, 국내 패션 생태계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패션 전문 투자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무신사파트너스는 2018년 4월 설립됐다. 무신사가 자본금 100%(20억원)를 출자했다. 이후 2년 만인 2020년 6월 중소벤처기업부에 벤처투자회사(옛 창업투자회사) 등록을 완료했다. 일반 법인으로 벤처 투자를 해왔지만 벤투사 라이선스가 없었던 만큼 펀드 결성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간 LP 중심 펀딩, 무신사 '패션 공동체' 구축

무신사파트너스는 VC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모태펀드 정시출자 사업에 도전하며 첫 벤처펀드 결성 기회를 잡았다. 2020년 모태펀드 3차 정시 출자에서 '스마트 대한민국 멘토기업 매칭 출자 비대면' 분야 운용사(GP)로 낙점됐다.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펀드1호'는 무신사와 모태펀드가 각각 50억원을 출자했다. 약정총액은 202억원이다.

이후 민간 출자자(LP) 중심 펀딩에 나서며 벤처펀드를 속속 결성했다. '패션 유니콘' 무신사의 이름값은 민간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빛을 발했다. 아모레퍼시픽, F&F, 현대카드, 코오롱인더스트리, 한세, 팬코 등 전략적 협업이 가능한 민간 기업들이 주요 LP로 펀드에 참여했다. 이외 두나무, 한국투자증권 등이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무신사와 동반성장한 패션 브랜드 기업도 LP로 참여하며 선순환 생태계의 모범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더네이쳐홀딩스는 LP로서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 펀드1호에 20억원을 출자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엔에프엘(NFL), 지프(JEEP) 등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패션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무신사파트너스가 투자하고, 무신사 플랫폼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출처: 무신사파트너스 제공
모회사 무신사의 지원도 동반됐다. 무신사는 무신사파트너스의 최대주주이자 앵커 LP로 활약하고 있다. 운용자금 수혈도 적극적이다. 무신사는 2020년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금을 22억원까지 늘렸다. 이후 2022년 다시 한번 유증을 단행해 자본금을 51억원까지 확충했다.

현재 무신사파트너스 AUM은 1400억원까지 불어났다. '패션 전문' 9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구체적으로 △무신사 동반성장펀드합자조합 △무신사 넥스트패션펀드 1호 △무신사 여성디자이너펀드1호 △엠앤에프패션펀드합자조합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 펀드 1호 △무신사-한국투자 넥스트웨이브 신기술사업투자조합1호 △에이피앤엠뷰티패션합자조합 등이다.

무신사가 패션 전문 펀드만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주요 CVC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규모다. 신세계 계열 시그나이트파트너스(2000억원), 컴투스 계열 크릿벤처스(2500억원), '쿠키런'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벤처스(1600억원) 등 중소형 하우스와 차이가 크지 않다.

무신사파트너스는 매년 100억원 이상 모험자본을 시장에 공급하며 '브랜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 브랜드별 투자금액은 1억~80억원 수준이다. 자본 투자 외에도 물류 및 생산 노하우, 재고 관리 시스템 등의 인프라와 분야별 전문 인력 파견, 법적 자문 등 사업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패션 산업 모험자본 공급처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다는 각오다. 김채현 무신사파트너스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AUM 2000억~3000억원 규모로 키워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앞으로 글로벌 패션 생태계 내 유망 브랜드를 포함해 동반 성장이 가능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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