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마켓 프론티어 유니콘 CVC]"8배 멀티플 잭팟"…무신사가 키운 패션 떡잎 결실②무신사파트너스, '마르디·커버낫' 굵직한 포트폴리오 발굴…투자실탄 500억
이영아 기자공개 2024-05-29 09:13:39
[편집자주]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후배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한 데서 시작된 문화다. 이 문화가 실리콘밸리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국내에선 기업형벤처캐피탈(CVC)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CVC를 설립해 직접 투자를 집행하며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꺼이 나서고 있다. 특히 모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 섹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여느 CVC와 차별화 포인트가 드러난다. CVC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은 모회사 성장에도 도움을 주며 '윈윈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더벨은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CVC 활용 전략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신사파트너스는 남다른 혜안으로 패션 전문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입지를 굳혀왔다. 국내 모험자본이 패션 산업을 주목하지 않았을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고 투자를 집행했다. 커버낫, 디스이스네버댓, 마르디메르크디를 비롯한 굵직한 '스타 브랜드'가 모두 무신사파트너스의 손을 거쳤다.일찌감치 뿌려둔 투자 씨앗은 최근 들어 결실을 맺고 있다. 자본 투자와 함께 프로모션, 마케팅, 판로 확대 등 다각적인 지원에 힘입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유한 더네이쳐홀딩스로 멀티플(투자원금대비회수) 8배의 '잭팟'을 터트렸다.
패션 떡잎을 키우기 위한 투자는 이어진다. 올해는 펀딩 대신 투자와 회수에 집중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드라이파우더(펀드 미소진 자금) 약 500억원을 보유한 만큼 투자 재원은 넉넉한 편이다. 김채현 무신사파트너스 대표는 "드라이파우더가 아직 충분한 만큼, 당분간 펀딩보다는 좋은 포트폴리오 발굴에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패션산업 전문성을 보유한 투자팀과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관리팀을 중심으로 사후관리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무신사파트너스, '스타 브랜드' 감별사 우뚝
지난 2018년 설립된 무신사파트너스는 누적 900억원 투자를 집행하며 모험자본 시장에서 활약했다. 포트폴리오 당 투자금액은 1억~80억원 수준이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80%는 무신사파트너스가 첫 기관 투자자로 참여한 딜이다. 대부분 클럽딜(공동투자)이 아닌 단독딜이다.
패션업계 스타트업 관계자는 "무신사파트너스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신진 패션 브랜드가 VC 투자를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을 것"이라며 "무신사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투자 라운드를 열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판로 확대를 비롯한 마케팅, 프로모션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8년 처음 결성한 '무신사합자조합1호'을 통해 앤더슨벨(스튜어트), 내셔널지오그래픽(더네이쳐홀딩스), 커버낫(배럴즈), 쿠어(커먼오리진스) 등에 투자했다. 해당 조합 주요 출자자는 두나무앤파트너스, 팬코 등이다.
2019년 패션그룹 F&F와 '엠엔에프패션펀드 합자조합'을 공동 조성했다. 캐쥬얼 패션브랜드인 플랙(플래시드웨이브코리아) 등에 투자를 집행했다. 2020년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에이피엔엠뷰티패션합자조합'을 결성해 디스이즈네버댓(제이케이앤디), 유어네임히얼 등에 투자했다.
2021년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첫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펀드 1호'를 202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해당 벤처펀드에는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와 한국투자증권, 현대카드, 더네이처홀딩스, 코오롱인더스트리, 한세드림이 공동 출자했다. 해당 펀드를 통해 코드그라피(콘크리트웍스), 브랜디드(브랜디드인더스트리) 등 포트폴리오를 담았다.
2022년 무신사가 100% 출자한 ‘무신사 넥스트 패션 펀드 1호'를 결성했다. 대학생, 패션 디자이너 등 예비 창업자들의 창업 시작 단계부터 브랜드 확장 단계까지 돕는 펀드로, 신규 스타트업의 초기 자본금 등 소규모 단위의 투자부터 추가 투자까지 진행한다. 같은해 '무신사 여성 디자이너 펀드 1호'를 결성하며 투자재원을 확충했다.
무신사파트너스 운용자산(AUM)은 1400억원이다. 9개 조합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150억원을 투입해 10여개 브랜드 기업에 투자했다.
◇무신사와 윈윈 관계, '올해는 수확의 시기'
무신사파트너스 투자를 받은 브랜드는 국내외 고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수백~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스타 브랜드로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커버낫은 1650억원, 마르디 마크르디는 687억원, 디스이즈네버댓은 566억원 매출을 냈다. 자본 투자 외에도 물류 및 생산 노하우, 재고 관리 시스템 등의 인프라와 분야별 전문 인력 파견, 법적 자문 등 사업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제공한 결과다.
투자가 결정되면, 무신사파트너스의 팀이 해당 업체에 파견을 나가 함께 호흡하며 비즈니스를 진단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마케팅, 생산, 고객관리(CS), 물류, 커머스 인프라 분야에 전문 인력을 투입해 지원한다. 물론 인재 채용을 비롯한 조직 정비에도 도움을 준다.
투자팀과 관리팀의 협력이 눈길을 끈다. 총 10명, 심사역과 관리역이 각각 절반이다. 스톤브릿지캐피탈 출신 김채현 대표를 비롯해 29CM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 손영대 이사, 한섬 등 패션산업 전문성을 보유한 투자팀, 쏘카 등 다양한 산업 컨플라이언스 경력을 지닌 관리팀으로 구성돼 있다.
신진 브랜드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무신사파트너스 간판 프로그램 '넥스트 패션 인큐베이터'가 대표적 사례다. 투자 연계형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육성 프로그램이다. 최대 3억원 규모의 투자금과 생산 대여금이 지원된다. 무신사가 패션업 특화 공유 오피스로 운영 중인 '무신사 스튜디오' 입주 할인도 제공된다. 또 데이터 컨설팅 및 마케팅, 지식재산권 확보 등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마르디메르크디, 수아레, 노이어, 프렌다, 프리즘웍스 등 탄탄한 브랜딩을 바탕으로 성장한 신진·중소 브랜드는 무신사 스토어의 거래액을 끌어올리고 있다.
무신사 거래액은 지난해 4조원을 돌파했다. 무신사 입점사 중 거래액 10억원을 넘긴 곳은 500여개를 넘어섰다. 패션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연간 10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할 경우 재구매율이 높은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뿌린 씨앗의 상당수는 올해 결실을 맺게 될 전망이다. 하우스 첫 투자조합(무신사합자조합1호) 청산을 앞두고 있다. 해당 펀드에 담긴 포트폴리오 중 일부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엑시트(회수)했다. 더네이쳐홀딩스, 레뷰코퍼레이션은 각각 멀티플 8배, 2.3배를 기록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2020년, 레뷰코퍼레이션은 2023년 증시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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